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4 |
[문화현장|문화포럼 異共] 다르지만 같은 공동의 문화를 일군다
관리자(2009-04-06 10:09:07)
다르지만 같은 공동의 문화를 일군다
윤영래 편집장
다양성의 시대다. 한국사회도 단일민족의 신화에서 벗어나 다민족국가와 다문화국가로 변화해 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같은 가치를 찾아내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업도 성별도 다르고 연령층도 다양하지만 지역문화의 발전이라는 공동목표를 위해 모인 사람들. 문화포럼 ‘이공(異共)’이 바로 그들이다.
‘이공(異共)’은 2005년 창립됐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와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 열정을 모두어 내겠다는 의지가 ‘이공’이라는 이름에 고스란히 담겼다.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기 시작한지 벌써 4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거쳐 갔지만 지금은 2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공’의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회원들의 결속을 위해 한 달에 두 번 모이는 정기모임을 철저히 지켜가는 ‘이공’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는 ‘정기모임 출석’. 잦은 결석이 이어질 경우, 회원들과 임원진 회의를 거쳐 휴식(?)을 권고한다. 일시적인 퇴출(?)인 셈이다.
“처음 ‘이공’이 모였을 때는 단순히 공부하는 모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공부가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하는 지금은 저희가 직접 텍스트를 생산하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진행할 과정을 마지막 3단계랄 수 있겠는데 지역문화에 대한 아젠다를 설정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는 것이 그 목표입니다.”
회장 김동영(전북발전연구원)씨는 “회원들이 속해 있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이슈를 발굴해 공부하고 그 대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공’의 현재 과제”라고 소개했다.
‘이공’은 이 목표를 위해 ‘1인 1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별 주제를 정해서 팀별 1차 스터디를 하고 발표한 후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과 제안사항을 보완하여 최종적으로 프로젝트를 완성한다. 개인적 연구 과제가 공동의 작업으로 보완된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1인 1프로젝트’는 20여명 회원들의 전공특성을 반영하듯 주제가 다양하다.
‘시민문화예술동호회의 활성화 방안모색’, ‘공공미술’, ‘관립공연장의 운영실태에 관한 연구’, ‘축제마케팅’, ‘예술인의 복지증진을 위한 연구’, ‘전주시립국악단의 발전방향 제안’, ‘전주 음식축제의 모델개발과 방향설정’을 비롯해 대부분이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담아내는 주제들. 그만큼 건전한 대안세력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이공’의 정기모임은 월 2회. ‘1인 1프로젝트’와 지역의 문화이슈를 주제로 삼아 토론한다.
3월 정기모임 이슈토론회 현장(23일). 이날 주제는 ‘문화의 집 운영의 쟁점 및 대안’. 삼천문화의 집 이수영 관장의 발제와 회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12명의 회원이 참석한 이날 토론회는 기대보다 훨씬 더 진지하고 깊이 있게 진행됐다.
한민욱(민예총 전북지부 사무국장)씨는 “주민자치센터는 이미 개발된 기성품을 관리적 측면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문화의 집은 창의적 예술공동체와 같은 창의적 개발집단이어야 한다. 문화매개자를 발굴하여 문화적 주민자치를 이뤄내는 것이 문화의 집이 가져야 할 최종목표라고 본다”며 문화의 집이 갖는 정체성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선(전주시립국악단)씨는 “문화의 집도 지역실정에 맞는 대표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주민자치센터와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주민자치센터와 문화의집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에서 문화의 집이 추구해야할 목표를 제시했다.
이외에도 “문화의 집은 지역에서 문화민주주의를 확립할 수 있는 수단”(김동영), “부안 생태문화활력소와 같은 생활친화형문화공간조성사업이 필요”(이수영), “문화의 집은 주민자치센터와는 다르게 참여주민들의 창의적 역할에 초점”(이선희) 등을 비롯해 문화의집이 지향해야 할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사실 ‘1인 1프로젝트’ 못지않게 ‘이공’은 ‘이슈토론’에서 큰 결실을 얻었다. ‘1인 1프로젝트’가 회원 개개인이 관심을 갖는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에 그 목적이 있다면 ‘이슈토론’은 각 시점에서 지역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문화계의 현상들을 바로 잡아내고 논의한다는 데에서 그 장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한국 교향악단 운영조직의 현황 및 개선방안’, ‘내외국인 관광객의 기념품 구매속성이 재구매의사에 미치는 영향’, ‘사회성 여가 발굴 및 활성화 방안’, ‘전라북도문화예술위원회 설립 및 운영방안 연구’, ‘휴대전화와 문화’, ‘대중예술과 문화정책, 그리고 미학’, ‘예술기능론-전자오락게임’ 등. ‘이공’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적 지평을 볼 수 있다.
‘1인 1프로젝트’와 ‘이슈토론’을 통해 현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과 거기서 드러나는 실질적인 문제들을 다양한 시각으로 분석해내는 ‘이공’은 지역문화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가고 있는 모임. 열공(?)하는 이들 문화활동가들로부터 전북문화의 내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이공’의 활동은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cf20)에서 만날 수 있다.
부회장은 구혜경(공공제작소 심심)씨가 인터넷카페는 정훈(전주역사박물관)씨가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