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4 |
JIFF의 숨겨진 보석, 미지의 영화 만나기
관리자(2009-04-06 09:53:38)
JIFF의 숨겨진 보석, 미지의 영화 만나기
최가희 전북영화 포럼회원
자고로 영화제의 분수령은 10회라 했다. ‘자유, 독립, 소통’을 슬로건으로 내걸며‘10회’란 장정에 깃발을 꽂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2000년도부터 시작, 2009년까지 특별한 시선으로 다채로운 성찬의 영화를 선보인 전주국제영화제는 그동안 녹녹치 않은 세월의 무게만큼 수많은 영화들을 상영함으로 관객과 긴 호흡을 유지해왔다. 미지의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해왔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특별히 반영한 <특별전>은 10주년을 기념하는 이때, 가장 눈여겨볼 만한 섹션이다. 이에 이번 지면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독특한 영화미학섹션<특별전>을 되짚어봤다.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전은 사실상 여러 가지 성격을 띠고 있다.
미지의 영화들을 발굴, 소개하는데 주력해 온 전주영화제의 특성에 맞게 마련됐던 <특별전·DISCOVERY>과 영화제 기간에 선보이는 특별기획프로그램의 <특별전>두 종류로 진행됐기 때문.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자를 지칭하는 <특별전·DISCOVERY>은 말그대로 DISCOVERY(발견)이다. 즉, 지역을 중심으로 그 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가 담겨있는 금지된 영화들을 상영하는 확장된 의미의 영화들을 소개하는 특별전인 것.
또 일각의 <특별전>은 감독 또는 장르, 인물에 따라 기획된 특별전으로 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성격에 따라 명칭 또는 성격, 상영작들까지 달라지는 특별기획프로그램의 <특별전>이다. 이 특별전은 2000년부터 2003년까지 각기 다른 테마로 국제영화제와 함께해왔다. <독일영화 특별상영(2000),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2002) 등>
다양한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이 해마다 안배됐지만 특별히 1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이번 지면에서는 확장된 의미의 특별전, <DISCOVERY>를 되뇌어본다.
특별전, 그 화려한 시작-쿠바 & 마그렙
전주국제영화제의<DISCOVERY>는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04년을 맞으면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쿠바 영화회고전을 특별 기획했다. 아시아 영화제로서는 처음으로 개최됐던 이 특별전에서 전주국제영화제는 쿠바영화사를 빛낸 수작들을 골라 묶어 지난 40여 년 동안 국제관객을 감동시켰던 주옥같은 영화들을 한국관객에게 소개했다.
그저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 피땀을 흘린 쿠바 국민의 용기와 지혜 그리고 아름다움이 짙게 묻어나는 역작들을 선보인 것이다. 이에 쿠바 특별전에서는 서구에 처음 쿠바영화를 알린 계기가 된 ‘소이 쿠바’와 대표적인 여성영화 ‘테레사의 초상’ 그리고 쿠바 다큐의 거장인 산티아고 알바레즈의 다큐멘터리 모음 등 총 13편을 상영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렸던 역사적인 쿠바 영화 회고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전주국제영화제는 그 이듬해인 2005년에 마그렙으로 불리는 모로코와 튀니지 두 나라의 영화 8편을 특별 프로그램으로 소개했다. '해가 지는 곳’이라는 뜻을 지닌 마그렙은 수천 년에 걸쳐 찬란한 아랍문화가 깊이 스며들어 있는 북 아프리카 지역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아랍 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시대적 사명으로 여겨 이때,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그렙 특별전>을 선보였다.
이 특별전에서는 마그렙 영화의 선구자 역할을 했던 알제리 영화가 그 땅의 심한 경제난과 정치적 불안을 이유로 작품 선정까지 끝내놓고 프로그램에서 빠져 아쉬움을 남겼지만 칸 영화제에 진출하기도 했던 마흐무드 벤 마흐무드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인디안 썸머’ 이외 누리 부지드의 첫 작품 ‘재의 인간’과 무피다 틀라틀리의 ‘궁전의 침묵’, 나세르 케미르의 ‘사막의 방랑자들’ 등 4편의 튀니지 영화가 관객들에게 공개됐고 모로코 영화로는 모하메드 아블루아카르의 ‘하다’와 압델카데르 라그타의 ‘러브스토리 인 카사블랑카’, 파우지 벤사이디의 ‘천월’, 파리다 벤리야지드의 ‘여인들의 속임수’ 등 4편이 소개됐다.
