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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 |
[문화현장]2009 전북 축제 미리보기
관리자(2009-01-13 12:05:01)
축제의 도시 전주, 가슴이 설렌다 <윤영래  편집장> 2008년 전주 문화가의 이슈는 역시 축제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슈의 쟁점이 됐던 축제는 영화제와 소리축제. 9회째를 맞은 전주영화제는 정체성과 대중성을 확보하면서 문화산업의 성공적인 통로로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비해 가을에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도 여지없이 정체성과 성과를 두고 논란이 일었고, 설상가상으로 연말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소리축제의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다시 홍역을 앓고 있다. 여기에 소리축제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도립국악원의 통합론이 불거지면서 연말 문화계를 뜨겁게 달구었다. 이제 새해. 축제는 여전히 도시를 발전시키는 통로가 되고 있다. 이 지역의 대표 축제인 영화제와 소리축제가 보다 안정된 틀을 갖추어 정체성을 살리고, 한 단계 진전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올해 10년을 맞는 전주영화제, 여전히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방향 정립에 골몰하고 있는 소리축제. 이들 축제가 올해 지역문화계에 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통로가 되기를 기대하면서 전주영화제와 소리축제, 여기에 전주의 대표적인 전통축제 풍남제까지 한기간에 열린다면 전주의 거리는 어떤 활기로 넘쳐날까 가상으로 그려보았다. 도시에 생명을 불어넣고, 도시를 살리기도 하는 축제. 이제 집중과 선택을 고민해야하는 시점이다.     새벽 6시. 휴대폰 모닝콜에 잠을 깬 심데렐라씨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뛰어간다. 아침 7시까지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가려면 빠듯한 시간. 대충 씻고 갈아입을 옷 몇 가지를 챙긴 그는 서둘러 택시를 잡는다. 터미널 안 매표소에는 동호회원들이 모였다. 인터넷 영화 동호회 ‘독사모’ 회원들인 이들은 모두 전주국제영화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극장에서 개봉하지 않는 독립영화, 디지털 영화, 제3세계영화들을 골라 상영하는 전주영화제는 이들에게는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게다가 올해에는 전주세계소리축제에 풍남제까지 동시에 열려 회원들 중 몇몇은 아예 여름휴가를 포기하고 이번에 휴가를 전주로 가기로 작정했다. 영화와 공연 그리고 풍남제까지 전주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종 축제는 가히 전주주간이라 부를 만하다. 서울발 전주행 7시 고속버스. 버스 안에서도 몇몇은 일정을 점검하느라 바쁘다. 보고 싶은 영화시간부터 체크하고 빈 시간에는 소리축제에서 볼 만한 공연도 골라야 한다. 이미 몇몇 영화와 공연은 인터넷으로 예매한 터이지만 현장에 가 보면 또한 상황이 달라질 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출력한 각종 자료를 다시 꼼꼼히 뒤져 보고 있다. “어, 이거 한번 가보자.” 옆 자리에 있던 미스터홍당무가 인쇄된 종이를 내 보인다. 경기전 안에서 그네뛰기 경연대회가 열린다는 정보다. 시간도 마침 오후 2시라 영화나 공연 모두 비어 있는 상태. 주변에는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전동선당도 있고 하니 가 볼만 하다. 상금도 있고 참가만 해도 기념품을 준다니 전주의 추억으로 좋은 기념이 될 것도 같다. 영화의 거리에서 전동성당까지 그리고 소리문화의 전당까지 가는 무료셔틀버스도 운행하고 있으니 잘만 이용하면 교통비도 절약할 수 있다.   “근데 우리 도착하면 밥은 어디서 먹냐? 배고프다.” 뒷자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곰팅이가 한마디한다. “야, 걱정마. 콩나물국밥집 내가 다 알아놨어.” 동호회에서 엄마 같은 존재 영자시대가 걱정마라 한다. “비빔밥, 화심순두부, 막걸리집도 다 이 손안에 있으니까 걱정말구 계획표나 잘 점검해봐.” 역시 믿음직한 영자시대. “근데 형, 셔틀버스로만 움직이려면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막 잠에서 깬 막동이가 걱정을 한다. “아, 참 너 처음이구나. 영화의 거리에서 한옥마을은 걸어가도 15분에서 20분이면 충분해. 택시 타두 기본요금.” 회장은 벌써 대여섯 번이나 전주영화제를 찾아서 먹거리나 볼거리나 전주라면 환하다.   아침 10시. 일행은 콩나물국밥 먹느라 말들이 없다. 후후 불며 넘어가는 국밥 한 그릇에 기운이 솟는다. 일단 첫 영화는 카스흐스탄영화. 11시 10분 시작이니까 걸어가도 충분하다. 걸어가면서 만나는 전주시내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4층 정도가 고작인 아담한 건물들 탓인지 한 20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객사를 지나 영화관으로 가는 길은 보행자전용도로다. 주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있고, 바닥타일도 재미있다. 루미나리에가 설치되어 있지만 아직 낮이라 불은 들어와 있지 않다. 예향이라고 불리는 전주는 확실히 작은 부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영화관 앞에는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올해로 10회째. 이제 나이값(?)을 한다. 영화관 앞에는 M본부에서 나온 영화제 뉴스 부스도 설치되어 있다. 