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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3 |
[문화현장 │ 토론문화, 토론모임 ‘살아가며 이야기하며’]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길이 보입니다
관리자(2009-03-03 14:01:55)
만나서 이야기하다보면 길이 보입니다 토론모임 ‘살아가며 이야기하며’ TV토론프로그램인 ‘100분토론’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각종 토론모임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여 학문적 연구 또는 직업적 소양을 쌓기 위해 하는 스터디그룹부터 일반인들의 독서토론모임까지 그 종류도 색깔도 다양하다. 그런데 여기 토론만을 위해 모인 동아리가 있다. 제대로 된 토론이란 것을 대학졸업하고 나서는 TV에서조차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 한번 토론해 보자’고 뭉쳤다. 살아가는 이야기들, 보통 사람들이 위대한 시대정신을 이야기한다. 지난 2월 10일 한옥마을에 위치한 공간 봄에 어둠이 내리자 ‘살아가며 이야기하며’(cafe.daum.net/live-and-talk)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20대에서 40대까지 연령대로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 김의수(철학, 전북대)교수와의 인연이다. 제자와 지인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주제토론을 하는 모둠 ‘살아가며 이야기하며’. 학생부터 직장인까지 연령과 성별의 구별도 없다. 모임에서조차도 서로의 본명보다는 카페에 등록한 대화명으로 서로를 부른다. 온라인의 익명성이 오프라인 모임에서조차 위력을 발휘하는 현장. ‘우리’라는 말로 대변되는 한국사회의 ‘끼리문화’가 이곳에서는 발붙일 자리가 없다. 통성명을 하는 순간부터 학연이나 지연을 따지기 마련인 한국풍토에서 익명성은 또 다른 힘을 발휘한다. 닉네임만큼이나 거침없는 ‘숲속마녀’, 어여쁜 애기엄마 ‘기네스펠트로’, 한국 땅을 벗어나고 싶다는 ‘쭈리쭈바’, 최근에는 한옥마을에서 핸드프린팅 작업 중이라는 ‘이산’, 공무원인 ‘산겨울’, 음식점을 경영하는 ‘울프’ 등. 직업이 다양한 만큼 생각도 그만큼 다를 수밖에 없는데 흔하게 TV토론에서 보는 말꼬리 잡기나 상대방 비방하기는 여기에는 없다. 그저 자유로운 토론일 뿐. 총무를 맡고 있는 김성수씨는 “주제에 대해 교류해 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주제든 관계없습니다. 학습이 아니라 소통하고 전파되면 더불어 좋은 것 아닌가요?”라며 반문한다. 작년 5월 첫모임을 시작한 이래 매월 둘째 주 화요일에 정기적인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이들은 꾸밈도 가식도 없다. 처음으로 특정한 주제가 없이 모인 오늘 토론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아이와 어른이 느끼는 시간개념에 관한 문제로 시작한 이야기는 위도띠뱃놀이공연으로 이어지더니 문화의 대중성인지 대중문화인지까지 이어지는 주제들이 끝이 없다. 다소 산만하게 번져가는 주제를 모으기 위해 발제를 맡은 ‘이산’은 각종 저작물에 등장하는 실존인물들에게도 그 성과가 돌아갈 수는 없는지, 저작권에도 공정무역과 같이 저작물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배분할 수는 없는지 화두를 던진다. 인류학조사과정에서 조사대상이 되었던 전통문화나 마을, 자연이 조사 이후 오히려 파괴되는 현상에 대한 지적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눠진다. 모임의 히로인이자 임산부인 ‘기네스펠트로’가 자리를 뜨고 나니 주제가 돌변한다. 연쇄살인범 강모씨 사건이 화제로 오르더니 사형제도에 대한 찬반논쟁이 붙는다. “사형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는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연구해 예방책을 찾아야한다”, “10년이 넘도록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것은 문제다”라며 현실적인 문제로 화제가 옮아간다.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이들은 당당히 의견을 내 놓고, 기꺼이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인다. 김의수 교수는 “대학 재학 중에만 토론을 하는데 약한 고리로 이어진 네트워크를 생각했다. 주제가 있는 경우는 중구난방이어도 대화가 정리되어 모이게 되어 있다”라며 “남성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해서 남녀가 함께하는 문화가 생활 속에서 필요하다”고 모임의 의의를 설명했다. 두 시간 남짓한 토론에서 무언가 결론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의견의 ‘소통’이다.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내 주장을 차분히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거침없으면서도 비난이 아닌 비판을 하는 이들. 뒤이어 나오는 다양한 대안들. 프랑스 파리에 가면 이름난 철학카페들이 많다. 독일에도 유명한 철학자들이 논쟁을 즐겼던 카페들이 아직도 성업 중이다. 전주에도 평범한 이들이 열띤 논쟁을 벌이는 토론카페가 한옥마을에서 태동하고 있다. 윤영래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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