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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남의 전라도 푸진사투리]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관리자(2009-03-03 14:14:47)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방언 조사 삼십년의 노하우로 말하자면 수더분한 남편과 야물고 암팡스런 아내의 조합이야말로 백년해로와 대대영화를 보장하는 황금 궁합인 것 같다. 소재남 할머니의 경우도 그런 전형적인 부부 중 하나이다. 유난히 총기가 좋아 잡기장 없이도 평생 왕주 노릇을 해오셨으며 논 두 마지기 살림으로 칠 남매를 모두 보란 듯이 키우셨다니, 그 마디 굵은 손보다 더 예쁜 손이 있으랴.
‘옛날 어른들은 헌 대로 따라서 허는 것이지 우리가 맹근 것도 아니고’로 시작하여 배가 아플 때 당신 어머니께서 하셨던 거룩한 민속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신다.
쌀 작은 되 있죠. 쌀 되박 고놈으로 반 고봉을 따독따독 히 갖고 담아갖고 인자 이 책보에나 벗어놓은 치매 치맷자락이나 딱 싸. 팽팽허게 싸갖고. 배 아프다먼 거기다 대. 그리갖고
잠밥 각신님네 / 언지든지 그저/ 우리 손지먼 손지/ 멋이 이름을 들먹거림서/
멋이 싹 낫아주시고 / 씻은 디끼 낫아주소사/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요르케 내젓으머는 짜락 짜락 소리가, 쌀이 딱 붙어서 팽팽이 붓어놓은 쌀이, 소리가 나. 그것을 요리 요리 조리 조리 문댐서
언지든지 그저 싹 낫아주십소사
여리롱 사파쉐이 여리롱 사파쉐이
여리롱 사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
고것을 삼칠은 이십일 시물한 번을 혀. 그리갖고 고놈을 살짹이 펴보머는 귀신이 먹은 것맹이 대처 한쪽이 퍼간 것맹이로 한쪽만 소복허고 한쪽은 귀신이 먹은 디끼 폭 굴어버렸어. 그러먼 굴은 디를 한 주먹 쥐어가지고 문을 열고 찌클어 버리등만. 그러고 나먼 배가 좀 개야 이상시럽게. 그렁게 이렇게 헛것맹이로 씨부렁거리도 낫는댜 낫은가 어쩐가 모린디 나슨댜. 고것이 잠밥 멕이는 것이여. 아무나 못 혀 고것도. 허는 사램이나 허는 것이지.
‘훈냐훈냐 주라따까 노이내라 얍’ 이건 70년대 라디오 방송에서 손오공이 손가락 끝에 머리카락 한 올을 잡고 하던 주문이고, “짹 꼬래이 짹짹 꼬래이 이샤이샤망강 샤이샤이망강 오마이째재, 오마이째재”는 우리 안식구가 어렸을 때 고무줄 튕기면서 하던 주문이라고 하던데, 이번 조사에서는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가 고대 몽골 무당의 주문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말을 듣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었다.
문화저널 독자 여러분
올해는 어쨌든지 만사여의 하옵소사.
여리롱 샤파쉐이 여리롱 샤파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