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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 |
[서평] <오합지졸 배구단 사자어금니>
관리자(2009-04-06 10:10:26)
누구나 행복한 삶을 가꿀 수 있는 아름다운 세상 고은주 마사코는 외국인 며느리 배구단들인 사자어금니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아, 언젠가는 우리를 한국인이라고 해 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조금만 더.......” 이 책을 펼쳐 본 순간 ‘어, 우리 전북지역 이야기네. 작가가 이 고향 사람일까?’하며 읽는데 너무 반가웠다. 하지만 작가 소개를 보니 그건 아니었지만 내 어린 시절이 깃든 고향 정읍에서 펼쳐진 이야기라 더욱 애정을 느끼며 머릿속에 사진을 보듯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동화에 나오는 전라도 사투리에 고향 이야기, 그리고 곁에서 보았던 결혼 이주 여성들의 삶도 나오고 그리고 우리 아이 학교에도 있는 ‘어머니 배구단’이야기도 그려져 있었다. “아들, 이리 와봐. 정말 신기하다. 내장산 연지봉도 나오고 동화책에 우리가 아는 마을들이 나오니 진짜 재밌겠지?”하면서 관심을 더 가지고 읽었다. 우리가 요즘은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되는데 주로 외국인 근로자가 우리나라에 산업 연수생으로 오면서 가정을 꾸리게 되든지 아니면 불법 취업 이민자로 일하다가 결혼 하게 되면서 그런 것 같다. 또 농촌에서는 젊은 총각들이 장가를 못 가게 되자 이들을 대상으로 동남아 지역 여성들이나 연변 조선족, 멀리 우즈베키스탄여성들을 소개하는 국제 결혼 주선 업체까지 생겨나서 더욱 다문화 가정이 늘었다. 또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기도 하였다. 우리 시골 마을에도 결혼 이주 여성들이 여러 명이 살고 있는데 여기 나오는 ‘레티’처럼 순탄하게 사는 집도 있지만 온 몸과 마음이 멍든 삶을 꾸리고 불행하게 사는 ‘마라테스’도 있다. 또 ‘보랏’처럼 형편이 넉넉한 사람도 살지만 필리핀 여성에게 사기 결혼을 당해 신혼 여행에서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가 집을 나가 빚지고 혼자 사는 사람도 보았다. 어떤 이유로 여기 멀리 까지 와서 살게 되었는지 잘은 모르지만 대부분 그들이 살던 곳은 가난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정을 돕고자 선택한 결혼이어서 사랑과 애정보다는 의무로 사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마라테스처럼 힘든 농사에 시달리고 집안에서 조차 힘든 결혼 생활을 위로 받지 못하고 늘 가슴앓이 하며 지내는 사람도 보았다. 나라가 달라 말이 통하지 않고 음식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시어머니의 구박도 심해지고 남편과 대화도 못하면서 서로가 불만을 가지고 사는 경우 어느덧 남편의 폭행에 시달리다 지쳐 집을 몰래 나가 이혼을 하는 가정도 있다. 하지만 <오합지졸 배구단 사자어금니>에서는 농촌에 시집와서 고생하는 그들의 현실적인 삶도 잘 그렸지만 부정적이고 어둔 그늘보다도 무지개 빛깔의 희망을 그려 내었다.비록 배구단에 들긴 했지만 꼭 시합에 이기기 위해서 힘들게 시간을 내어 모이는 것이 아니다. 머나먼 이국에서 낯설고 힘든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서로 위로하고 나누고자 배구단을 결성하면서 많은 이야기가 전개 된다.준수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산후 조리를 잘 못해 죽은 엄마를 항상 가슴에 품고 살기에 새 엄마인 레티에게 정도 주지 않고 엄마라 부르지 않지만 새로 얻은 동생 남희를 데리고 레티가 연습하는 배구단을 따라 다니면서 많은 사건을 통해 철이 들고 새 엄마에 대한 마음의 벽을 허물게 된다. 또 일찍 죽은 며느리를 생각하며 더욱 새 며느리를 아끼는 준수의 할머니나 나이가 어린 아내를 얻고 항상 조심스레 애정을 표현하는 준수 아빠, 그리고 짱이 누나의 남편 웅석이 아저씨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이들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라와 민족, 말과 문화가 달라 서로 힘든 생활을 하지만 눈빛과 행동으로 서로를 아껴주고 조금 더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그 나라의 전통과 말과 음식을 배우는 노력을 보며 새로운 희망을 던져 주었다. 또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게 되는 고통을 유진과 유성 그리고 준수를 통해 풀어 간다. 튀기라고 놀림당하고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의 고통스런 마음이 이 책을 통해 잘 그려져 있다. 특히나 우리와 민족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 그 곳에서 시집온 마사코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해 자꾸 비뚤어진 행동을 하는 유성을 볼 때 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지만 여전히 이방인으로 취급받을 때 대한민국으로 인정을 받기까지 얼마나 높은 산을 더 넘어야 하는지 보랏의 고백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마사코는 외국인 며느리 배구단들인 사자어금니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아, 언젠가는 우리를 한국인이라고 해 줄 거야.” “조금만 기다리면. 조금만 더.......” 오늘도 열심히 사자어금니 배구단에서 땀을 흘리고 뛰고 있을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해서 힘찬 응원을 보내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난 날 결혼 이주 여성들에 대한 속 좁은 내 편견을 반성하게 되었고 또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도 우리 모두가 따뜻한 손길과 애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합지졸 배구단 사자어금니 화이팅! 고은주/ 전주에 살고 있으며 동화읽기를 좋아한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어린이 도서 연구회 전주지회 교육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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