2009.6 |
[커뮤니티 비즈니스] 마을을 자립시키다
관리자(2009-06-03 18:54:59)
김달수 희망제작소 뿌리센터장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새로운 발명품이 아니다.”
요즘 일본에서 탄력을 받고,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사실 새로운 이론이나 모델이 아니다. 그동안 진행해 온 마을만들기와 정부에서 지원한 각종 지역살리기 사업에 녹아 있고, 또 성공적인 모델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지역(마을)의 자립적 경제모델’이라 할 수 있다. 마을만들기를 한 단계 발전시켜 경제적으로도 자립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목표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민선 지방의회가 부활하고, 1995년 자치단체장까지 민선으로 선출하면서 지방화시대를 맞았다. 이때부터 주민운동 차원의 마을만들기가 싹트기 시작했고, 일본의 마을만들기(마찌츠쿠리) 사례와 방법론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마을 만들기는 지역 재생의 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물론 지금도 중앙정부(행안부, 국토부, 농수산식품부 등)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각종 지역재생(혹은 복원) 사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고 모두가 성공적인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공장과 시설을 유치하는 등 투자 유치에만 목메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지역특화사업을 발굴하고 마을만들기 등 지역공동체의 복원을 통해 지역의 새로운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지역공동체를 복원한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말 그대로 지역, 즉 마을에 기반을 둔 사업(기업)방식을 말하는데,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지역이 안고 있는 과제(문제)들을 비즈니스의 방법으로 해결해 가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이익을 주민에게 환원하는 모든 사업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지역에 잠재하는 물적, 인적, 사회적 자산과 자원을 발굴해 사업화 하는 것이다. 따라서 ‘커뮤니티로의 환원’과 ‘커뮤니티에의 참가’가 핵심 키워드이며, 마을기업,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로컬푸드 운동), 지역 공공자산의 개발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리고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결국 ‘커뮤니티의 요구(내용)를 비즈니스(방법론)로 해결’하는 공익적 과정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필수 개념이 결합되어야 한다. 바로 지역성(일정 지역을 대상으로 활동, 지역이 안은 과제로부터 시작), 주민성(지역주민 등이 운영상의 주도권 확보), 사업성(지속적 수입구조 확보), 자립성(활동의 자립성), 지역공헌성(개인의 이익뿐 아니라 고용확대로 연계하는 등 지역 과제의 해결에 공헌)이 바로 그것이다.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주체는 당연히 지역 주민이다. 지역주민이 중심이 되고, 지방자치단체나 행정기관, 비영리기관, 기업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협력하고 지원하는 거버넌스의 형태를 띠고 있다.
지역의 개성과 특성에 맞는 사업을 개발해야하기 때문에 조직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개인사업, 임의단체, NPO 등 비영리법인, Co-op(조합), 유한회사, 주식회사, 소호 등 다양한 조직형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이윤추구+지역문제의 공익적 해결’이라는 명제 때문에 NPO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일본의 경우 NPO법인, 주식(유한)회사가 전체의 약85%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매우 다양한 조직형태와 계층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자체(개인) 사업부터 자치단체의 위탁사업까지 사업영역도 그만큼 넓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사업영역은 그룹홈, 배식서비스, 가정내 보육 등 복지사업에서부터 환경, 지역문화예술사업, 상점가 활성화 및 특산물 판매 같은 지역자원 활동, 그린투어리즘 같은 체험활동 및 도농교류 등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일본에서도 학문적 개념정의나 실천적 프레임이 합의된 것은 아니다. 생협운동, 마을만들기 등의 지역재생운동을 사후에 개념화하는 과정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따라서 현실 적용이나 사례분석(해석)에 있어서 모호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이를 종합해 보면,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사업 특성은 마을만들기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상호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이 주를 이루며, 다양한 지역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형태를 크게 분류해 보면, 마을만들기형, 그린투어리즘형, 기업형, 생활지원(사회복지)형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각 형태는 소비자의 생산참여로 신뢰의 비즈니스를 추구하며, 이러한 상호성과 대면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거의 모든 사업은 지역의 다양한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매우 다양한 조직형태와 계층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자체(개인) 사업부터 자치단체의 위탁사업까지 사업영역도 그만큼 넓을 수 밖에 없다. 현재 일본에서 진행되고 있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사업영역을 정리해 본다.
