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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 |
전주가 세계영화에 바치는 오마쥬
관리자(2009-04-06 09:53:07)
전주가 세계영화에 바치는 오마쥬 김   건  건시네마 대표 벌써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거친 물살을 헤치며 출항한 전주발 돛단배가 이제 구색을 갖추며 관객몰이를 하면서 힘찬 10회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다. 영화관객으로서 아니 영화제 사무국장으로서 전주국제영화제와 같이한 시간은 참으로 즐거웠고 행복했다. 고사동 ‘영화의 거리’의 야경을 수놓은 빛과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우리의 축제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영화관객들을 들뜨게 하였다. 그들이 이곳 전주까지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오는 이유는 뭘까? 당연 전주국제영화제의 영화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지난 9년간 꾸준히 전 세계의 최고의 감독에게 선사하는 ‘오마쥬(경의)’와 ‘회고전’ 섹션일 것이다. 그간 전주국제영화제는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알렉산더 소쿠루프, 후 샤오시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글라우버 로샤, 소마이 신지, 리트윅 가탁, 피터 왓킨스, 벨라 타르, 알렉산더 클루게 등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거장 감독들의 총 165편의 작품들을 회고전을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소개해 왔다. 보고 싶은 회고전 티켓을 구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거리에 나서던 기억, 만석이 된 극장 안을 서성거리며 꼭 봐야한다고 우기며 발을 동동 구르던 나의 모습이 선명히 기억이 난다. 이태리의 정치적·종교적 상황을 성(性)을 통해 승화시킨 역겹고도 치명적인 파졸리니(<샬로, 소돔의 120일>), 제3세계 영화가 더 이상 변방의 영화가 아니라고 외치는 로샤(<검은 신, 하얀 악마>, <죽음의 안토니오>), 1980년대 일본의 현실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며 조롱하는 신지(<바람꽃>, <태풍클럽>), 인도의 분할, 피난과 이주, 빈곤한 인도의 현실을 그려내는 현실참여적인 가탁(<시민>), 1950년대 후반부터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영화를 이끌며 철저히 비주류로 남은 왓킨스(<워 게임>), 헝가리의 거장 미클로슈 안초의 진정한 계승자이며 동시대 가장 위대한 시네아티스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벨라 타르(<사탄탱고>, <런던에서 온 사나이>), 뉴저먼 시네마의 정신적 지주인 클루게(<어제와의 이별>), 등등 그들이 있어서 필자는 영화제가 행복했다. 마치 허름한 창고에서 신기한 보물을 발견한 아이처럼 들뜨고 행복했다. 10회의 회고전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10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2008년, 17년간의 긴 침묵을 깨고 발표한 영화 <안나와의 나흘 밤>으로 전 세계 영화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으며 귀환한 폴란드 출신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회고전을 개최한다. 세계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모더니즘 이후 최고의 유럽감독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의 회고전을 통해, 총 10편의 작품이 우리의 곁을 찾아온다. 본 회고전에서는 2008년 신작 <안나와의 나흘 밤>, 1960년대 폴란드에서 제작된 대표작 3편과 1970년에서 1980년 초에 영국과 독일에서 제작된 대표작 3편, 그의 1991년 전업화가의 길로 들어서기 직전에 만들었던 곰브로비치 원작의 <페르디두르케>를 비롯해, 영화감독과 화가 그리고 시인로서의 그의 철학과 영화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가 상영될 예정이다. 이 10편의 영화는 직선적인 내러티브와 영화의 장르적 규칙을 거부하고 리얼리즘과 비(非)리얼리즘, 주류와 아방가르드 사이를 오가며 예술적 가치를 위해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았던 그의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보여줄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과연 전주국제영화제이다. 전주가 또 일을 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나만 들뜨고 설레는 것일까? 진정으로 영화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영화들이다. 해외 나가더라도 아니 생전에 다시 보기 힘든 작품들인 만큼 서둘러 예매하여 느긋하게 즐길 시간을 만끽해 보자. 그러기 전에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그의 세계를 살펴보자.   1938년에 폴란드에서 태어난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1960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물속의 칼>의 공동 각본가로 자신의 영화인생을 시작한 이후, 1960대에 발표한 <부전승 Walkover>, <장벽 Barrier>, <출발 Le Depart> 등을 통해 동유럽 뉴웨이브를 이끌 새로운 감독으로 국제영화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1967년 작품 <손들어! Hands Up!>가 반스탈린주의를 담고 있다는 이유로 폴란드 내에서 상영 금지되면서 그는 영국, 독일, 미국 등을 정처없이 떠돌며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국을 떠나 1970년대에서 1981년에 사이에 발표한 <딥 엔드 Deep End>, <외침 The Shout>, <문라이팅 Moonlighting>은 그의 명성을 더욱 굳건히 했다. 그러나 그는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원작을 각색한 1991년 작품 <페르디두르케 Ferdydurke>를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의 활동을 중단한다. 그리고 미국에 정착하면서 전업화가와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함께 살아왔다. 최근에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에서 안나(나오미 왓츠)의 삼촌 스테판 역으로 출연해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2006년, 40여년 만에 자신의 조국으로 돌아간 그는 2008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서 공개된 신작 <안나와의 나흘 밤>을 통해 세계 평론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국제영화계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스콜리모프스키가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카이에 뒤 시네마」영화잡지에서 볼 수 있듯이, 전 세계의 영화평론가들과 장 뤽 고다르를 비롯한 당시 최고의 감독들은 그의 영화를 지지했고, 장 피에르 레오, 제레미 아이언스 같은 당시 최고의 배우들은 그의 영화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은 아직까지 그 성취에 걸맞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폴란드 감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오랫동안 폴란드를 떠나 영화를 제작하였고, 그런 연유로 일부 평자들은 그를 ‘폴란드 출신의 국제적 감독’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중요한 영화들은 항상 폴란드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아마도 그의 영화들을 접할 기회가 매우 드물었다는 점이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자 이제 각설하고, 영화제의 배에 탑승할 티켓 전쟁에 뛰어들 각오를 다지자. 올해도 어김없이 북새통을 이루며 티켓교환 보드판 앞을 서성거릴지 모른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인파 속에 밀려서 배를 놓칠 수도 있다. 자 이제 떠날 채비를 하자 영화제가 선사하는 스크린의 파도 속으로… 김   건/ 전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1대학에서 영화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제9회까지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으로 활동했었으며 현재는 전주에 건시네마를 설립하고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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