2005전주국제영화제의 선택 중 가장 주목받은 섹션인 만큼 <마그렙 특별전>은 특별전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던 쿠바 영화 특별전에 이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저항의 알레고리-소비에트
한편 2004년부터 ‘특별전 섹션’을 통해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숨겨진 수작들을 상영,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어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쿠바, 마그렙 특별전에 이어, 2006년에는 <소비에트 특별전: 저항의 알레고리>를 기획, 선보였다.
소비에트 영화는 지난 1930년대 중반까지 몽타주라는 미학적인 성과를 보여준 이후 50년대 후반을 거치면서 결정적 전환기를 맞았다. 스탈린 사망 이후 흐루시초프의 스탈린 우상주의 파괴정책과 신세대 감독들의 대거 등장으로 인해 해빙기를 맞은 소비에트영화는 60년대 영화제작 편수가 급속히 늘고 프랑스의 누벨바그와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받으면서 전성기를 맞은 것. 하지만 이런 전성기에도 계속되는 검열제도로 영화관계자들은 검열제도를 피하기 위해 알레고리나 메타포의 은유적 표현법을 사용한 영화들을 제작, 그로인해 유행을 이끌기도 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그해 <소비에트 특별전:저항의 알레고리>에서 지난 1960년 초부터 80년대 초까지 만들어진 10편(러시아 4편·우크라이나 3편·그루지아 2편·투르크메니스탄 1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노스텔지아’, ‘희생’으로 잘 알려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감독을 비롯해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달의 애인들’로 베니스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한 오타르 이오셀리아니 감독 등 유명 구 소련 감독들의 초기작을 관객들에게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3년 동안 서구 중심 영화문화를 벗어나 쿠바, 마그렙, 구 소비에트 연방 등 여러 지역의 숨겨진 영화 발굴에 많은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쿠바, 마그렙, 구 소비에트 연방의 영화는 한국관객과 조우할 수 있었다.
터키, 멀고도 가까운 나라
3번의 특별전을 기획, 큰 이슈를 낳았던 전주국제영화제는 한국과 터키의 수교 50주년을 맞은 2007년에 이를 기념하는 <터키영화 특별전>을 선보여 더욱 화제를 모았다.
터키영화 특별전은 196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40년 동안 이룩된 대작 중에서 뽑은 8편으로 짜여져 상영됐다.
즉 터키 영화사의 전성기를 이뤘던 1960년대 소위 ‘첫 영화감독시대’를 열어 ‘국민영화’로 대우를 받던 대작 중 하나인 <메마른 여름>과 70년대 농촌과 저소득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파헤친 ‘리얼리즘’의 역작들 <희망>, <양떼>, <신부> 그리고 80-90년대의 개인적 성향의 "작가영화" 시대를 연 <마더랜드 호텔>, <순수>, <작은 마을>과 21세기 그간 침묵으로 일관돼왔던 쿠르드족 문제를 과감하게 깨친 <태양으로의 여행> 등 총 8편을 을 상영했으며 그 가운데 6편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영됐다.
특별전을 주도적으로 이끈 임안자 부집행위원장은 이때 “21세기에 들어 터키영화는 일종의 르네상스 시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며 “주제 선택에서도 변화의 속도를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도이 모이-우리가 모르고 있었던 베트남
10주년을 앞둔 2008년에는 어떤 빛깔의 미지영화들이 소개됐었나?
지난해 5월1일부터 9일까지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베트남 특별전>이 마련, 상영됐다. 이때 전주국제영화제는 <베트남 특별전>을 통해 1960년대 베트남전 기간 및 전후 그리고 최근 베트남 영화의 대표작들을 소개했다. 그로인해 할리우드산(産) 베트남전 영화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베트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접하게 했다.
전시(戰時) 영화 2편, 통일(1975) 후 영화 2편 및 ‘도이모이’(Doi Moi) - ‘쇄신’을 뜻하는 베트남어로 1986년 12월 이후 베트남 공산당이 취한 개혁·개방 정책을 일컬음 - 이후의 영화 3편으로 구성된 특별전은 베트남의 역사는 물론 베트남 영화사를 모두 아우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베트남 영화의 걸작으로 꼽히는 ‘응우옌 홍센’의 <와일드 필드> 및 ‘당 낫민’의 <10월이 오면>을 포함한 장편 5작품과 베트남의 대표적 다큐멘터리스트 ‘라이 반신’의 단편 2작품 등 특별전의 작품들은 전쟁으로 고통 받고 상처받은 베트남 민중들의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담고 있었다.
