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 |
③ 군산 근대문화도시에 제언하다
관리자(2009-01-13 12:13:31)
③ 군산 근대문화도시에 제언하다
도시 브랜드화 전략, 차별화 된 정체성을 살려라 <문윤걸 예원대 교수>
지역재생운동의 붐과 그 배경
국가 주도의 지역개발정책은 생산의 세계화(globalization)와 지역화(regionalization)를 특징으로 하는 포스트포디즘 체제하에서 국가의 힘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그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세계경제 체제하에서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가 자신의 고유한 지역성을 이용하여 다양한 산업자원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역화 된 전략(regionalization strategy)이 필수적이다. 즉, 지역이 스스로 주도하여 지역의 자원을 투입하여 개발하고 그 혜택을 지역으로 귀속시키는 내생적 지역발전 등장하게 된 것이다. 흔하게 들어볼 수 있는 문화도시·창조도시·역사도시·아트폴리스 등의 개념이나 각종의 마을만들기 사업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산업화를 지나 지식창조시대로 발전하는 21세기 환경에서 도시들은 도시가 보유한 역사·문화·환경자원을 보다 창의적으로 활용하여 매력적인 도시환경을 창조하고, 이를 브랜드화하는 문화마케팅에 기반한 발전전략으로 전환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모든 도시들이 유사한 발전전략을 채택하면서 보다 차별화되고 매력적인 도시가 되고자 했던 희망은 차이를 추구할수록 유사해지는 원치 않는 결과를 낳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도시의 이미지 창출과 관리를 통한 차별화를 통해 지역브랜드의 개발 및 가치창출 전략이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의 도시재생정책 - 한옥마을
과거 전주는 기름진 호남의 곡창지대에서 나는 각종 물산들이 집결하면서 호남에서 가장 풍요로운 도시였으나 산업화에 뒤지면서 도시 전체의 활력이 떨어져 침체된 고도(古都)로 추락할 위기에 봉착하였다. 지역발전을 꿈꾸는 전주의 가장 큰 과제는 지역에 만연한 자신감 상실, 패배주의, 냉소주의 등 지역발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어떻게 해소하고 지역발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에 따라 1999년 전국에서 가장 많은 한옥이 집결해있는 전주 풍남동과 교동일대의 한옥마을을 지역혁신의 모델지역으로 선정하고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하는 등 ‘전주한옥마을조성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전주 풍남동과 교동은 약 700여 채의 근대 도시한옥이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전형적인 구도심지역이다. 1970년대부터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낡은 한옥에 대한 보수나 수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지역으로 주민들은 생활상의 불편을 호소하고, 불만이 크게 가중되어 기회만 있으면 새로 건축되는 아파트 단지를 찾아 떠나면서 한때 최고의 주거지였던 한옥마을은 공동화되면서 대표적인 슬럼가로 변하게 된다. 전주시의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들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서로 다른 기대감이 표출하게 된다.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면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현대화되면서 자산가치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였고, 지역의 문화전문가들은 이 지역을 전통생활문화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만들고 싶어 했으며, 전주시는 이 지역을 지역문화관광을 활성화하는 아이콘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등 다양한 욕구가 표출되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출발한 한옥마을 혁신정책은 지역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논쟁과정에서 다양한 담론의 장이 활짝 열리자 자연스럽게 지역의 대학과 연구소, 전문가들은 한옥마을의 비전과 로드맵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천해 갈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배출하기 시작하였다. 지역의 전통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전주의 전통문화와 전통예술이 갖는 부가가치를 새롭게 해석하여 이를 지역의 잠재적인 발전자원으로 부각시켰으며, 지역의 문화산업 및 관련 기업들은 이를 상품화하여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관한 의견도 내놓게 되었다.
