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5 |
[문화칼럼] 4대강 정비사업으로 환생하는 경부운하
관리자(2009-05-08 14:03:25)
4대강 정비사업으로 환생하는 경부운하
김진태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정부는 지난 4월 27일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7개 정부부처 및 기관장, 4대강 유역 자치단체장, 그리고 민간전문가들이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 대회를 개최하였다. 주요 목적이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원할한 추진과 주변지역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하는데 과연 진지하고 실현가능한 방안이 도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4대강 정비사업이라는 것이 결국 경부운하를 추진하려다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했던 상황을 반전시키려는 의도가 처음부터 내재된 태생적 한계를 가지기 때문이며 2012년까지 4대강의 90%이상을 2등급인 좋은 물상태로 만드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할런지 심히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정부가 4대강 살리기를 명분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의 핵심내용을 보면 물확보, 홍수방어, 수질개선과 생태복원, 주민과 함께 하는 복합공간 창조, 그리고 강중심의 지역발전을 거론하고 있는데 첫째. 12.5억㎥의 용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에서는 2011년 약 8억㎥, 2016년 약 10㎥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강 3개(0.4억㎥), 낙동강 8개(6.5억㎥), 금강 3개(0.4억㎥), 영산강 2개(0.3억㎥)등 4대강지역에 보 16개를 설치하여 7.6억㎥의 물을 확보하고 주변경관을 고려한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하여 지역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고 어도 등 친환경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소규모의 다목적 댐인 송리원 댐(2.0억㎥), 보현댐(0.2억㎥)을 비롯하여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결하여 0.3억㎥을 확보하고 기존의 농업용 저수지 18,000여개중 환경영향과 수몰면적이 적은 한강 12개(0.1억㎥), 낙동강 31개(1.0억㎥), 금강 31개(0.6억㎥), 영산 섬진강 22개(0.7억㎥) 등 모두 96개를 증고해 2.4억㎥을 확보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이는 체계적인 물수요에 대한 분석과 제시없는 막연한 목표치에 불과하며 소중한 물자원에 대한 안전한 수질대책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근거제시가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홍수방어를 위한 홍수조절능력을 8.9억㎥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200년빈도 이상 홍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퇴적토 5.4억㎥ 준설과 홍수소통공간을 확보하여 홍수위를 1~5m 저하시킴으로써 제방누수와 하천범람을 방지하는 신개념 치수대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홍수조절지 2개(담양, 화순), 강변저류지 3개(영월, 여주, 나주), 댐 3개 건설과 농업용 저수지 96개 증고로 홍수조절능력을 3.4억㎥ 향상하고 노후제방 573㎞를 리모델링(보강)하여 안전도를 증대시키며 하구둑 배수문 증설로 낙동강 홍수위는 1.1m, 영산강은 0.3m의 저하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4대강정비를 통해 하폭을 늘리고 수량을 확보한다는 계획과 상충되는 점이다. 자연적인 하천폭 유지와 여유공간을 확보하는 은 현재의 농경용지를 매입하거나 휴경유도를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수질개선, 생태복원으로 2012년까지 2급수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불과 3년이라는 시간안에 오염도가 높게 유지되는 34개 유역을 중점관리하여 90%이상을 좋은 물 상태로 개선하고 생태하천 695㎞를 조성하며 하천내 농경지(6,400만㎡) 정리와 친환경 영농유도로 농약, 비료 등의 직접 유입을 차단시키며 4대강 본류에 직접 유입되는 지방하천을 정비하여 효과를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천의 상류, 중류와 하류지역을 구분하는 물리적인 하천구조상 모든 하천을 2급수수준으로 한다는 것은 현재 제시된 사업규모나 4대강 주변에 대규모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사회적 여건이나 자연여건을 도외시한 발상에 불과하다. 특히 하천구성원의 생태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할 경우 현재의 사업은 별 성과없는 부실한 사업에 그칠 공산이 크다.
