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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 | [문화저널]
【취재수첩】 차마 '문화'를 논하기에는…
문화저널(2003-07-03 15:34:41)
부안 변산을 중심으로 유기농업자들의 삶터가 일궈진지 넉넉잡아 18년. 여덟가구가 참여한 유기농가는 시골 마을 변두리에서 고립된 듯 하지만, 세상을 향해 무언가 호소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취재요청에서부터 사진촬영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만나고 대하는 일은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 혹은 몇시간을 만나 어떻게 자신들을 온전히 이해하고 말할 수 있느냐며 그들은 시종일관 언론에 대한 거부감을 감추지 않았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된 마라톤회의가 새벽 1시가 넘도록 이어지는동안, 생명과 흙에 대한 신념, 그들이 가진 삶의 뿌리이자 종착점이 바로 이것인데, '수박 겉핥기'식의 취재로 어떻게 그들의 삶을 설명할 수가 있겠느냐며 간간히 불만을 토로하곤 했다. 까다롭다면 까다로울 수 있는 이들의 주문과 반응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일면 취재활동에 대한 조심스러움과 기자라는 직업의 한계를 깊이 체감할 수 있었던 기회이기도 했다. 또한 차마 문화를 논하기에는 그들의 삶의 면면에서 느껴지는 치열함과 고단함이 무겁게 가슴을 짓눌렀던 시간이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 그것을 취재라는 과정으로 풀어가야할 기자와 그 의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취재원. 그 두 입장 사이에 언제나 '건널 수 없는 강'이 놓여 있는건 아닌지, 삶의 '진실성'과 사람사이의 '벽'을 동시에 느꼈던 힘든 취재기였다. /김 지역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된 주민 올한해 역시 지역 현안 사업중 새만금 사업으로 전라북도는 뜨거운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도내 일간지에는 함께 연신 새만금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한다는 기사가 1면 머릿기사로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현장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미 많이 보도된 바와 같이 생계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그보다 현지 주민들의 언성이 사그러지지 않는 데에는 빠뜨릴 수 없는 이유가 또 있었다. 취재진이 부안을 찾은 이날 마침 부안 계화면 계화리에서는 도의원과 부안 군의원과 새만금 사업에 대한 조촐한(?) 간담회가 열리고 있었다. 보상문제와 어업에 나가는 주민들은 바다 환경의 파괴문제를 거세게 거론했다. 그러나 그들의 소외감은 생계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새만금 사업 추진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관련 도의원이나 찬성 성명서까지 낸 부안 군의원 그 누구도 주민들과 대면해 그들의 실상을 전해들은 것은 그날이 처음. 참여한 주민들은 "환경 걱정없다고, 보상문제를 해결했다고 하는데 조사작업 한번 나와봤냐?"고 따져 물었고 의원들은 연신 "죄송합니다. 이제라도 철저히…"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양보할 수 없이 맞선 팽팽한 가치들에 휩싸인 새만금사업의 현장안에서 생계의 터전을 잃어가는 위협과 함께 지역사업에서 철저히 배제된 소외감마저 함께 가슴에 묻고 있었다./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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