슬럼에서 전주시의 랜드마크로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한옥마을의 청사진이 나오면서 한옥마을을 한국의 전통생활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1차 목표가 결정되었다. 2002년 1차적으로 한옥마을의 중심가로인 태조로가 경관을 갖춘 보행자 중심의 도로로 개선되었으며, 이 지역을 전통문화지구로 변화시키는 핵심시설로서 약 220억원을 들여 전통문화센터와 전주 공예품전시관, 한옥생활체험관, 술박물관 등 거점 시설이 완공되었다. 문화거점 중심시설들이 완공되면서 한옥마을은 기존의 자연스러운 경관은 일부 훼손되었지만 한옥마을 신축 및 개보수 지원사업, 테마 한옥민박사업, 한옥마을 연계 문화체험 프로그램 확장사업 등을 시행하면서 사람이 떠나는 지역에서 사람이 찾아오는 지역으로 변신하여 지역주민의 만족도가 크게 높아지는 효과를 내게 되었다. 이러한 효과는 슬럼화되고 공동화되던 한옥마을은 이제 역사·문화적 가치를 회복한 전주시의 랜드마크 지역으로 급성장하게 되었다. 1차 한옥마을 재생사업의 성공은 2004년, 노무현정부의 자생적 지역혁신 대표적 성공사례로 선정될 만큼 지역에 만연해 있던 지역발전에 대한 냉소적 시각을 일거에 바꾸어 놓았으며, 한옥마을의 성공을 보다 확장하여 지역발전을 위한 중심 정책, 그리고 국가적 과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원대한 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4년,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국책사업화 추진이 결정되었고, 지역혁신협의회의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게 되면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결성되게 된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추진과정
2004년 4월 결성된 전주시지역혁신협의회 문화산업분과협의회를 중심으로 1999년부터 추진되어 온 한옥마을 혁신사업을 재검토하면서 비전과 목표, 목표와 정책간의 모순점들을 찾아내어 개선안을 찾아내었고, 비전과 현실간의 왜곡, 지역주민의 요구와 발전방안간의 모순 등을 찾아내어 해결방안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를 위해 한옥마을 공동체 등 지역주민과의 대화, 역사학자, 문화기획자, 전통문화관련 전문가 토론회, 한옥보존위원회 등 관련 위원회와의 의견 조율 등을 거치면서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사업의 성공가능성을 확인하였고, 지역발전 5개년사업의 중심사업으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타 지역의 동의를 얻어 중앙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정책 추진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2004년 7월, 5인의 전담 소위원과 담당공무원 2인, 한옥마을주민대표 2인, 지역의 분야별 전문가 8인 등 17명을 모아 민관거버넌스 형태의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을 구성하게 되었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의 가장 중요한 과업은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사업의 비전과 목표를 설계하고, 이것이 지역주민은 물론 국가사업으로서의 지지를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전통문화육성의 국가적 당위성과 전통문화중심도시로서의 비전과 목표, 핵심과제 등을 설정하고 전국적인 지지와 동의를 확보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 문화정책 전문가들을 한옥마을로 초청하여 토론회와 심포지움을 개최하였고, 또 한옥마을의 혁신성과 및 발전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전국의 전문가들을 거의 매주 한옥마을로 초청하는 팸 투어를 실시하면서 토론과 설득을 병행하였다. 초기 사업 구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전통문화도시의 관계자, 국내 문화전문가를 초청해 전통문화중심도시 육성 전략을 개선하고, 수시로 지역주민 설명회와 토론회, 집담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해 계획을 수정하는 등 공감대를 넓혀 나갔다. 2007년 6월, ‘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 해산 시까지 전통문화중심도시 사업의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 및 홍보, 해외 한민족 교육기지화 사업, 전주 한브랜드사업, 전국 문화전문가 네트워크화 사업 등을 추진하며 정책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해산이후에는 전주와 전주의 전통문화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전국의 문화전문가들을 네트워크화하여 새로운 공동체인 ‘(사)천년전주사랑모임’을 탄생시켜 전주의 좋은 친구인 동시에 새로운 ‘싱크탱크’이자 조언자풀을 구축하게 된다.
전주전통문화중심 도시추진단이 가지는 의미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지역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을 설계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단체이다. 추진단의 장점 몇 가지를 살펴보면 먼저 변화하는 주변 여건에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추진단의 이름으로 민간 전문가를 상시적으로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째로는 민관 또는 민민간의 갈등 중재기능을 들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전국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한 것이다. 네 번째로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정책의 추진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순환보직제도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과제를 안정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는 지자체 에이전시 역할을 수행한 것을 들 수 있겠다. 추진단이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됨에 따라 대외 신뢰도 및 전문성을 확보하여 중앙정부 및 타 지역 설득에 용이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지역의 여론을 수시로 전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추진단은 민간중심조직이었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고 정책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쉽게 해소할 수 있었다.
전주의 사례를 통해 본 도시브랜딩
도시 브랜드란 도시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특성이나 고객에게 나타내고자 하는 가치와 속성을 전달하는 것으로, 도시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재창조하면서 기존에 부과되어 있는 전통적 이미지를 강화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도시 브랜드화 전략을 통해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는 동시에 강력한 도시 이미지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 도시 브랜딩은 일차적으로는 지역 내 사람, 장소, 이벤트, 시설 등 도시의 모든 자원을 포함하면서, 장기적으로 도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지침을 제공해주고, 도시 내 각 주체간의 역할과 의무를 결정하며, 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도시가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토대를 마련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도시 마케팅의 핵심 전략인 동시에 도시발전의 마스터 플랜이 되기도 한다. 도시 브랜딩은 도시의 자원을 단순히 관리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일차적으로는 지역의 자원을 지역 내 주체간의 협조를 통해서 창출해내는 과정을 거치며, 이차적으로는 고객이 투자 장소나 여행목적지로 도시를 선택할 때 의사결정을 간단하고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지역의 자원을 외부 고객과 연결하는 과정을 통해서 수행하게 된다. 도시 브랜딩이 보다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책의 중요한 주체인 지역주민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정책으로의 확장이 요구된다. 시민 참여 방안 및 시민 수행과제를 발굴하여 주민운동 차원으로의 확장이 필요한 것이다.
도시 브랜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들의 적극적인 동의와 협조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도시의 비전과 주민욕구가 일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도시의 비전을 지역주민 모두의 현안 과제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의 비전과 브랜드를 효과적으로 통합, 관리할 강력한 주도 기관을 확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전주의 예에서 보듯 민관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연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상징물을 창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도시 브랜딩사업이 완료된 후에서 브랜딩 과정과 결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여 도시홍보의 방향과 컨설팅 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또한 도시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