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9.3 |
[환경 │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겨울가뭄이 심상치 않다.
관리자(2009-03-03 14:14:00)
환경 │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겨울가뭄이 심상치 않다. 지난 가을 이후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크고 작은 저수지들이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다. 태풍마저도 잠잠해서 지난해 강우량이 예년 평균의 71%에 해당하는 871mm 밖에 되지 않아 도내 저수지의 저수율을 41%에 그치고 있다. 수돗물을 공급하는 광역상수원 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전주권 130만 도민의 상수원인 용담댐의 저수율은 28%, 정읍과 김제지역의 상수원인 섬진댐은 겨우 16% 정도다. 산골마을과 섬 지역은 이미 제한 급수를 한지 오래다. 산업화와 관개농업의 발달로 하천수와 지하수 사용량이 급격하게 늘었다. 게다가 천연 암반수 맥주나 생수 이용이 늘면서 나 지하수위가 낮아져 관정을 파도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 세계적으로도 지속되는 가뭄과 지하수 고갈로 인해  관개용수가 부족해서 농업 생산이 줄어 식량난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농민들의 속 타는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2월의 온도계는 기상 유효 관측사상 최고를 달리고 있다. 최근 비가 좀 내리긴 했지만 해갈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가뭄 피해는 농·산촌 주민에게 집중 그런데 물을 많이 소비할 뿐 아니라 빗물의 자연 순환(땅으로 스며들거나 하천이나 습지에 흘러가는)이 잘되지 않는 도시의 주민들은 물 부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대도시의  경우 충분한 상수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 수도를 틀면 대형 댐의 광역상수원망으로 연결된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기 때문이다. 반면 물을 아껴 쓰는 것이 몸에 배어 있고 농사를 지으며 물 순환에 순응하는 삶을 사는 농·산촌 주민들은 생활의 불편함은 물론 농사짓는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130만 도민의 상수원인 용담호가 자리한 진안군은 68개 마을이 댐 아래 수장되었음에도 가뭄이 들면 가장 먼저 물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수돗물 값도 도시에 비해 비싼 편이다. 물 값이 제일 비싼 곳은 서울시가 아니라 역시 강원도 산골 태백시다.     가뭄이 심해지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섰다. "우리나라는 물 보관 시설이 적어 1년 강수량의 27%만 수자원으로 이용하다보니 '물 부족 국가' 인데도 물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적으로 문제가 없는 '소규모 댐'을 건설하는 것이 좋겠다“ 고 말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홍수 피해도 막고 가뭄도 막는 댐을 짓자고 할 때마다 들먹이는 말이다. 도나 시군에서는 관정을 파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다. 더 많은 관정을 더 깊이 팔 수 있게 더 많은 예산을 달라는 것이 그들의 요구다. 댐과 관정이 가뭄을 이겨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댐 건설과 관정으로 가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댐건설부터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강수량은 1,200mm로 물 부족 국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만 70~80%가 여름철에 집중해서 내리기 때문에 버려지는 물을 가둘 수 있는 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여름철이라도 물을 가득 채워 둘 수가 없다. 언제 태풍과 홍수가 지나갈지 모르기 때문에 댐을 만수위까지 채울 수가 없다. 일정 부분은 비워둬야 한다. 또 흘러가는 물은 버려지는 물이라는 것도 잘못된 말이다. 빗물이 모여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가면서 갯벌에 영양 물질을 공급해서 해양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 중소형 댐이 하천에 흐르는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서 하천 생태계를 유지시킨다는 것도 절반은 틀린 말이다. 댐에 물을 가두는데 급급하다보니 오히려 하천에 흐르는 물이 줄고 일부 구간은 아예 말라버리는 건천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농업용으로 댐을 만들다 보니 하천에 물을 보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하천에 유지용수를 보내는 것은 부수적인 것이지 댐을 축조하는 목적이 아니다. 아직까지 댐은 농업용이나 상수원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막을 뿐이다.   