당시 전주국제영화제 <베트남 특별전>에서는 베트남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베트남 영화 전문가이자 베트남영화에 대한 최초의 영문연구서를 펴낸 ‘응오 푸옹란’ 교수가 직접 참석, 그 동안 알지 못했던 베트남 영화에 대한 감춰진 이야기도 전했으며 또한 상영작 중 하나인 <하노이에서 온 소녀>를 연출한 ‘응우옌 하이닌’ 감독, <미세스 남>과 <정의의 길>을 연출한 ‘라이 반신’ 감독도 방한,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만남, <스리랑카 특별전>
전주국제영화제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해다. 지난 10년동안 독립영화, 실험영화, 예술영화 등을 통해 관객과 소통해 온 전주국제영화제가 고난과 굴곡을 넘어 올해 10돌을 맞았기 때문이다. ‘10년’이란 세월은 누구에게나 되돌아온 길과 가야할 길을 고민해보는 적정한 시기다. 또 다른 시작을 선택해야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올해 특별전 역시 그 어느 때보다도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 사실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고난과 굴곡의 역사를 지닌 스리랑카 영화들을 엄선, 특별전으로 선보인다. ‘특별전:스리랑카 영화’가 그것.
인도의 눈물이라고도 불리는 섬나라 스리랑카는 수 천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적과 승려들이 만들어가는 불교문화의 삼각지대로, 종교와 관련된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나라이며 오래된 역사와 더불어 식민지 경험과 분쟁도 많았기에, 그만큼 숨겨진 이야기가 많은 국가이다.
오는 4월 30일 ~ 5월 8일까지의 영화제 기간 동안 선보일 스리랑카 특별전에서는 오랜 내전과 식민지의 역사, 종교 갈등 등 스리랑카의 사회적 이슈에 관해 진솔하게 성찰한 스리랑카 대표 감독들의 작품 12편이 소개될 예정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는 관객들은 이 특별전을 통해 스리랑카의 과거와 현재를 되짚어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초기의 스리랑카 영화는 남인도 영화의 내러티브, 주제, 스타일 등을 모방하며 출발했다. 이후 레스터 제임스 페리에스 감독의 영화 <레카바>를 시작으로, 스리랑카 고유의 역사적 전통과 신사실주의에 기반한 영화들이 나오면서 그들만의 영화세계가 구축되기 시작했다.
이번 스리랑카 특별전에는 스리랑카 영화계의 거장 달마세나 파티라쟈의 작품이 대거 소개된다. 스리랑카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며, 영화를 통해 역사의 실수를 되짚고 사회적 통찰을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한 달마세나 파티라쟈 감독은 그의 영화 속에서 스리랑카 인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신할리족과 소수민족인 타밀족 간의 오랜 대립 관계를 표현하고, 스리랑카 사회의 정치인들과 시민들과의 충돌을 신랄하게 비판하며, 사회적 갈등의 해결책을 강구해왔다. 그런 그의 진면모가 담긴 대표작 <머나먼 하늘>과 <그들이 왔다>를 포함, 6편이 이번 특별전에서 선보여진다. 그 외에도 파티라쟈의 미학을 창조적으로 계승한 두 명의 스리랑카 감독, 프라사나 비타나게와 아소카 한다가마의 작품들의 각각의 대표작 2편씩이 이번 섹션에서 엄선, 상영된다. 더불어 2005년 스리랑카 역사상 최초로 칸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버려진 땅>도 함께 ‘특별전 : 스리랑카 영화’에서 소개된다. 특별히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번 스리랑카 특별전을 통해 소개되는 이 감독들을 영화제 기간에 초청, 관객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비서구 지역의 숨은 영화를 발굴해온 JIFF, 미래로 비상하다
전주국제영화제 유운성 프로그래머는 “미지의 영화들을 발굴, 소개하는데 주력해 왔던 전주국제영화제는 ‘베트남, 쿠바, 터키, 중앙아시아영화 특별전’, 등에 이어 우리에게 생소하지만 독특한 영화미학을 가지고 있는 스리랑카 영화에 관한 특별전을 기획함으로써 문화 다양성을 실천하고 그 의미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금지된 영화들을 발견하는 신비한 영화탐험<특별전>은 국제영화제의 역사와 함께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조지훈 프로그래머는 "<특별전>은 전주국제영화제와 그 맥락을 같이 하는 중요한 섹션이다”며 “해마다 특별전을 개최하기위해 세계 각지의 영화제 관계자들과 다양한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미지의 영화들을 발굴, 소개하는 것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중요한 역할로 이 역할은 1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앞으로 더욱 확장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lalala99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