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 |
무주 푸른꿈 고등학교 ‘동아리’ 탐방
관리자(2009-05-08 14:05:10)
우리 ‘꿈’, 스스로 키웁니다
전승훈 마당 기획실
대안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은 획일화된 공교육제도와 달리 학생들의 개성을 신장시키고 학생들의 자발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학교안 교육으로는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도다른 세계가 있다. 자신들의 재능을 발휘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새로운 소통의 공간. 우리는 그 공간을 통칭하여 ‘동아리’라 부른다.
“제도권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는 우선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하죠”
지난 14일, 대안학교의 동아리 취재를 위해 무주에 있는 푸른꿈 고등학교를 찾았다. 가는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잘못 든 길을 빠져나오기 위해 유턴하기를 여러 번. 제도권과 대치된 정점에 있는 ‘대안’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흡사 공교육과 대안교육 사이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만큼이나 멀고 험한 길을 지나서야 푸른꿈 고등학교에 도착했다.
마침 정규 수업을 마친 늦은 오후. 아이들은 동아리 활동을 위해 한창 준비중이었다.
무주 푸른꿈 고등학교의 동아리는 다양한 만큼이나 자유롭고 새롭다. 연극, 뮤지컬, 노래수화, 밴드, 댄스, 랩, 미술, 기타, 재즈밴드, 천연비누, 천연염색, 낚시, 토론, 영상, 풍물, 미술, 축구, 노작 등 다양한 분야의 특성 있는 많은 동아리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나서 만든 동아리다.
학생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학생들 스스로 요구하여 만들어 활동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은 대안학교의 특성상 장점이면서 곧 한계이기도 하다.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킬만큼 교사인력이 따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문제점은 교과목 분야에 치중되어있는 우리나라의 교사양성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외부 인력을 통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하지만 동아리 구성원 스스로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구하고, 공부하여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 지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날 만난 뮤지컬 동아리도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뮤지컬의 역동성 만큼이나 동아리방은 열정이 넘쳐났다.
이 동아리는 결성된지 얼마되지 않는다. 뮤지컬 안무에 관심이 많았던 강진주양(19)은 뜻이 맞는 친구들을 규합해 동아리를 만들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진주는 안무가 겸 뮤지컬 배우가 꿈이다. 진주는 이를 위해 외부 오디션을 준비중이다.
"꿈이요? 유명한 배우가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사람들이 저를 봤을 때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라고 생각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스스로 유명세보다는 실력을 갖춘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진주는 이미 그 실력이 상당해보였다.
뮤지컬 동아리방을 나와 화장실 벽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만났다. 이른바 <똥간러브하우스 프로젝트>란다.
친환경 화장실의 벽을 창조적 공간으로 탄생시키고 있는 그들은 예술동아리 '예아'다. 부원인 권수인(18)양은 '예아'와 재활용품을 이용한 창작 동아리 'D&C'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미술에 흥미가 있다는 수인이는 이러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세계를 만날 수 있다며 동아리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D&C'에서 만들어진 작품들은 근처 쉼터나 노인 회관에 기증되어 활용되고 있다니, 지역사회를 위해서도 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운동장에서는 축구 동아리의 연습이 한창이다. 소리를 외치며 다른 부원의 움직임을 지도해주는 임승진(19) 군은 축구 동아리의 회장이다. 다른 학교에도 많이 있는 축구 동아리지만 승진이는 자신들의 동아리가 다른 학교의 축구 동아리와 다르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즐기는 거죠. 외부 대회도 나가지만 다른 학교의 동아리처럼 성적에 울고 웃지 않아요. 부족한 부분은 서로 가르쳐주고 도와가며 즐겁게 하는 것이 좋은 거죠."
늦은 나이에 축구를 시작했기 때문에 선수를 지도하는 감독이 꿈이라는 승진이는 그래도 외부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 밖에도 푸른꿈고등학교대안교육 다시 보기에는 풍물, 댄스, 밴드 등 다양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역시 부원들 스스로 만들어낸 동아리라는 것. 부원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단어 역시 '자발적', '스스로'였다.
무주 푸른꿈 고등학교의 동아리의 특징이 이 두 단어로 집약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실 ‘자발적'과 '스스로'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의미는 각별하다.
"놀면 안돼요.", "맞아요. 놀 수가 없죠." 놀 수가 없다니. 대안학교의 특징을 꼽는다면 일반적으로 자유로움이 우선일 것이다.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제도권 교육과의 차이로 ‘보다 더 자유로운’을 꼽는다.
"사실 제도권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아이들에 비해 우리는 우선 시간이 많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야하죠. 이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낸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를 위해 어떻게 시간을 투자하고 활용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셈이죠.”
자기 철학이 확실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지 않은 생각이 밀려왔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 제도권 교육의 틀로부터 '도피한 아이들’이란 선입견이 미안했다.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이 아이들에게 ‘대학’은 그리 중요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그 미래를 향한 꿈에 자신을 걸고 있었다.
푸른꿈 고등학교 동아리는 단순히 취미활동을 위해 제도화된 특별활동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자신의 꿈을 실현해나가기 위해 열어둔 새로운 통로였다.
미래를 위해 대안학교를 선택하고 스스로의 꿈과 열정을 향해 능동적으로 개척해나가는 그들. 우리 사회의 건강한 '대안'을 이들에게서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