첫 영화는 성공적이었다. “이거 누가 골랐지?” 서로 영화평을 하느라 정신없는데 앞서 가던 영자시대가 빨리 오라고 손짓이다. 셔틀버스 시간이 다 된 모양이다. 공짜버스를 타고 경기전으로 출발이다. 5분도 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다 왔단다. 회장 말마따나 걸어 다녀도 충분할 듯. 경기전을 중심으로 한 한옥마을에서는 풍남제가 한창이다. 포스터를 보니 근처 남부시장에서는 옛날식 난장도 펼쳐지고 있어서 저녁에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성심여고 앞, 이름난 칼국수집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먹자는 영자시대의 말에 “저 친구 없었으면 우린 쫄쫄 굶었을거야”라며 모두들 쫓아간다. 이십년이 넘은 칼국수집에는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맛도 일품이고, 우선 분위기가 식욕을 돋운다.   점심을 먹고 들린 경기전에는 현존하는 유일한 왕의 어진이라는 ‘태조어진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는 흔하지 않은 기회다. 그 옆에는 몇 가지 유물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태조 어진에 비해 다른 유물들은 관리소홀인 듯 먼지가 뿌옇다. 옥의 티랄까. 단체로 출전한 그네타기에서 우린 뭐 참가에만 의의를 둬야 했다. 왠 그네 잘 타는 사람들이 그리도 많은지. 참가상으로 휴대폰고리를 하나씩 받았는데 앙증맞은 칠보공예품이 예쁘다. 다음 영화는 5시에 시작이라 시간이 좀 남는다. 전주왔다는 증명으로 모두 경기전과 전동성당에서 사진을 찍기로 했다. 풍남제도 소리축제와 연계해서 열려 갖가지 국악공연이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펼쳐진다는 것도 알게 됐다. 이번 기회에 우리 소리공연도 한번 보자는데 모두 의기투합했다. 다시 셔틀버스를 타고 영화관으로. 이번에는 아프리카 영화다. 전주영화제 아니면 내가 어디서 아프리카 영화를 볼 수 있을까? 끝나고 나오니 6시 30분이다. “회장형, 우리 이 공연보러 가자.” 미스터홍당무가 또 무슨 종이를 들이민다. 소리축제에서 7시 30분부터 하는 빅밴드재즈공연이다. “어, 판소리만 하는 거 아니었어?” 곰팅이가 끼어든다. “으이구, 세계소리축제잖아. 그러니까 소리로 하는 건 전부 하는 거지.” “그래. 그럼 시간 없으니까 두 팀으로 나눠서 택시타자. 밥은 공연 끝나고 막걸리집에서 해결하구.” 영자시대가 깔끔하게 정리를 한다. 퇴근시간이라 길이 조금 막혀 도착한 시간은 저녁 7시가 막 넘었다. 너무 멀다 싶지만 그런 것쯤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서울 같으면 이 정도는 ‘옆집 수준’이다. 게다가 차도 별로 막히지 않으니 불만 없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열리는 소리문화의 전당 앞은 어스름이 깔리면서 더 화려하다. 영화제에는 M본부더니 여기는 K본부 카메라가 돌아다닌다. 소리축제라 그런지 공연장으로 올라가는 곳곳에서 프린지 공연이 열리고 있다. 젊은 공연무대가 시선을 잡아끈다. 한쪽에는 전주영화제에서 협력해서 음악영화를 상영한다는 포스터도 붙어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축제들이 동시에 열리니 이런 점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다. 루마니아 출신들로 구성된 빅밴드재즈공연도 재미있다. 우리 귀에 익숙한 레퍼토리와 한국가요를 편곡한 연주가 공연 내내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마지막 순서는 관객들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면서 함께 즐기는 멋진 무대였다. 공연이 끝나고 나오니 다시 배가 고프다. 오늘 저녁은 막걸리집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막걸리집은 얼마나 멀지?” “셔틀버스가 간다니 버스타고 가죠.” 역시 엄마 같은 영자시대. 저녁 9시 50분. 삼천동 막걸리집은 어느 곳도 빈자리가 별로 없다. 다들 영화보고 공연보고 이쪽으로 몰린 듯하다. 막걸리 두 주전자에 반찬이 장난이 아니다. ‘밥도 자연스럽게 때울 수 있다’고 했던 영자시대의 말이 사실이었다. 서비스 안주가 나올 때마다 탄성이 터진다. 그러고 보니 덤덤하게 있는 사람들은 전주사람들인 듯싶다. 우리 오른쪽에 앉아있는 남녀커플은 영화이야기에 여념이 없고, 뒷자리에서는 판소리 얘기가 한창이다. 막걸리집에서도 축제가 이슈다. 몇 년 전에 가보았던 영국 에딘버러 축제의 까페 분위기가 생각났다. 에딘버러축제도 한 시기에 여러 축제가 열려 관광객들에게는 좋은 볼거리가 되었었는데... 전주도 머지않아 세계적인 축제관광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됐다. 갑자기 카메라가 등장하더니 우리 보고 인터뷰를 하잔다. 이번에는 S본부다. 한동안은 텔레비전을 켜면 전주의 축제 소식밖에 안 나올 것 같다. 역시 신나게 카메라 앞에서는 사람은 영자시대와 막동이다. 전주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불과 삼십분 정도면 어떤 공연장이나 영화관을 찾아갈 수 있는 아담한 도시. 전주사람들이야 일상이 되었으니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없을 터다. 우리처럼 복잡한 서울에서 와서 느끼는 이 기분은 바로 ‘여유’와 ‘멋’이다. 가을에는 발효식품엑스포와 천년의 맛 잔치가 동시에 열린단다. 다시 전주에 와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워낙 유명한 전주음식이지만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으니, 가을에는 음식기행으로 친구들을 모아봐야겠다. 시간은 벌써 자정을 넘기고 있다. 내일도 강행군이다. 전주의 밤. 아름답고 운치 있어서 하루가 가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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