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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 |
[김환표의 매체비평 ] 가족 해체 시대의 브라운관 속 유사 가족
관리자(2009-02-06 12:05:00)
[김환표의 매체비평 │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가족 해체 시대의 브라운관 속 유사 가족 바야흐로 유사 가족 전성시대다. 가상 신혼 체험을 다루고 있는 MBC 예능프로그램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우리 결혼했어요'와 제목에서부터 출연진을 한 가족으로 강조하고 있는 SBS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는 대표적인 유사 가족 프로그램이다. 유사 가족은 공중파 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의 주요 소재로도 자리 잡았다. 실제 연예인 부부가 서로의 배우자를 맞바꾸며 생활하는 tvN의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와 연예인들이 가상의 가족을 만들어 가족 체험을 하는 MBC에브리원의 '가족이 필요해' 역시 유사 가족을 컨셉으로 삼고 있다. 유사 가족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가족이 연일 위기이고 해체일로라는데, 오락 프로에서는 유사 가족체험이 넘쳐나니 아이러니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는데, 사실은 이 속에 답이 있다. 브라운관 속 유사 가족 신드롬은 ‘가족 해체’에 신음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은유다. 혈연으로 똘똘 뭉친 우리나라의 가족주의는 여전히 다른 나라에 비해 강력한 편이지만, 가족 해체는 매우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을 공습하며 가족 제도를 위협하고 있다. 요컨대, 브라운관 속 유사 가족은 평안하고 안정된 가족에 대한 노스탤지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유사 가족 프로그램은 사실상, 가족의 소중함과 편안한 분위기를 파는 ‘체험 마케팅’으로 치장하고 있다. 체험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삼는 체험 마케팅은 마케팅과 대중문화의 합일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 유사 가족 프로그램은 이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까 브라운관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분위기를 직접 보고, 느끼도록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게 유사 가족 프로그램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유사 가족 프로그램이 가족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유사 가족 프로그램엔 가족이라면 겪게 될 수 밖에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고민들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 결혼했어요'의 커플들은 실제 부부와 달리 경제 문제나 육아 문제 등에 대한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 고민을 하지 않으며, '패밀리가 떴다'의 출연진들 역시 아무 걱정 없이 반복적으로 여행만을 즐긴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런 비판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족 해체로 인해 가슴 속에 큼지막한 돌덩이를 얹고 사는 사람들이 텔레비전 속 유사 가족의 모습에서 각다분한 현실 세계를 다시 마주치고 싶을까? 오히려 가족에 대한 환상의 강도를 높일수록 유사 가족 프로그램의 인기는 더 올라가지 않을까? 가족 해체 속도가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가족 해체가 사회문제화 될수록 유사 가족 프로그램의 안방 공습은 더욱 강력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김환표 전북민언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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