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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5 |
[환경] 장영란의 자급자족 이야기
관리자(2009-05-08 14:11:08)
집짐승 기르기 논에 오리를 넣으면 논농사는 오리 덕에 잘 되지만, 사람은 오리 돌보기가 되어야 한다 오래된 영화 <베어>를 봤다. 아기 곰이 어미를 잃고 홀로 남겨진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얼 먹을까? 벌집, 버섯, 나무 열매, 그리고 나중에 다른 곰을 만나 물고기와 순록을 사냥해서 먹더라. 우리 사람과 비슷하게 잡식이었다. 우리 역시 잡식이다. 그리고 농사를 지으려니 거름이 필요해 집짐승을 꽤 여럿 길렀다. 약해 먹는다고 염소도 먹인 적이 있는데, 막상 정들여 기른 염소를 먹을 수가 없었다. 거름하려고 토끼를 여러 해 먹이기도 했다. 토끼는 잡식이지만, 풀만 먹여도 잘 자라고 새끼도 잘 낳는다. 근데 이게 오히려 어려움이 되었다. 일년에 여러 차례 한번에 열 마리 넘게 새끼를 낳으니 그걸 다 잡아먹을 수가 없고, 누구한테 나눠주려고 해도 토끼를 가져가겠다는 이는 거의 없다. 논농사를 시작하며 논에 오리를 기르기 시작해 여러 해 길렀다. 그렇게 기르기 시작한 오리를 가을에 다 잡지 않고 겨우내 돌봐 주었더니 이듬해 봄 알을 까서 그 오리새끼를 다시  논에 넣기도 했다. 동네 어른들은 오리가 알을 품는 걸 참으로 신기하게 여기셨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닭이건 오리건 부화장에서 깨어난 어미가 알을 품는 게 신기한 일이었다. 논에 오리를 넣으면 논농사는 오리 덕에 잘 되지만, 사람은 오리 돌보기가 되어야 한다. 산이라 밤중에 잡아먹히니 저녁이면 집에 넣고 아침이면 열어주고. 하루이틀도 아니고 무척 성가시다. 그러다 논에 오리 대신 우렁이를 넣으며 오리 기르기는 끝났다. 이렇게 십년간 집짐승을 기르며 우리가 기르는 목적이 무엇인가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거름이 목적인가? 그렇다면 꼭 짐승의 똥을 거름으로 해야 하는가? 거름 가운데 짐승 똥오줌이 거름발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당장 곡식을 더 많이 거두려는 욕심을 버린다면 짐승 똥오줌보다 풀이 더욱 좋은 거름이 될 수 있다. 숲에 큰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건, 낙엽이 두둑히 쌓여 오래된 낙엽이 발효되어 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마른 풀로 두둑이 덮인 땅은 거기 사는 지렁이와 미생물들이 활기차게 살아가 땅을 자연스레 거름지게 한다. 땅이 살아나면 살아날수록 인위적인 거름을 적게 넣어도 좋다. 그 덕에 특별히 거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벼 못자리, 토마토, 배추 같은 작물에 넣을 정도만 거름을 만들고 있다. 아니면 고기가 목적인가? 현대사회는 고기를 많이 먹는 사회다. 그래서 육식을 놓고 말이 많다. 고기냐 동물의 시체냐? 이 논쟁을 지켜보며 육식의 가장 큰 문제는 대량사육이라고 생각한다. 기르는 사람은 돈벌이로 기르고, 먹는 사람은 그 생명이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모른 채 먹고. 우리 역시 고기를 한동안 안 먹으려 했다. 일단 집짐승을 기르기가 성가셔서다. 집에 짐승이 있으면 사람이 날마다 짐승 시중을 들어주어야 하니까. 그리고 어느 누가 살아있는 생명을 손수 잡고 싶어 하겠는가. 십년, 닭과 함께 살다보니 그 와중에서 남은 게 닭이다. 닭은 알도 받아먹고, 고기가 궁금하면 잡아먹기도 좋다. 또 농사 하다 보면 쭉정이가 나오는데 그거 먹이고, 사람이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도 주고. 이렇게 하면 닭똥이 거름도 되니 참으로 사람한테 이로운 짐승이다. 시골에 내려와서 가장 먼저 기르기 시작해 아직까지 기르고 있다.   그 사이, 하루 밤새 살쾡이한테 싹 잡아먹힌 일도 있었고, 봄에만도 두 차례나 병아리 까던 씨암탉도 길러 병아리 부자였던 적도 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닭이 병아리를 못 깠다. 알을 품다가 중도 실패. 아니면 어렵사리 병아리를 까도 남은 알을 품다가 먼저 깐 병아리가 죽기도 했다. 이렇게 닭이 점점 줄어 드디어 암수 한 쌍만 남기에 이르렀다. 이 암수 한 쌍과 삼년. 그저 습관처럼 아침이면 모이 주고 가끔 달걀 꺼내오고 소 닭 보듯 지냈다. 집짐승이 이렇게 줄어드니, 아무래도 시장을 자주 본다. 장날이면 나가서 생선이라도 사다 먹고, 고기가 먹고 싶어 여러 핑계거리를 만들어 도시에 있는 생협매장에 가보기도 했다.  열다섯인 둘째는 한창 크려고 하는지, 어쩌다 고기반찬이 올라오면 달려들어 그것만 먹고, 며칠이고 고기반찬이 올라오지 않으면 서운해 하니 말이다. 물론 중간에 노력을 안 한 건 아니다. 어미닭을 한 마리 구해 왔는데. 