넷째, 주민과 함께 하는 복합공간 창조계획이다. 하천을 생활, 여가, 관광, 문화, 녹색성장 등이 어우러진 친환경적 복합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강의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을 1,411㎞ 설치하고 추후 국도와 지방도를 활용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녹색교통을 활성화시키고 도시지역은 여가 휴식공간으로 제공하며 습지탐방 강변트레킹 등 다양한 형태의 체험관광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다. 아울러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녹지벨트 조성을 통한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를 기대하는 계획이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저감방안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과 정책과 연계되는 부분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여가활용이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은 4대강주변 주민들의 활용이나 강변체험관광의 수요에 대한 구체성없이 목적달성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강중심 지역발전 계획이다. 다양한 4대강 연계사업을 발굴하여 지역발전과 경제활성화를 초래하겠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대강 주변 역사 유적, 유물을 복원하고 문화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문화가 흐르는 4대강을, 농림수산식품부는 4대강주변 농촌지역을 명품마을로 조성하고 국토해양부는 수변공간을 활용하여 기존 도시를 활력있고 매력있게 정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을 근간으로 한강은 남한강 홍수방어 대책과 레저관광 활성화 기반을 마련하고 낙동강은 물 부족과 홍수피해를 대비하여 준설, 댐건설을 추진하며 금강은 생태복원과 백제문화유산을 연계한 지역발전을 추진하고, 영산강은 홍수방어 대책과 수질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프로젝트를 밝히고 있다. 섬진강은 자전거길, 생태하천 조성 등 자연환경 보전위주의 활용을 국토해양부가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4대강 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해 4대강별 보상센터를 설치, 운영하면서 지역업체를 최대한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 지역의무 공동도급제를 확대하거나 일부사업은 지자체가 위탁 발주할 수 있도록 조처할 것이며 4대강 살리기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에 대한 종합계획을 2010년까지 수립하여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4대강 살리기 계획은 도시중심의 개발이나 막연한 목표제시에 불과하다. 충분한 예산과 계획없이 사업계획을 발표한 후 마스터플랜을 마련한다는 것은 일의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보상센터 운영계획도 재원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소용없기 때문에 보다 심도있는 분석과 검토가 요구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4대강 사업이 계획기간내에 법령이 정한 환경평가를 이행하기 위해 환경청별로 2009년 1월부터 4대강 살리기 평가단(87명)을 구성하였으며 4대강 수질오염 통합방제센터를 설립하여 부유토사 발생, 취수원 및 생태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착공전에 수립하겠다고 하였다. 또한 4대강 수질개선을 위해 당초 물환경 관리기본 계획(2006-2015)에서 정한 좋은 물 달성목표(2015년 85%)를 2012년 90%로 초과달성하기로 변경하였다. 이밖에 총인(TP) 오염도 저감을 위한 COD TP 하천환경기준 신설, TP 총량제 시행, 환경기초시설 방류수 기준 선진화, 도시유수지 생태복원 및 보 설치유역을 비점오염관리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비점오염 저감대책을 집중 추진하기로 하였다. 본류로 유입되는 지류의 자정능력 제고와 수생태계 복원을 위해 4대강의 근원인 실개천 500여개소를 깨끗한 개천으로 복원하는 계획안을 마련하고 지역주민들이 이용하도록 물환경 테마파크를 4대강 수계별로 조성하기로 하였다. 4대강 본류에 직접 유입되는 지방하천을 2011년까지 정비하고 나머지 지방하천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2010년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4대강 사업추진에 따른 수질환경영향을 과학적 예측모델링으로 수질 및 수생태계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2009년 5월에 수립될 마스터플랜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우리나라 환경에 대한 마지막 보루라는 믿음을 제시해야 할 환경부 입장으로 보기에는 너무 실망스러운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4대강 살리기 사업내용과 문제점의 골자는 운하의 구간별 수량확보 역할을 담당할 16개의 보를 신설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국가적 차원에서의 물확보 필요성보다는 우선적인 사업착수와 운하건설에 중심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증가와 공업용수의 수요량에 대한 산출근거와 이에 따른 강수량과 기후변화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사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지역을 선정한 후 목표달성을 추진하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라고 할 때 지금의 상황은 매우 비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기후변화로 인한 물수요에 대한 요구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부실한 준비와 사업추진에만 급급하다보면 원래의 목적은 사라지고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성과없는 결과로 귀착될 수 있다. 국민들이 우려하는 바가 매우 크고 그러한 걱정을 해소할 만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4대강의 소중한 물자원을 단순한 사업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명심하여 경부운하의 전철을 밟지않기를 바란다. 4대강이 경부운하의 환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해소시킬 수 있는 충분한 준비와 사업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