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 |
시민! 다방을 찾아가다
관리자(2009-01-13 12:04:40)
시민! 다방을 찾아가다
정경진 소설가
요즘 전국의 지자체와 각각의 예술, 문화단체들은 저마다 ‘문화도시, 창조도시”를 마치 마법사의 주문처럼 외치고 있다. 이것은 10여년전 세계화라는 잠꼬대 같은 말에 앞뒤 가리지 못하고 매몰되었던 그 때와 유사해 보인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이 문화도시를 만들고, 창조도시를 세우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저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물론 이러한 생각과 태도에 대해 무지와 편견이라 몰아세우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시민들)은 ‘문화도시, 창조도시’라는 말을 단순히 정치적 구호나 정책적인 표어로 인식하고 있다. 그 동안 국가적으로(혹은 지자체) 진행되는 대단위 사업과 정책들이 실제 그 나라 백성(지방민)의 현실적인 삶과 동떨어지고, 이질적으로 진행되었는지를 거론하는 것은 사족이다. 왜 이러한 일들이 갑을관계로 진행되어야만 하는가? 우리는 고민해야 한다. 지자체는 행정적인 문제로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일반 시민들로 구성되었다고 주장하는 문화, 예술 단체들마저도 일방적이고 맹목적인 행태를 보이는 것은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그럼 어떻게 해야 일방성에서 벗어나 진정한 소통과 교류를 할 수 있을까.
도시는 수평적인 토지와 수직적인 건물, 그리고 수평과 수직의 교차점에 사람이 살고 있다. 각각의 교차점들이 자연 환경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곳을 우리는 도시라고 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도시. 창조도시>를 거론하면서 사람(도시민)에 대한 논의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도시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면서 동시에 향유자인 사람(도시민)에 대한 고민과 접근이 부족한 것이다.
창조라는 단어의 개념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에서 새로운(기존의 시선, 평가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다. 전주 한옥 마을에 대한 연구와 고민들, 군산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다양한 접근 등이 이러한 예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던 사람(도시민)에 대한 고려와 접근이 부족한 점이다.
한옥 마을이나 근대문화유산 활용 등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진정한 ‘문화도시. 창조도시’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도시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 가운데 사람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앞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수평적, 수직적인 사고와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문화도시, 창조도시’를 만들려는 것은 쌓았다가 흥미를 잃으면 허물고 다시 쌓는 모래 놀이가 분명 아니다.
지난 22일. 군산의 중심지였던 구)경찰서 부지에 다방이 설치되었다. 시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의견과 갈증을 담아내려는 의도이다. 누가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누가 참여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말하는 지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22일 하루 동안 다방을 찾은 40여 명의 시민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과 호기심을 표출하였다.
다방 문을 열고 들어선 중학생들은 커피뿐인 메뉴에 실망하면서도 그들 나름의 갈증과 고민을 토로했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공간이 없어서 제대로 놀지를 못해요.” 춤을 추는 것보다 보기를 즐겨한다는 한 학생의 고민이다. 옆 자리 학생들도 저마다의 불만과 바람을 쏟아낸다.
청소년들을 위한 공간과 시설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지만 각각의 공간에는 나름의 규칙과 틀이 정해져 있어서 오히려 다양한 욕구와 표현을 제한한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남자 고등학생 아들을 둔 남정임씨는 자신의 아들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에 불만 가까운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신이다 시험이다 애들을 쥐어짜지만 정작 입시가 끝나면 애들은 갈 곳이 없어요. 건전하게 놀 곳이 없으니까 애들은 저절로 어른들의 유흥 문화를 답습할 뿐이죠. 그렇다고 다 큰 애들을 초등학생처럼 대할 수도 없는 일이고. 어딘가 이 애들이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학교나 교육청에서 기껏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공자님 얘기 같은 것이고.”
다방에 와서 쏟아놓은 이들의 이야기는 일견 사소한 것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들이 담겨 있다. 문화도시를 꿈꾸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예산과 노력을 기울이기 전에 그것을 향유할 사람들이 과연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기를. 창조도시를 이루려는 사람들의 지향점이 과연 시민들의 삶의 공간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이 겨울 군산의 조그만 문화 저항적 움직임이 단순한 치기나 도발적 행위가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이것은 시민들과 함께하는 걸음이고 손잡음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