○보건, 의료, 복지
- 고령자 복지(개호 서비스, 그룹홈, 배식서비스)
- 장애인 복지(장애인 개호, 장애인의 취업 지원, 멘탈케어)
- 보육(모육시설 운영, 가정내 보육 사업)
○ 청소년 교육
- 청소년 교육지원
(야외활동 지원, 프리스쿨, 학습장애아 교육, 카운슬링)
- 민간교육
(민간교육 학원 운영, 지역인재에 의한 교육 서비스)
○환경
- 환경 리사이클
(빈병ㆍ페트병 리사이클, 폐식용유 이용, 재활용품점)
- 농업
(유기농업, 음식물 쓰레기 퇴비 리사이클, 태양열 발전, 빗물 재활용)
- 지역자원 활용
(하천정화, 녹화, 캐나후(목재펄프의 대체 식물), 심층수)
○ 지역만들기
- 상점가 활성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이벤트, 빈 점포 활용, 지역통화)
- 지역자원 활용(특산물 판매, 신산업 및 신상품 개발)
○ 취업지원
- 중고령자의 취업지원
(컴퓨터교실, 자격취득, 인재파견, 인재소개)
○ 지역자원 활용
- 특산품 판매
(지역특산품 개발 및 판매, 하천, 임야 활용한 자연체험)
○ 재해지원
- 안전대책(방범 대책, 지역안전 활동)
- 재해지원(공제, 지역 긴급정보 네트워크 구축)
○ 관광 및 교류
- 관광(그린투어리즘, 광광자원을 활용한 각종 사업)
- 교유(이벤트, 국제 교류, 외국어 강좌 등)
○ 문화, 예술, 스포츠
- 문화사업(지역의 문화자산을 활용한 사업)
- 예술(콘서트, 공연 이벤트, 음악치료)
- 스포츠(지역 스포츠 클럽)
○ 서포트 사업
- 생활 서포트(가사 대행업, 심부름센터, 커뮤니티 레스토랑ㆍ카페)
- 지역 서포트(전문가 상담, 인재뱅크, 지역포털 서비스)
○ 기타 분야
- 지자체 업무 위탁사업
- 인권옹호, 소비자 보호
색깔 있는 마을 만들기
현재 우리나라 현재 우리나라 마을만들기 운동은 생태, 문화, 예술, 건축, 농업, 복지, 관광,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양각색의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 목적과 내용, 방법 또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의 사례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이제 다양하고 폭넓은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비교적 제한된 공간에, 역사적 경험과 전통적 관습을 공유하고 있는 일정한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우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사업에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새로운 리더들이 발굴되어 다양한 형태의 성공모델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일정한 지역적 공간을 주민들이 주체가 되어 보다 살기 좋은 터전으로 디자인해 나가는 과정은 그리 수월한 것만은 아니다. 새마을운동 과정에서 유형, 무형의 전통자신이 거의 모두 파괴되었고, 획일적인 지역개발과 이농현상으로 인해 농촌은 갈수록 살기 힘들어지고 고령화 되었다. 이로 인해 마을만들기는 단지 공간적 정체성과 전통의 복원을 넘어, 주민들의 정서적 공동체성(관계성)까지 회복해야 하는 이중의 힘든 과정을 넘어서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리고 이제 마을만들기는 공간적 복원과 정서적 공동체성의 회복을 넘어 지역의 자산과 자원을 가지고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것은 단순히 방어적 차원을 마을재생이 아니라, 보다 창조적 활동을 통한 콘텐츠의 개발, 그리고 이것을 커뮤니티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지역의 자립적 순환경제구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지역사회, 생활의 문제를 사업적인 기법을 통해 해결'하는 지역만들기로 발전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의 활성화가 성공의 열쇠
일본은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주요한 내용은, 재정지원(사업자금 지원), 창업지원(창업교육, 경영 및 마케팅 컨설팅), 교육훈련(재교육 프로그램, 지역리더 및 인재육성), 정보지원(NPO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정보 포털, 가이드북 및 사례집 제작 배포 등), 제도 및 행정 지원(조례, 네트워크 구축, 우수사례 시상 등)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대부분 지역의 NPO 등 중간지원조직과의 긴밀한 협력(위탁 등)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커뮤니티 비즈니스에서 중간지원조직이란 정부(자치단체)와 주민(마을)을 연계하고 매개하는 역할을 하는 조직형태를 말한다. 