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9.4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04-06 10:03:11)
고운 손수건 한 장, 이렇게 멋지고 예쁜…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곱게 접어 함께 붙인 하얀 손수건♩” 딱 한번 손수건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10년도 더 된 일이라 이름도 얼굴도 가물가물 하지만 갓 스물을 넘긴 앳되고 예쁜 아가씨였다. 같은 회사지만 하는 일이 달라서 가끔 지나다가 인사나 나누곤 했었는데 초록이 무성하던 어느 날 수줍은 표정으로 곱게 포장한 손수건을 내밀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단순한 호의인지 아니면 뭔가 수습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더 당황스러웠다. “그냥 주고 싶어서요” 라는 아가씨의 말과 손수건을 아내에게 전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감사한 마음을 책 한 권과 차 한 잔으로 보답했고 그녀는 그해 여름이 가기 전에 회사를 그만뒀다. 선물 받은 손수건도 자연스럽게 옷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의 손수건은 그렇게 아무 일없이 잊혀졌다. 이처럼 시간을 조금만 더 거슬러 오르면 손수건에 관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에게나 있게 마련이다. 여학생들은 잘 다려진 하얀 면 손수건을, 코흘리개 아이를 둔 엄마는 가재 손수건을, 아빠들은 체크무늬가 있는 신사용 손수건을 군인들은 국방색 손수건을 썼다. 손수건은 일하면서 흘리는 굵은 땀방울과 애면글면하면서 흘리는 눈물과 작은 감동에 겨운 콧물을 닦아냈다. 재채기, 콧물, 코 막힌 데는 약도 약이지만 손수건은 없어서는 안 될 소지품이었다. 청춘 남녀들에겐 사랑의 시작을 알리는 작업의 도구로, 이별의 증표로 쓰여 졌다. 긴장한 얼굴에 어설프게 줄을 선 입학식을 상징하는 것도 바로 가슴에 단 손수건이다. 그때는 왜 그리 코를 많이 흘렸는지, 꼬마들을 코흘리개라고 불렀으니 말이다. 잔치에 다녀오신 할머니가 가재 손수건에 싸 온 과자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하지만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소비가 늘면서부터 손수건은 네프킨과 티슈에 자리를 내주기 시작했다. 언제 어느 장소든 손수건을 대신하는 물건들이 지천이다. 식당에 가면 손 닿는 곳에 네프킨이 있고 화장실에는 핸드타올은 물론 핸드드라이어기도 있다. 사무실에서도 양치를 한 후에도 손과 입을 닦는 티슈를 사용하기도 한다. 쓰레기 분리배출 봉투에서 재활용품 비율을 분리하고 나면 상당수의 양이 바로 화장지다.     마치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에티켓이라도 되는 양 집에서나 사무실에서도 거리낌 없이 화장지를 쑥쑥 뽑아 쓴다. 이렇다보니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은 고리타분해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손수건이 잘 쓰지 않을까? 그것은 바로 불편함 때문이다. 물론 편하기로 따지면 손수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거의 매일 손수건을 바꿔야하니 챙겨주는 사람도 귀찮고 챙기는 사람도 깜박하기 쉽다. 몇 번 쓰지 않아도 금방 젖거나 더러워진다. 코라도 한번 콧물을 풀어야할 때는 참 망설여질 것이다. 때마침 환경연합에서 손수건 캠페인을 하자고해서 필자도 오랜만에 손수건을 꺼냈다. 화장실 이외에는 티슈를 쓰지 않기로 결심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물을 마시면서 남모르게 살짝 입 주위를 훔쳤다. 아무래도 점심의 흔적 고춧가루가 손수건을 빨리 더럽힐 것 같아서다. 커피를 마신 후나 말을 많이 해서 입이 탈 때도 티슈대신 손수건을 꺼냈다. 화장실에서는 아주 요긴했다. 핸드 타올이나 핸드드라이기도 없는 화장실에서 그냥 쓱쓱 엉덩이에 닦다가 주머니에서 폼나게 손수건을 꺼내는 재미는 쏠쏠했다. 이랬더니 보였다. 무의식중에 뽑아 쓰는 네프킨이 생각보다 많았다. 한 끼 식사를 하는데 최소 3~4장은 쓰는 것 같았다. 어쩌다 깜빡 손수건을 챙기지 못한 날은 어떻게 하면 티슈를 좀 덜 쓸 것 인가에 고민이 쏠렸다. 무심결에 쓰게 되는 포장지나 불가피한 일회용품 사용도 더 미안해졌다. 손수건을 쓰면서 내 자신이 더 착해지는 느낌이랄까? 손수건 사용은 작은 실천이지만 근본적인 환경운동을 고민하게 하는 울림으로 큰 실천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국민 중 3500만 명이 손수건을 사용하게 되면 하루에 절감되는 CO₂가 대략 잡아 1039톤으로 소나무 37만 그루의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맞먹는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2억4천5백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형광표백제를 첨가한 화장지는 오래 접촉할 경우 각종 피부질환은 물론 피부암을 일으키기도 한다. 화장지를 줄이다보면 덤으로 얻는 것도 많다. 환절기 콧물감기로 고생하다보면 코 주위가 헐기도 하는데 손수건을 사용하면 피부에 자극을 줄일 수 있어 헐지 않는다. 또한 재생되지 않는 자연 소비와 생활양식에 대한 작은 변화들이 뒤를 잇게 된다. 종이를 쓰거나 재활용을 하는데 적극적이 되고 과도한 포장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안에 담긴 정성이 보인다. 손수건 사용은 느리게 삶을 관조하면서 생태친화적인 삶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지구를 살리는 중요한 실천인 셈이다.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보는 꽃남,  “이건 딱 초딩 1학년 산들이 니 수준이다.” 라고 구시렁거리면서도 보고 있는데 잔디 구혜선 왈 “손수건 같은 만남이 아름다운 만남이래요. 땀 흘릴 때 땀을 닦아주고 눈물 흘릴 때 눈물을 닦아주는 손수건 같은 만남… 저도 아저씨와 이런 손수건 같은 만남이 되고 싶어요” 대사를 한다. 꽃남의 꽃바람을 타고 다시 손수건이 뜰 수 있을까? 꽃남을 꿈꾸는 이여~ 손수건을 들어라! 전북환경연합은 손수건을 사용하신 독자들의 사용 후기나 사연을 듣고 싶습니다.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주시거나 이메일을 보내 주시면 회원들과 함께 천연염색한 손수건을 드리겠습니다. 또 햇빛 다냥한 날,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를 합니다.  관심 있는 분은 연락주세요. http://jeonbuk.kfem.or.kr   E-mail : jeonbuk@kfem.or.kr   063)286-7977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