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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2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02-06 11:57:31)
[환경]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 매화 한송이, 한송이만큼씩의 따스함이여” 추위 속에 피어난 매화를 보고 그 아련한 따사로움에 주목하였으며 ‘한송이’란 시어를 반목하면서 송이송이 피어나는 꽃이 보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핫또리 란세쯔(1654~1707)의 하이쿠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탓인지 올해 음력 절기가 일러서인지 봄이 북상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지금쯤 봄의 전령은 멀리 광양에서 섬진강을 거슬러 임실 구담마을 매화꽃 자리까지 올라 와 있을까? 애타게 봄을 기다리는 것은 비단 사람만은 아닐 것이다. 전주천 한벽당 일대 자투리 숲에 자리 잡은 수달과 원앙, 고향 북방으로 돌아갈 채비에 바쁜 만경강의 철새들, 아직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을 삼천동 거마공원의 맹꽁이, 아예 눌러앉은 참혹한 추위를 이겨낸 쇠백로와 왜가리에게 봄은 안도의 긴 숨이자 생명의 의지를 불태울 발화점이다. 햇볕 다냥한 오목대 자락에 자리 잡은 야생차 군락은 봄 햇살에 더욱 빛이 난다. 초록바위의 이팝나무, 모악산의 애기등, 화산공원의 애기병꽃도 다사로운 봄볕을 쬐고 있다. 키 작고 조용해서 잊기 쉬운 여자처럼 간다는 2월, 누구나 다 저만치의 자리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봄을 기다리고 있다. 어디서 어떻게 봄이 오고 가는지, 그 계절 속에 어떤 동식물이 살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는 지도가 만들어졌다. 전주시의 자연 생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종과 생태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알기 쉽게 정리한 생태관광 지도다. 앞면 지도는 옛 지도 작업 방식으로 전주의 모습을 목판에 새겼던 지용출 작가가 원도를 그렸다. 완산칠봉과 기린봉, 건지산, 황방산, 고덕산, 모악산 등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산줄기와 전주천과 삼천, 아중천과 건산천 등 마을을 나누는 물길을 강조했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작성한 전주시 식물 군락과 동물상에 대한 보고서를 토대로 지점별로 분포·서식하는 종을 세밀화로 표시했다. 뒷면에 전주를 대표하는 생태공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이와 함께 오목대와 이목대·한벽루·경기전·전동성당·향교 등 오랫동안 사람들의 삶과 더불어 느린 걸음으로 공존해온 문화 자원에 대한 설명을 최기우 작가가 생태자원과 연계해 감칠맛 나게 정리했다.   전주시 생태관광지도는 관광객에게 전주의 문화와 함께 잘 보존된 생태자원과 복원 사례를 알리기 위해서 제작되었으나 시민들과 학생들이 전주의 생태와 문화를 이해하는 지침서로서의 의미도 크다. 우선 지도를 펴고 산줄기와 물줄기 사이에 자리 잡은 전주를 내려다보자. 지도는 기본적인 생태공간이나 종에 대한 정보는 물론 전주의 하천과 둘레산이 어떻게 생태 축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도시의 형성과 자연적인 여건과의 관계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처럼 공간에 대한 정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이 어떤 문제인지, 조망권과 경관을 고려한 전주시 경관 계획에서 하천과 둘레산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지랑이 피어나는 나른한 봄날, 생태관광지도 하나 들고 전주 속으로 들어가 보자. 