일본의 경우 NPO로 분류하는데, 3만여개에 이르는 일본의 NPO법인 중에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하는 조직은 300여개(전체의 1%)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재단법인이나 지원센터, 싱크탱크, 컨설팅 기관, 대학 연구소(지역사업 지원조직)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각 기관마다 설립의 법적 근거와 지원 계층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하지만 지원업무의 유형이나 프로그램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각 형태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지원센터>
- 일자리 개발, 사회적 기업 및 자활공동체 창업 및 경영 지원, 리더 육성, 실행사업단 교육, 지역 자원개발, 사례발굴 등(예: 각 지역의 자활센터(자활후견기관) 등)
<재단법인, 싱크탱크>
- 지역연구, 대안정책활동, 주민사업컨설팅, 지역리더 교육, 전문가 네트워크(유관기관 연대사업), 지역정보 서비스, 민관협력사업(자치단체 자문 및 연구, 실행사업 공동수행), 우수한 지역사례 발굴 및 인증, 시상 이벤트, 해외교류(실업극복국민재단, 지역재단, 희망제작소 등)
<컨설팅기관>
- 정책연구, 사업 및 경영컨설팅, 교육, 지역개발, 홍보 및 마케팅 기획((주)이장, (주)지역아카데미, (주)지역활성화센터, (주)지역농업네트워크, (주)이지팜(Ezfarm) 등)
<시민단체>
- 주민참여교육, 창업 프로그램, 마을만들기 실행사업(열린사회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지역여성운동센터,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마을만들기네트워크), 함께하는 시민행동, YMCA 등)
<대학>
- 컨설팅, 정책연구, 브랜드 마케팅(대학 연구팀 및 프로젝트팀(산학협력단)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지역의 자원과 자산을 활용해 ‘사업(기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와 전문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컨설팅과 유통 및 경영 지원, 주민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행정과 주민과 전문가들이 결합한 네트워크형 사업모델이기 때문에 조화로운 거버넌스 체계가 구성되어야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행정과 주민, 전문가들을 매개하는 중간지원조직이 성공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모델을 만드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활성화하고 지역 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간지원조직의 설립에 대한 지원과 육성이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지방정부는 협력사업의 확대를 통해 적극적으로 중간지원조직을 활용하고, 사회적 역할 부여해야 한다. 지역자원조사, 지역 재생과 지역공동체 사업의 발굴 및 실행, 주민교육과 컨설팅 등 광범위한 사업에 중간지원조직을 끌어들여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마을만들기와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지역사업에 있어서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현장사업을 지원하고 실행하는 마을사무장 같은 현장활동가(실무전문가)의 육성과 재교육이다. 역시 자치단체와 중간지원조직에서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사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지역 차원의 네트워크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즉 지역 리더, 관련 지역기관,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운영은 중간지원조직이 맡는 것이다.
중간지원조직은 행정보다 주민친밀도가 훨씬 높다. 또한 행정이 갖는 태생적인 경직성과 여러 가지 제한요인 때문에 주민들은 일정한 불편함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일본의 경우는 거의 모든 지역(주민)사업을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실행하고 있다. 지역사업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활성화가 곧 지역재생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