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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 |
[전라도 푸진 사투리]‘달챙이’와 ‘모지랑숟가락’
관리자(2009-01-13 12:09:21)
‘달챙이’와 ‘모지랑숟가락’ <김규남  언어문화연구소장> 예전에 가마솥 ‘깜밥’ 훑을 때 무엇으로 훑었는지 혹 기억이 나시는가. 보통 왼쪽 끝이 닳아서 없어진 반달 같이 생긴 숟가락 그것을 전라도 인근에서는 ‘달챙이’라고 불렀다. ‘달챙이’란 말은 ‘닳-+장이/창이’가 붙어서 된 말이다. 숟가락의 한 쪽이 닳았으니 ‘닳-’이란 단어가 의미의 핵심이며 거기에 ‘장이’ 혹은 ‘창이’가 덧붙어 이루어진 말임을 짐작할 수 있다. ‘장이’와 ‘창이’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다만 ‘창’이란 말 속에는 ‘천이나 가죽 따위의 얇은 물건이 해져서 뚫린 구멍’이란 뜻이 있으니 ‘달챙이’의 상황과 유사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달챙이’는 ‘닳아서 창이 난 것’이란 뜻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을 듯하다. 그 ‘달챙이’의 표준어는 ‘모지랑숟가락’이다. 이 말은 ‘모지랑’과 ‘숟가락’이 합해진 말이며 ‘모지랑’은 ‘모지라지다’ 즉, ‘물건의 끝이 닳아서 없어지다’이니 말 그대로 ‘모지라진 숟가락’이란 뜻이다. 그러니 ‘달챙이’나 ‘모지랑숟가락’이 모두 사물의 특성을 간파하고 그에 걸맞은 뜻으로 만들어진 말이니 어느 한 편이 촌스럽다거나 이치에 맞지 않을 까닭은 없다. 그저 각자 그 사회 속에서 일정한 기능과 어감을 간직한 채 살아온 단어인 셈이다. 다만 표준어와 방언의 구분이 생기고부터 그 권위에 밀려 하나는 그 가치가 강화 되고 또 다른 하나는 그 존재의 의의를 박탈당한 것뿐이리라. 상황이 어떻든 간에 근자에 들어와서는 ‘달챙이’든 ‘모지랑숟가락’이든 이미 사라질 운명에 놓이긴 마찬가지다. 어디 그뿐인가, 밤이 길어지는 겨울이 오면, ‘달챙이’로 긁어 만든, 시원한 무즙을 즐기시며 가느다란 숨을 조리하시던 조모님과의 겨울밤도 그렇게 기억 저 편으로 ‘사그라드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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