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 | [문화저널]
【생활속의 소비자문제】음식업소 실태조사
음식문화, '맛'이 전부가 아닌 까닭
문화저널(2003-07-03 15:24:03)
"탕은 안되고 정식은 되는데요."
종종 음식업소를 방문했다가 음식가격이 조금 높은 음식을 시키지 않아 무안을 당했다든지 무언중에 종업원이 경멸감을 표시할 때가 있다.
본인 역시 직원들과 고기집에 갔다가 소고기를 먹지 않고 돼지고기를 먹는다고 시간내내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바로 지금 이 순간 그런 경험을 또 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맛과 멋이 있고 친절한 음식업소를 선정하여 업주와 종업원을 시상하는 목적으로 1차 조사에서 우수업소로 선정되어 2차 조사를 하던 중 일어난 일이다.
조사중에는 실제로 시식을 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을 것을 상상했지만 종업원의 강매에 밥맛이 뚝 떨어졌다. 이를 참지 못하고 주인을 뵙자고 했다. 업주가 매상 때문에 종업원을 통하여 강매하도록 유도하는지 이러한 피해도 소비자문제이다.
인사를 나누고 음식점에 온 목적을 설명하여 왜 정식을 강요하는지 볼멘소리를 하자 저녁시간에 가끔은 가격이 낮은 음식을 시킨 후 화투놀이등 장시간 음식업소에 머물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번 조사를 하면서 양귀자씨의 『부엌신』이라는 음식업소 운영 수필집을 읽게 되었다.
결론은 밥 한 그릇에도 정성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런 정성에는 낮은 가격의 음식을 주문해도 손님을 경멸해서는 안된다고 되어있다. 이번 조사에서 느낀 점은 작년에 비해 시설투자에는 많은 돈을 드렸지만 친절도는 형식적으로 낮아진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조사와 병행해서 음식업소 여성종사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이번호에 하려고 한다.
음식업소 6백여개소를 직접 다니며 그중 3백여명의 종업원과 직접면접을 통하여 조사를 했다. 조사이유는 전주시 음식업소가 월드컵을 앞두고 손님맞이를 위해서 아무리 친절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종업원이 친절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이 전부 홀써빙을 할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에 종사자 실태를 알고자 했다.
응답자 79.1%는 이번 직장이 처음이라고 응답했다.
새천년 많이 들었던 이야기중 하나는 앞으로 사회는 정보화사회이고 이를 주도할 사람은 여성이라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전업주부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단순노무직에 몰리기 때문에 정보화운운하며 여성들이 일하기에는 아직도 요원하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는 응답자 90%이상이 손님으로부터 폭언을 경험했고 72%정도는 음주나 성적희롱 등 모독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결국 음식업소에서 제대로 대접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려면 종사자나 업주뿐만이 아니라 이용하는 손님도 함께 변해야 가능하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 특이했던 점은 작년에 비해 화장실 시설이 개선되었다.
어느 화장실은 쇼파와 꽃장식 등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제공하였다. 이는 시설개선과 함께 이용자 의식변화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겉모습과는 달리 주방을 확인했을 때 일부 업소는 위생복이나 위생모자 착용도 되어있지 않으며 반찬보관조차도 허술한 경우가 있었다. 결국 보이지 않는 곳부터 청결한 업소는 역시 맛과 멋이 달랐다.
음식업에 관심을 갖다보니 나에게도 단골집이 있다.
젊지도 세련된 매너도, 업주도 하니지만 손님이 들어서면 친정동생이라도 오는 듯 득달같이 달려와 마중을 나와주고 결코 비싼 음식 시키지 않아도 눈높이를 맞추며 궁금한 말에 응답해주는 몇 명의 아줌마들이 계신다.
이들은 철새처럼 업소를 이동하지도 않으며 하고 있는 일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정말 프로다운 모습으로 모두가 힘들다하는 음식업소에 몇 년씩을 버티고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그들을 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대해주는 운동을 펼쳐야 할 때이다. 그래야만 우리지역 음식문화가 맛과 함께 친절이 살아나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자중에 자랑할만한 업소나 종업원이 있다면 귀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잘하는 사람을 칭찬해주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