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 |
[저널초점] 대안교육과 공교육, 그 관계
관리자(2009-05-08 14:04:03)
줄세우기는 이제 그만
지난 2월호를 시작으로 그동안 도내 대안교육현장을 돌아보았다. 새 정부 출범과 교육감선거 등으로 교육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2008년 일제고사실시로 촉발된 문제는 해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19세기에 시작된 근대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에 그 목표가 있었다. 따라서 개인의 개성은 무시될 수밖에 없었고 철저히 산업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양성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그러나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 와서는 개개인의 능력과 자질의 계발이 더욱 요구된다. 매년 학교현장을 이탈하는 학생들이 5만 여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사실은 우리 교육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원인은 하나 학벌위주의 사회구조다. 출신대학에 따라 취업을 비롯한 사회적 인생이 결정되는 사회구조가 입시위주교육을 잉태한 것이다. 고등학교 때 성적이 인생을 결정하는 현행 사회구조가 문제인 것. 이번호는 그 마무리로 대안교육의 현황과 우리 교육제도의 모태가 되었던 미국의 교육제도를 돌아보았다. 또한 수요포럼에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여 독자들에게 교육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대안교육 다시 보기
그들을 바라보는
인식부터 바꿔라
박영래 중앙대 강사, 교육학
대안학교도 교육의 한 영역이다
초등학교가 생긴 지 백년이 넘었고, 그와 더불어 확립된 제도권교육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서 대안학교들이 생긴 지도 십년이 넘었다. 대안학교는 우리 사회구조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학교개혁운동의 일환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대안학교 중 하나인 간디학교의 양희규교장은 “입시위주학교를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학교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 후 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증대됨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학교와 대안학습공간들이 각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각종의 대안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약 5,000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학교에서 이탈한 학생들의 10%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대안학교보다는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명분 아래 대안학교에 대한 지원이나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의 공교육이 실패했다는 객관적인 증거를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공교육위기를 말하는 것은 어부성설이 아닐까 한다. 현행 공교육의 문제는 입시제도와 이를 위한 사교육의 문제이지 공교육 시스템의 문제는 미비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교육수요자의 욕구충족과 다변하는 사회환경에 발맞춰 공교육에서 이탈하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교육제도가 필요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즉, 대안교육은 국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요구되는 교육의 한 영역인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대안학교도 종류가 있다
공교육제도와 비교하여 교육철학과 시스템을 달리하는 대안학교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크게 교육인적자원부의 인가여부를 기준으로 인가형학교와 비인가형학교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특성화학교와 위탁형 대안학교가 인가형학교의 범주에 들어가며, 비인가형학교는 초중등학제별로 도시형과 전원형 대안학교가 존재하며 통합학제로 운영되는 통합형 대안학교도 존재한다. 아래에서는 간략하게 이들 학교를 살펴보도록 한다.
·인가형 학교-특성화학교와 위탁형대안학교
1998년 성지학교와 간디학교 등 총6개교가 지정되면서 시작된 특성화학교는 인문계, 실업계, 특수목적고 등 세 가지 유형의 고등학교형태에서 벗어난 새로운 유형의 고등학교이다. 2002년 이후로는 특성화중학교까지 개교하게 되면서 2006년 말 현재 특성화학교는 모두 28개교이며, 중학교 7개교, 고등학교 21개교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학교 중 70% 정도가 종교단체에서 설립한 학교들이며 기타 시민단체나 교육청에서 설립한 학교들이 있다. 다양한 교육을 하기 위해 도입된 특성화학교는 제7차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개성 있는 교육과정운영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특성화중학교의 경우 약 30%,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70%까지 기존의 교과과정과는 다른 각 학교별 특성에 맞는 교과를 편성, 운영, 교육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교육은 일반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중 학교가 맞지 않는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기관에 가서 학습을 해도 출석으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전학과 다르게 소속 학교에 학적을 두고 위탁형 대안학교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면 소속 학교에서 졸업장을 받게 되는 제도이다.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대안교육체제의 하나로 1990년대 후반에 학생들을 제적시키지 못하도록 한 조치 이후, 학교 부적응 학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게 되면서 도입되었다. 학생의 위탁 기간은 통상적으로 1년이며, 위탁 기관장과 소속 학교장이 협의하여 연장이 가능하다. 위탁형 대안학교는 전체 교육과정 중 국민공통기본교과의 3분의 1만 이수하면, 나머지는 인성과 진로 분야의 다양한 교과를 배치할 수 있다. 따라서 위탁대안교육기관의 수업내용은 주로 체험활동에 많은 시간을 배정하고 보통 교과시간은 최소로 편성한다.