전주천의 상류에 자리한 상관저수지 아래 하천은 이미 오래전부터 건천이다.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물이 흐르는 것을 보기 어렵다. 금강 상류를 막은 진안 용담댐도 내려 보내는 물의 양을 두고 하류 지역인 충청권 주민들과의 갈등이 심하다. 그 많던 빗물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늘에서 내린 빗물은 푸른 숲에 층층이 쌓인 낙엽이, 깊게 뿌리를 내린 작은 틈새에 스며들어 지하수 층을 이뤄서 맑고 깨끗한 물을 옹달샘을 통해 조금씩 흘려보낸다. 골짜기의 천수답과 둠벙은 사시사철 물을 가두어 들판을 적시었다. 강 주변은 광활하게 습지가 형성되어 큰물을 막아주기도 하고 가뭄에 스폰지처럼 저장한 물을 강에 흘려보내 주었다. 하지만 근대화 이후 빗물은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아스팔트를 따라 콘크리트를 따라 우수관과 하천으로 모인다. 큰 비가 내리면 전주천의 물은 급격하게 불어나 무서운 속도로 흘러간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반나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천 물이 줄어든다.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하류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하천 주변에 습지가 사라져 물을 담지 못하기 때문에 하천에 흐르는 물도 줄어든다. 천연 댐 역할을 하던 논의 기능도 많이 줄어들었다.  겨울에 물을 대는 무논도 거의 사라졌고, 논과 논을 거미줄처럼 이어주는 수로도 콘크리트로 개조해서 필요할 때만 물을 담아 보낸다. 작은 논배미들이 경지정리로 큰 배미로 합쳐지면서 지하로 연결된 수맥이 훼손되고 무거운 농기계가 바닥을 다져 지하수가 차단된 것이다. 천수답이나 밭작물은 대부분 관정을 파서 양수기로 지하수를 끌어올리다보니 수위가 많이 낮아져서 물이 나오지 않는 폐공이 늘었다. 관리가 부실한 폐공으로 농약이나 오염 물질이 스며드는 2차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주변의 물이 도랑과 개울을 따라 강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따라서 갈수기에 강바닥은 더 바짝 마른다. 하천을 막아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보 마저 마르면 행정이 나서서 포크레인으로 강바닥을 파서 하천 바닥 아래로 흐르는 복류수를 뽑아 쓴다. 이렇다보니 하천 생태계가 남아나지 못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고민할 때   가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중소형 댐건설, 하천 정비, 관정 파기 등 단기적인 처방은 결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무를 많이 심고 숲을 잘 가꿔야 한다. 한그루의 어른 나무는 가정용 욕조만큼의 물을 품고 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시의 땅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 인도나 주차장, 산책로 등 불가피한 포장 시설은 빗물 투수가 가능한 재료를 선택해서 좀 더 많은 빗물이 스며들게 하자. 전주시 삼천동 거마공원의 맹꽁이놀이터, 완산칠봉 습지와 같이 도심 내 녹지와 작은 습지를 확보해서 비오톱을 조성해야 한다. 도시 확장으로 용도를 잃은 농업용 소류지(저수지)를 도시형 습지로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홍수를 방지한다고 무조건제방만 높게 쌀 것이 아니라 그 돈으로 천변에 저류지(홍수터)를 확보해야 한다. 우기에는 물을 담는 그릇으로 유속을 줄이는 완충지 또는 습지가 되었다가 건기에는 하천에 물을 보낼 것이며 수많은 동식물이 서식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논에 물을 대서 생물다양성과 물 저금통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 절약, CO₂줄이는 지름길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당연히 물 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물을 아끼는 습관은 일상의 소비적인 습관을 줄여줄 뿐 아니라 최대의 당면 과제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가뭄의 또 하나의 원인이 기후변화임을 고려할 때 물을 아끼는 것은 기후변화를 줄이는 노력이기도 하다. 수돗물 사용을 1톤만 줄이면 이산화탄소 580kg을 줄일 수 있다. 빨랫감을 모아서 세탁 횟수를 반으로 줄이거나 설정된 헹굼을 줄이면 약 100kg, 개수대에 물을 받아서 설거지를 하면 약 26kg, 양변기에 페트병이나 벽돌을 넣어 사용하면 이산화탄소 발생이 약 7~8kg이 줄어든다.     가끔 “헹굼을 줄이라니 너무 한 것 아니예요.” 라고 묻는 분들이 있다. 걱정마시라! 세제 성분 중 피부 자극성이 있는 성분은 ‘계면활성제’인데, 이는 한 차례의 헹굼으로도 세탁물에서 충분히 제거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빗물 저금통을 만들어서 정원에 물을 주거나 텃밭 상자나 화분에 주는 물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지런히 몸을 놀려 촉촉한 얼굴을 위한 보습하는 것처럼 자연이 습기를 머금어 도시도 인간의 삶도 촉촉해지도록 작은 실천을 해보면 어떨까?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