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 |
[환경] 초록이 넘치는 생생삶
관리자(2009-01-13 12:08:53)
빠~~밤 빠~밤 빠밤 베스가 나타났다
우려했던 일이 드디어 현실로 벌어지고야 말았다. 하천 생태계의 무법자 베스가 전주천에 나타난 것이다. 전주천의 베스는 지난 22일 전북여고 학생들과 돼지풀, 환삼덩굴 등 생태계교란 유해식물을 제거하는 활동 과정에서 발견되었다. 약 10cm 정도의 길이의 어린 베스가 잡힌 곳은 건산천과 전주천이 만나는 백제교 상류 징검다리 아래다. 올해 초에 부화되어 자란 어린 녀석이지만 주둥이는 벌써 어른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크다.
베스, 전주천 덕진보가 헐리면서 상류로 진출
물론 전주천에 베스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베스는 삼천과 전주천이 만나는 금학보 부근에 아주 많이 산다. 구이저수지가 계속해서 베스를 내려 보내는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고, 알을 적게 낳는 육식성 어류에 비해 산란을 많이 하기 때문에 번식력이 큰 것이 원인이다. 그러나 이 베스들도 서신동과 덕진동 사이에 있었던 덕진보를 넘지 못했다. 하천의 경사가 큰 편인 전주천 중에도 낙차가 컸던 덕진보는 베스의 이동을 막는 거대한 장벽이었다. 물론 물고기의 이동통로인 어도가 있었으나 보에 설치된 대부분의 어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덕진보의 생태통로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베스는 전주천 상류로 올라올 수가 없었다. 하천생태계의 단절이나 보에 가로막혀 가라앉은 침전물로 인해 물고기 떼죽음을 일으켰던 덕진보가 베스로부터 전주천 생태계를 보호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멸종위기종 임실납자루 거의 절멸시킨 베스
베스는 쉬리, 퉁사리, 참종개, 납자루 등 전주천에 서식하는 30여종의 물고기의 서식을 크게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베스를 잡은 양현 소장(생물다양성연구소)은 임실 신평면 오원천 구간과 섬진강 일부에서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 임실납자루가 베스로 인해 거의 절멸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임실납자루의 숙주인 민물조개의 유생이 기생하는 밀어나 참붕어 등 저서성 어류를 베스가 잡아먹기 때문이다. 민물조개가 줄어들면서 납자루류의 산란과 서식이 어려워진 것이다.
또한 베스의 위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물을 맑게 하며 하천생태계의 먹이 제공자 역할을 하는 수서곤충이나 민물새우, 작은 물고기를 베스가 싹쓸이한다. 뿐만아니라 개구리, 물뱀, 쥐나 어린 오리새끼까지 무차별적인 먹이활동으로 수생생태계의 종다양성과 자정능력을 떨어뜨린다. 하천생태계가 무너지면서 베스가 직접 잡아먹지 않더라도 환경변화에 취약한 토종물고기들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오염에 강한 피라미나 메기나 가물치, 붕어, 잉어만 겨우 살아남는다.
베스, 상수원 녹조류 증가의 원인 제공
더 큰 문제는 꺽지나 가시고기 등 알을 적게 낳기 때문에 포식자로부터 지켜야하는 육식성 어류들과는 달리 알을 많이 낳고 치어를 돌보는 습성이 있다. “40㎝의 성어 베스의 포란 개수는 10~15만개에 이르며 1개 산란장에 2만개 정도의 수정란을 만든다” 는 것이 양현 소장의 말이다. 이러니 한두 마리만 유입 되어도 하천생태계를 점령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토종 물고기의 씨를 말리는 문제 이외에도 상수원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원인을 제공한다. 전북도민 130만 명의 상수원인 용담호의 녹조 발생도 베스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양소장의 조사에 의하면 용담호 베스의 뱃속에서 무려 민물새우 85마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녹조의 원인인 플랑크톤의 조절자인 민물새우가 줄어드니 수질이 안정될 시기에도 녹조가 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천 주변의 와래 유해식물
이외에도 하천 주변에는 환경부에서 유해식물로 지정한 돼지풀, 도깨비가지, 물참새피 등이 살고 있어 토종 식물의 서식을 방해하거나 토양을 척박하게 한다. 특히 돼지풀은 가을철에 많은 양의 꽃가루가 나와 알러지성 비염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전주천이나 삼천의 경우 산책로 및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곳에 주로 분포한다. 돼지풀과 함께 뽑아내야할 도깨비가지는 가축들이 먹으면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유해식물로 지정되었다. 또한 귀화식물인 환삼덩굴이나 갈퀴덩굴, 돌콩의 경우 지나치게 번식하여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치고 천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만드는 물억새 관리에도 어려움을 준다고 한다.
베스, 돼지풀 제거 전에 사람들의 반성이 우선이다
하천에 서식하는 토종 물고기와 수변의 식물이 건강성을 유지할 수 있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뽑아내거나 제거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베스나 돼지풀에 모든 죄를 뒤집어 씌워서는 안 된다. 지난 봄, 베스 낚시를 하는 사람이 너무 한다는 민원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 아무리 베스가 생태계에 위해하다고 해도 살아 있는 베스를 아무데나 던져 산채로 고양이 밥이 되게 하는 것은 너무하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살아 있는 생명을 대하는 태도, 생명을 경시하는 자세를 지적한 것이다. 북미 대륙이 원산지인 베스는 1973년 수산자원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시험 방사된 이후 자연 증가와 손맛을 즐기려는 낚시꾼들에 의해서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황소개구리, 블루길, 뉴트리아 등 우리나라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종들은 대부분 양식 목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이외에도 애완용 동물이나 종교의식인 방생이 더해져서 국내 자연 생태계에 서식하는 외래동물은 무려 607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외래종들이 우리나라 생태계에서 적응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이들을 포획하고 식물 종을 제거하는 활동 이전에 외래종 도입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사람들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 이러한 반성이 없이는 언제 다시 또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외래종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