전주시 생태관광의 일번지, 전주천 한벽당 전주천 한벽보 일대는 수질이 1급수에 가깝고 항상 1~1.5m 정도의 수심을 유지하고 있어 수량이 풍부하다. 참갈겨니, 피라미, 쉬리, 칼납자루, 돌고기 등 17종의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으며 고유종인 퉁사리 복원사업을 진행했던 곳이다.   수달에 이은 원앙의 출현은 도심하천의 기적이다. 그것도 좁은 자투리 숲과 하천에 두 종의 천연기념물이 서식한다는 것은 특별한 생태적 의미를 지닌다. 원앙은 숲이 울창한 산골짜기 계곡이나 산간 저수지와 숲을 오가며 살며 주로 활엽수 나무 구멍에서 번식을 하는 세계적인 희귀종이다. 서식지 자리 경쟁에서 밀린 원앙 한 쌍이 먹이가 풍부하고 인적이 차단된 활엽수 숲이 있는 한벽보 일대에 둥지를 튼 것으로 보인다. 먹이사슬의 제일 윗자리에 위치하면서 생태계를 균형 있게 조절해주는 지표종인 수달은 크고 작은 바위가 있고, 수심이 깊은 소와 여울이 있는 곳을 좋아한다. 먹잇감인 물고기들이 많아서다. 전주천 상류 상관저수지에서 여러 마리가 발견된 것으로 볼 때 주변 여건은 좋지 않지만 안정적인 먹이를 구할 수 있는 이곳에 정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팝나무군락지, 초록바위와 다가공원 늦은 봄, 보릿고개를 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팝나무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처럼 보였을까? 초록바위에서 수장당한 천주교도들의 애절한 죽음은 환하게 핀 그 꽃 아래서 또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전주시의 이팝나무 군락지는 지금은 도로개설로 잘려나간 완산칠봉 초록바위와 다가공원 자락에 분포하고 있다. 이 두 군락지는 산자락이 전주천으로 이어진 경사가 심한 비탈 사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토질이나 경사, 면적이 거의 비슷했으며, 층위별로 확인된 식물 또한 유사하게 분포하고 있다. 초록바위 군락지 면적은 약 500㎡정도다. 이팝나무와 더불어 키큰나무로 느티나무, 자귀나무, 굴참나무, 아까시나무, 말채나무, 팽나무, 갈참나무, 팥배나무, 소태나무 등이며 그 아래로 이팝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 아까시나무, 자귀나무, 산검양옻나무, 구지뽕나무, 소태나무, 갈참나무, 까마귀베개, 말채나무, 감태나무, 팽나무, 감나무, 노린재나무 등이 공생하고 있다. 이팝나무를 보고 사람들은 흰 꽃이 많이 피는 해는 풍년이, 꽃이 많이 피지 않은 해는 흉년이 든다고 점을 쳤다. 삶이 고단하거든 서럽게 핀 이팝나무 꽃을 보고 남부시장에 들러 국밥 한 그릇이라도 먹고 힘을 내보면 어떨까? 도심 속 생태공간 '오송제' 전주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뒤쪽에서 숲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오십여 걸음만 걸어가면 피톤치드가 물씬 풍길 것 같은 호젓한 편백, 화백림이 나온다. 그 아래로 수십 년 된, 키 큰 오리나무 군락이 하늘을 이고 있다. 군데군데 쓰러진 고목을 감은 덩굴식물과 오색딱따구리의 나무 쪼는 소리는 원시림에 들어선 듯한 착각에 들게 한다. 물을 좋아하는 오리나무 주변엔 낙지다리 군락이 있다. 꽃의 모양이 마치 낙지의 빨판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낙지다리는 산림청이 지정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이다. 연못이나 개울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식물이었지만 습지가 사라지면서 보기 힘들어졌다. 여기를 지나면 야트막한 건지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싼 오송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줄'과 '부들' 군락지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유유히 수면을 가르는 새들을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왜가리, 해오라기, 중대백로가 먼저 눈에 띄고 쇠물닭,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가 보인다. 