이 놈 역시 알을 안 품었다. 또 한번은 장에서 토종 병아리라고 사왔는데, 암탉이 이 병아리를 가만 두지 않고 콕콕 쪼아 다 죽여 버렸다. 이웃에 병아리나 암탉을 구할 데가 없나 열심히 수소문 해 보았지만 어느 집이고 상황은 우리랑 비슷했다. 지난 설에 그 이야기를 하니 시어머니가 마을에 어미가 품어서 병아리를 깐 집이 있단다.  한 달이 넘어 흘렀을 때, 어머님한테 전화가 왔다. 병아리를 데려가겠냐고? 그렇게 병아리 다섯 마리와 암탉 한 마리를 데려올 수 있었다. 어미가 품어서 깐 병아리가 점점 귀해져 그 때 우리 집으로 온 암탉이 한 달 정도 알을 낳더니 엊그제부터 알을 품기 시작했다. 남편은 심기일전해 닭한테 정성을 들인다. 이동식 닭장을 만들어 병아리들은 밖으로 분가시켰다. 닭장을 싹 청소하고 노란 왕겨와 흙을 두둑이 깔아주었다. 닭은 습한 걸 싫어하고 아침에 눈 떠서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뭔가를 쪼아 먹는다. 왕겨를 헤치다 보면 먹을거리가 나오고, 똥이 왕겨와 섞여 닭장 바닥이 늘 보송보송할 뿐 아니라 나중에 사람이 거름하기도 좋다. 또 아침마다 모이도 넉넉하게 주고, 하루 한 차례 풀을 한 수레 뜯어다가 닭장에 넣어준다. 닭이 싱싱하고 연한 풀을 무척 좋아하고 또 풀뿌리에 있는 흙도 좋아한다. 닭의 소화기관이 모래주머니이기에. 그러다 벌레가 나오면 ‘왕건이’하면서 달려들어 콕 쪼아 맛있게 먹는다.   닭한테 풀 주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모이는 뭘 주나 살펴보자. 언뜻 배합사료를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사료를 안 먹인다. 사료는 수입곡물로 만드는데다 항생제, 성장호르몬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대신 곡식을 거두다 나오는 쭉정이와 사람이 먹으면서 나오는 찌꺼기. 생선을 먹는다 치면 사람은 살을 발라먹고 생선 대가리나 뼈는 닭한테 준다. 조개를 먹으면 조개껍질을 빻아서 넣어주고, 달걀 먹고 난 뒤 달걀 껍데기도 알뜰히 모아서 넣어준다. 이게 모자라면 정미소에서 현미싸래기를 사다 먹이기도 한다. 이렇게 곡류, 풀, 흙, 칼슘과 단백질이 많은 동물성 모이를 골고루 넣어주면 닭이 잘 자라고 알도 제법 낳는다. 이렇게 닭을 기르면 입춘 무렵부터 닭이 알을 낳기 시작해 초여름 장마 오기 전까지 알을 낳고 알을 품는다. 닭이 알을 낳는 이유는 병아리를 까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알이 상온에서 어는 겨울과 무덥고 습해 병아리가 살아가기 어려운 한여름 장마철에는 알을 거의 안 낳는다. 그러다 다시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알을 다시 낳아 품는다.   이듬해 봄이 되면 지난해 깐 병아리가 다 자라 암탉과 수탉이 되어 세대교체를 한다. 이걸 바라보는 재미가 알을 받아먹고 닭요리를 먹는 재미보다 좋다. 그래야 토종닭을 키울 수 있는 것 같다. 현대 경제 논리에 따르면 이건 계산이 안 나오는 일이니까. 모이는 일년 내내 먹는데, 알은 봄가을만 낳는다. 그리고 낳은 알의 1/3~1/4는 다시 품어야 한다. 그러니 일년에 사람이 받아먹을 수 있는 알은 얼마 안 된다. 몇 십 알정도.   거기다 암탉으로 한살이를 하고 난 뒤 잡아먹으면 사실 먹을 게 별로 없다. 알을 품는 토종은 몸집이 작기도 하지만 열심히 움직인 닭은 살이 거의 없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요리도 백숙. 그저 국물을 푹 우려내 먹는 거다.   거기다 병아리를 까서 대를 물리려면 사람이 닭한테 집중해 주어야 한다. 암탉이 알을 잘 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우리 사람한테 그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우리 할머니들 세대는 자식을 숨풍숨풍 잘 낳아 일곱이고 여덟이고 심지어 열둘까지 낳았다면, 요즘은 애 하나 낳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불임도 많고, 자연분만도 어렵고. 그러다 보니 아이가 하나나 둘. 이런 사람의 변화가 짐승들과도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래서 토종닭을 구해 그걸 기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자연스런 삶에 관해서 배우려 한다. 장영란/ 산청 간디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지난 98년 무주로 귀농하여 온 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고 있다. 자연에서 느낀 생각을 담은 <자연그대로 먹어라>, <자연달력 제철밥상>, <아이들은 자연이다> 등 여러 권의 책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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