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 |
[저널초점] 미국의 공교육 제도
관리자(2009-05-08 14:04:44)
다양한 학교의 부럽기만한 창의적 교육
박세훈 전북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미국은 건국 초기부터 식민정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지역사회가 그 책임을 지는 역사적 전통에 따라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다양하고 분권화된 교육체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공교육 제도를 한 마디로 단정하여 말하기는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교육체제가 중앙정부의 획일적인 통제 하에 전국적으로 획일화되어 있는 것과 매우 대조된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학교 수는 학교 급별로 한개 뿐이라고 말한다. 즉 초·중·고등학교가 각각 한 개 라는 것이다. 이는 전국의 모든 학교들이 중앙에서 정해준 하나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있고, 교사·학부모·학생 모두 한결같은 교육목적을 향해서 매진하고 있는 모습을 풍자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양성해야 할 미래형 인간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인재임을 감안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제도는 적지 않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공교육도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으며, 이를 개혁하려는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학교와 창의적인 교육을 중시하고 있는 점은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차제에 미국의 공교육제도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의 초·중등 교육은 12년간의 의무교육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학교체제는 주와 학구마다 달라 다양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초등교육 기간이 6-8년이며, 중등교육기간은 4-6년이다. 대개 마지막 4년을 고등학교로 간주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학들이 학생을 선발할 때도 고등학교 단계인 마지막 4년의 내신 성적을 요구한다. 미국의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우리의 중학교 3학년 성적부터 반영됨을 알아야 한다.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초·중등학교의 단계도 10가지 정도로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단계가 8-4제, 4-4-4제, 6-2-4제, 6-3-3제 등이다. 건국 초창기 미국의 교육제도는 유럽의 전통을 따라 8-4제도가 기본이었으나, 20세기 이후 6-3-3제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기본 학제인 6-3-3-4제도는 미군정이 지배하던 시기에 미국의 학제를 본받아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일반적으로 유치원부터 12학년까지의 K-12제도가 원칙이며, 무상 의무교육이다. 그러나 의무교육이라고 하여도 우리나라처럼 강제교육은 아니다. 영·유아교육에 대해서는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 입학 전 1년간의 유치원 교육과 0~3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보육시설(nursery school, daycare center, childcare center 등의 다양한 이름으로 불림)에서 5세 이전의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중등학교를 마치고 입학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는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2년제의 공립 전문대학(community college), 사립 초급대학(junior college), 직업기술학교 등이 있으며, 4년제 학사과정인 대학과정과 대학원과정(석사, 박사학위 과정), 박사후의 연구과정 등이 있다. 대학과정에는 종합대학(university)과 문리대학(liberal arts college)이 있다. 문리대학은 학사학위를 수여하는 학부중심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종합대학 못지않게 일부 명문대학에 속하는 대학들이 있다. 대개의 인문대학은 사립대학이다.
미국은 특정분야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이는 영재학생이나 보통의 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개발해주기 어려운 학생에게 특별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재교육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재교육의 구체적인 교육기법으로는 압축교육과정 운영과 조기입학 등이 있다. 그리고 영아부터 21세까지 장애를 가진 모든 학생들이 그들의 필요에 따라 특별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즉 공교육 차원에서 장애학생이 접근 가능하도록 법안을 만들어 그들의 교육과 취업을 보장하고 있다.
공립 초등학교의 평균 학생 수는 약 450명 정도이며, 중등학교는 이보다 약간 많은 700명 정도이다. 주마다 약간 다르긴 하지만, 공책과 필기구를 제외하고는 무상교육이다. 연간 수업일수는 180일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개 8월 말에 시작하여 다음 해 5월 말까지 수업이 진행된다. 12월 중순을 전후하여 2주간의 겨울방학이 있으며, 3월 말이나 4월 초에 1주간의 봄방학(spring break)을 한다. 학교의 수업은 7시 30분부터 8시 사이에 시작하며, 오후 3시 전후하여 모든 수업이 종료된다. 고등학교가 중학교나 초등학교에 비하여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는 학급담임제로 운영되며, 중등학교는 교과담임제로 운영된다. 수업시간과 휴식시간은 일정하지 않으며, 대개 한 두 번의 운동장에서 노는 휴식시간을 갖는다. 원칙적으로 학교급식을 하지만, 집에서 도시락을 가져오기도 하며, 가정형편에 따라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아침과 점심을 학교식당에서 제공한다.
학교나 교육구청은 일반적으로 주가 정해준 교육과정 지침에 따라 학생들이 이수할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채택한다. 주와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9학년부터 12학년에 이르기까지 4년간의 영어, 4년간의 역사나 사회, 3년간의 과학, 2년간의 외국어, 2년간의 미술, 4년간의 직업기술교육, 1년간의 컴퓨터 교육, 2년 내지 3년간의 기타 교과를 이수한다.
미국의 대부분의 주들은 수학, 과학, 사회 과목 등에 대하여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기술한 학업기준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교육개혁 조치라고 할 수 있는 낙오학생방지(NCLB)법에 의하여 각 학교들은 학생의 성취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있다. 상급 학년으로의 진급은 학생들이 취득한 점수 등급을 기초로 하여 엄격하게 이루어지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위하여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주들도 많다.
공립학교는 원칙적으로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학생을 배정하는 학군제에 의해 학생이 학교에 배정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학부모에게 학교를 선택하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학교선택제를 채택하는 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학교선택제가 가능하고 확산되게 된 배경에는 공립학교의 대안으로 나타난 자율학교인 헌장학교(charter school)나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특수학교(magnet school) 및 사립학교가 있으며, 바우처(voucher)와 같은 독특한 예산지원 방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현재 사립학교에 재학 중이며, 미국의 사립학교는 80% 정도는 종교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다. 사립학교의 년간 수업료는 학교마다 차이가 심한 편이며,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의 수업료가 싼 편이다. 사학에 대한 통제는 전혀 없으며, 종교단체나 독립된 법인의 이사회에서 학교 운영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