바로 옆 숲에는 직박구리, 멧비둘기, 박새, 어치, 할미새, 오색딱다구리가 산다. 새들이 많다는 것은 주변 생태계가 안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름다운 전주의 마을 숲 야트막한 산기슭, 양지 바른 곳에 마을이 있다. 그 앞으로 시내가 흐르고, 문전옥답이 펼쳐지는 마을 입구에는 사람들이 만든 숲이 있다.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다지는 장소이자, 농부의 땀을 식혀주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던 마을 숲이 있는 곳은 풍요롭고 넉넉해 보인다. 급격한 도시화와 경작지 확대로 많이 훼손되긴 하였지만 전주시 외곽에는 아직 마을 숲이 남아있다. 아중저수지에서 왜망실로 들어가다 보면 둘레가 1.3m ~ 2.7m, 수령이 150 ~ 200년쯤인 되는 느티나무 7그루가 아중마을을 지키고 있다. 예전에는 북쪽 산자락까지 수십 그루가 숲을 이루었으나 60년 전에 홍수로 유실되면서 현재 7그루만 남게 되었다. 왜망실 용하마을 안쪽에 자리 잡은 마을 숲도 주변의 경로당과 정자와 잘 어울린다.       긴 다리가 있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평화동 장교 마을에도 수구막이 마을 숲과 당산나무가 있다. 숲은 마을의 기운이 북쪽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마을 입구에서 뒤쪽으로 이어지는 서북방향으로 조성되었다. 한때는 40여 그루의 팽나무, 버드나무, 때죽나무가 있었으나 1974년 경지정리를 하면서 대부분 베어져 지금은 마을 뒤편에 8그루만 남아있다. 가난하고 고단한 민초들의 삶만큼이나 뒤틀린 삼천동 용와 마을의 당산나무는 둘레 3.7m, 높이 약 15m의 제일 큰 느티나무다. 주위로 7그루 고목이 숲을 이뤘다. 얼마 전까지 규모가 큰 당산제가 열렸고 집집마다 볏짚을 걷어 줄을 꼬아 마을 앞 논에서 줄 당기기를 했다고 한다. 모악산, 북한계 식물과 남한계 식물이 공존 모악산에는 모두 몇 종류의 식물이 살고 있을까? 전북녹색연합 식생 조사에 의하면 총 940여종의 식물이 분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금까지 확인된 것으로는 내장산과 계룡산에 분포하는 식물 종 보다 많다. 이처럼 식물종다양성이 높은 이유는 따뜻한 지역에 사는 남방계식물과 추운지역에 사는 북방계식물들이 공존하고, 외국으로부터 들어온 귀화식물도 많아서 다양한 식물이 분포하기 때문이다. 애기등, 털조장나무, 산검양옻나무, 노랑하늘타리, 새박, 나도물통은 북한계인 난대성식물이며 꼬리조팝나무와 피나물의 분포는 모악산이 북방계 식물의 남한계지임을 보여준다.   모악산에는 아름답고 중요한 희귀식물이 10여종 분포한다. 애기등, 고란초, 개상사화(붉노랑상사화), 꽃창포, 너도바람꽃, 두루미천남성, 말나리, 뻐꾹나리, 쥐방울덩굴, 태백제비꽃, 토현삼이다. 확인된 개체수가 많지는 않으나 희귀식물로 보호가치가 큰 상록성 양치식물인 ‘고란초’도 모악산에서 자란다. 모악산의 애기등은 남서쪽인 금산사 주변, 해발 250m 지역에 약 1천 그루 이상이 군락을 이뤘다. 생육상태가 양호하고 자생지 면적이 약 2만㎡이상으로 넓고 개체수도 많은 편이다. 이밖에도 소양천과 고산천이 합류하는 만경강 신천습지의 하중도와 식물군락, 한옥마을 오목대의 야생차나무 군락지, 화산공원의 애기병꽃 군락, 삼천동과 덕진동의 왜가리 백로 서식지, 시민들의 참여로 삼천동 거마공원에 조성한 맹꽁이놀이터와 완산칠봉 습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있다. 한옥마을 관광안내소, 경기전, 전통문화센터, 전주역, 고속버스터미널 등 관광안내소와 한국관광공사, 전주자연생태박물관에 가면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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