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 |
[저널초점 │ 대안학교를 가다]전주 굼나제사랑 학교
관리자(2009-02-06 12:08:11)
[저널초점 │ 대안학교를 가다 ] 전주 굼나제사랑 학교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나지막한 산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데다가 햇살마저 따스해 굼나제사랑학교(교장·이재문)를 찾아가는 길은 푸근했다. 임실군 신평면에 자리 잡은 굼나제사랑학교. 개교 이래 전주시 여의동에 위치해 있다가 이곳 신평면으로 옮겨 온 것은 2008년 말. 학교는 현재 한창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세인고등학교를 설립한 주역 중 한명인 이재문 목사가 2003년 교육에 뜻을 두고 세운 학교다. 설립부터 운영까지 혼자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이재문교장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과연 어디서 나온 걸까.
앎을 훈련하다
굼나제라는 교명은 ‘훈련하다’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교육에 대한 이재문교장의 철학이 녹아들아 있다. 기존 교육체제가 단순한 지식의 전달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이교장은 “교육은 올바르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실행되기 위해서 하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한다. 실천하지 않는 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것. “스포츠나 예술분야는 직접 실행하고 실천하는 것을 교육합니다. 그러나 기타 분야는 단순히 앎의 전달에 그치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이교장은 실천이 중요함을 다시 강조한다. 지금의 교육이 참된 지식을 전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실천하도록 교육하고 있는지에 대한 반성이 굼나제학교를 열게 된 배경이 된 것이다. 그는 교육의 목적은 행복한 삶에 있다고 말한다. 행복한 삶을 싫어하는 사람이 과연 누가 있을까. 행복한 삶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 바로 교육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망각한 것이 현재 교육제도의 문제인 것. 앎이 실행되기 위한 훈련의 대표적인 예로 그는 프리미어리거 박지성을 들었다. 박지성 선수는 축구에 대한 지식은 당연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평발이라는 선천적인 문제가 있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훈련과 지식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한 훈련을 통해 그의 앎이 구체화되었기 때문에 현재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선수로 이름을 떨치게 된 것이다.
“필수과목은 배워야 행복한 과목입니다”
중고등학교 통합과정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에는 현재 스무여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다섯 명의 상근교사와 다섯명의 외부 강사가 함께 실천하는 교육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무명의 학생이 교사가 열명이니 교사 일인당 학생 두 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일대일 맞춤교육이 가능한 최적의 상황. 완주군에 있는 세인고등학교는 대안학교(교육부에서 특성화학교로 인가를 한다)로서는 초기학교 중 하나. 이재문교장은 IMF때 세인고등학교 설립에 깊숙이 관여했다.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세운 이 학교는 원동연박사의 5차원전면교육법이라는 새로운 교육시스템을 도입하여 교육하였고, 이재문교장은 여기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5차원전면교육법은 현재 전북교육청에서 교사연수프로그램으로 채택되어 교사연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기도 하다. 세인고등학교의 경험을 통하여 부족함을 스스로 느낀 이교장은 한일장신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기독교교육학을 전공하여 교육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세우게 된다. 그래서 세워진 굼나제학교는 다른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과목이 있다. 바로 ‘사랑’과목이다. ‘사랑하기’라는 교재까지 스스로 만들어 수업시간에 ‘사랑’을 교육하고 있는 것. 기독교대안학교로서 굼나제학교의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강좌다. 이교장의 교육에 대한 독특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또 있다. “필수과목은 배워야 행복한 과목입니다. 선택과목은 모르는 것보다 아는 것이 삶에 행복을 주는 과목이구요”라는 그.
학생들이 가진 재능을 찾아내는 교육
모든 존재하는 사물에는 그 존재의 효용과 목적이 있다. 이것은 사람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사람의 존재의의를 효용에서 찾는다는 것은 어폐가 있겠지만 흔하게 학교에서 듣던 “넌 쓸모없는 놈이야”와 같은 폭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굼나제학교는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의 재능과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지도를 하고 있다. 이것이 또 다른 특징인 ‘달란트’교육. 기독교인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이겠지만 그리스어로 ‘재능’을 뜻하는 이 말은 굼나제학교에서 표방하는 또 다른 교육방침이다. 학생들이 갖는 특기와 적성을 찾아내고 자아를 발견하게 하기 위한 교육방법. 그리고 학생 스스로 사회에서의 존재감과 자아의식을 키우기 위해서 방학 동안에는 아르바이트를 권유하기도 한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사회적응력을 배양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뿐더러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도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
리모델링이 끝나지 않아서 아직은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새봄에 이곳을 다시 찾아올 학생들을 위해 오늘도 이교장은 학교로 향한다. 플랭카드를 설치하다 떨어져서 다쳤다는 허리를 부여잡고 학생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쓰는 그의 모습에서 만남내내 강조하던 ‘사랑’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윤영래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