·비인가형 학교
1990년대 후반부터 기존 교육제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이러한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도 지속적인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 시초는 1997년에 개교한 간디 청소년학교다. 이후 비인가 대안학교 설립이 확산되게 되었다. 2000년을 전후하여 특성화학교의 설립이 증가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는 도시형 대안학교가 설립되고 지방에서는 전원형 대안학교들이 1997년 이후 매년 1개교씩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대안학교의 재정은 학생들의 부담금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 1인당 월 평균 70여만 원, 연간 평균 845만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이들 대안학교는 정형화된 공교육과 특성화학교의 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학교 및 학생들의 상황에 맞추어 무학년 통합과정을 추구하고 공통적인 교육목표는 학습과정과 삶을 일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하고 체험학습과 노작교육 및 인턴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안학교는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양적인 규모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였으나, 전체 공교육과 비교하면 단 1%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인하여 수익자 부담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안정적인 교사의 확보 및 시설의 개선, 지속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이 중요한 과제로 남겨져 있는 형편이다.
대안교육을 선택하는 아이들
대안교육은 선택사항이다. 스스로 선택한 만큼 교육의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고 이를 감당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실 대안교육에서도 선택의 주체는 학생들이라기보다는 학부형들이다. 초기에는 공교육에서 이탈한 학생들이 주로 대안학교를 찾았으나 이제는 학부형들이 학생들에게 권유하는 형태가 태반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안교육이 우리 사회에서 일정 정도 뿌리내리기 시작했다는 반증이자, 그 교육모델이 신뢰를 제공하고 있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내몰리다시피 나오는 학생들 중 부모의 지원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 가출청소년의 길을 가게 된다. 부모의 지원이 있는 경우 선택하게 되는 것이 비인가 대안학교로 전출하게 된다. 경제적인 지원이 가능한 경우에는 기숙형 대안학교를 선택하게 되는데 초창기 종교계통의 특성화 대안학교들은 대부분 기존 학교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찾는 최후의 보루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부모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 현장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새터민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특성화학교인 한겨레중고등학교 이외에도 교회 등 민간부분에서 설립된 곳들도 있다. 또한 대안학교가 널리 자리잡으면서 일반학교에서는 소외되기 쉬운 경증의 장애아동들이 대안학교를 찾는 경우도 늘고 있고,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들을 일반학생들과 통합하여 교육하고 있으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특수교사를 따로 두지 못하는 곳이 태반인 상황이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논란거리를 일으키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지원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국제결혼을 통한 농촌가정의 자녀들을 위한 대안은 현재는 미미한 수준이나, 이 아이들이 학교에 진학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에 대하여 대안교육영역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본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의 보완재다
19세기 초 프로이센에서 시작된 근대 학교교육은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을 길러내는데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 문제점으로 인하여 서양에서는 이미 백여 년 전부터 주체적 인간교육을 위한 다양한 학교가 문을 열게 된다. 1921년에 설립된 영국의 섬머힐, 1919년에 세워진 독일의 발도르프학교가 대표적이다. 섬머힐학교의 경우는 세계적으로 프리스쿨이 생겨나는데 큰 영향을 미쳤는데 미국의 크롱라라, 서드베리를 비롯하여 일본의 키노쿠니학교, 태국의 무반덱학교 등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발도르프학교의 경우에는 전 세계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학교 수는 무려 7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1980년대 이후로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제공하고 다양한 청소년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시도된 캠프나 주말학교 또는 방학을 이용한 계절학교 등을 통한 작은학교운동이 대안교육의 시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앞서 밝힌 바와 같이 1997년에 설립된 간디 청소년학교는 전일제 대안학교의 효시로서 한국대안교육사에 있어서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다. 이를 통해 제도권내부에서 특성화학교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대안학교가 시작된 지 불과 10여 년이다. 대부분의 대안학교들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고민거리는 재정문제이다. 대안교육을 공교육의 대척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문제가 있다. 대안교육은 공교육이 풀지 못하는 부분을 담보해내는 상호보완적인 학교라는 인식을 먼저 가져야만 할 것이다. 대안학교가 마치 혐오시설처럼 인식되어 주민들의 반대에 따라 설립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다.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에서부터 시작하여 교육당국은 공교육에 대한 보완으로서 대안학교의 성격을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소년 누구 하나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