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2 |
[서평]「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관리자(2009-02-06 11:54:36)
[서평│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 우리, 밝은 기운을 돋아야겠습니다
이현배 옹기장이
나아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통해 존재의 긍정을 읽었습니다.
존재라 함은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까지이구요,
그것은 그대로 생명이고 생명의 경지는 그 자체로 이미 긍정적이라는 거지요.
지금 이글이 서평이라면 엉터리입니다. 서평이면 책을 읽고 책에 대해 써야 할 일인데 책도 안 읽고 쓰게 되었으니 엉터리입니다. 사실 그동안 이철수 선생의 그림시를 피해왔습니다. 이철수 선생의 그림시는 그대로 삶으로 읽히기에 내 사는 삶이 부끄러워 피하게 되었습니다.
어제가 설이었고 이제 소띠 해라합니다. 이철수 선생의 그림을 처음 접한 것은 이오덕 선생께서 엮은 책 <황소아저씨>표지에서였습니다. 소 그림으로 1982년이었습니다.
‘순전히 책표지가 좋아 샀다/ 표지를 입혔기에 답답해하시는 [황소아저씨]/ 가고 싶은 대로 가라고 도려냈더니/ [황소아저씨] 내게 등을 내 주네/ 그래, 황소아저씨 우리 거기로 가자’
(1982. 08. 20 합동기획출판)
고향농촌에서 살기를 소망하다가 서울생활을 하게 되었고 사는 걸 답답해하던 시절에 이철수 선생의 소 그림은 내게 위안이었습니다. 뒤늦게 농촌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농사꾼으로 못살고 옹기장이로 살자니 농촌에서의 삶이 서툴게 되고 농사와 함께 제대로 사는 이철수 선생의 삶, 그림시를 읽기가 겁났던 것입니다.
이어 쓰는 지금, 저는 참 기쁩니다. 112쪽 ‘자명종에 마음을 맡기지 말 것’ 했는데 자명종 훨씬 이전에 자신을 깨웠거든요. 그리고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붙들었습니다. 이철수 선생은 이 편지, 그림시를 그냥 보라고 합니다. 그냥 읽으라고 합니다. 31쪽 ‘겨울을 견디는 생명이 있고 안감힘을 써도 못견디는 생명이 있을 뿐이지요. 그저 천연덕스러운 자연에서 너무 많은 자세를 찾으려하는 것도 사람이 하는 장난입니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그림이 보이지 않고, 글이 읽히지 않습니다. 그래 필사를 하며 읽었습니다. 모작을 하며 보았습니다. 드디어 140쪽 ‘잎채소의 청정함을 증명해 보이면서 그를 먹어치우기도 하는’ 달팽이의 역설처럼 그림이 읽히고, 글이 보입니다. 먼저 요새 몸나이를 실감하게 된 탓인지 어른에 대한 이야기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18쪽 어른이 된다는 건 ’제 그림자건 제 내면이건 제가 저를 동무삼아 살아가는 게 인생’이고 ‘그렇게 혼자 걷는데 익숙해지고 태연해지는 것’이라 합니다. 결국 삶은 저 자신의 몫인 거지요. 저 자신이 사는 거, 살아야 하는 거, 살아내야 하는 거지요.
그리고 보통 나이에서 뺄셈을 하려드는데 79쪽에서 나이가 ‘쓴맛을 달게 한다’고 합니다. 구성이 겨울, ‘눈빛 든 마루에 앉아’로부터 시작하여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지는 것도 더해지는 나이의 미덕(?)으로 훈훈했습니다.
나아가 <있는 그대로가 아름답습니다>를 통해 존재의 긍정을 읽었습니다. 존재라 함은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까지이구요, 그것은 그대로 생명이고 생명의 경지는 그 자체로 이미 긍정적이라는 거지요.
가만 보면 그리 어려운 이야기가 아닌데 살면서 이것을 잘 놓치게 되는 것은 번뇌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 존재의 긍정을 번뇌의 끝에 두게 되고 오히려 번뇌에 사로잡히게 되지요.
사실 번뇌는 삶에 대한 당연한 댓가일 터인데 욕심으로 걱정과 번민없이 살고 싶어했습니다. 참 어리석게도 말입니다. 155쪽에서는 번뇌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 그대로 버드나무처럼 ‘바람 불거든, 그렇게 온몸을 흔들어라. 세상이 바람을 알도록! 예민하고 부드러운 마음이 그렇듯, 미풍에도 가지 끝을 흔들어라’합니다. 바람이 불거든 흔들려도 좋다는 이야기인 거지요.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자연과 일상 그리고 농사의 삶을 공부방(89쪽) 삼아 알아가고, 그 앎이 그대로 또 삶이 되어 ‘내 안에 깃들어 살고 세상 사람들 안에도 잠들어 있는, 생명의 노랫소리를 듣고 토해내는’(156쪽)것으로 승화되어 울림이 됩니다. 삶의 방식에 있어서 농사의 유효성이 많은 대목에서 이야기되는 것도 어려운 처지의 우리 농촌에 큰 힘이 되겠다 싶었습니다.
달팽이의 역설로 ‘산다는 건, 사람으로 산다는 건, 구차하고 잡다한 속에서 견디는 일입니다.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그 안에서 애써 고요를 찾고, 마음의 작은 평화를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게 또한 삶’이지만 ‘생명의 실상을 깨닫지 못하면 봄이 봄 아닐 수’도 있다합니다. 그러니 우리 ‘밤기운 차갑지만 추워도 맑은 편이 나은’ 자발적 가난한 삶을 통해 ‘해가 들지 않는 자리에도 눈빛은 들 수 있게’ 밝은 기운을 돋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