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1 | [문화저널]
【 그곳에 가면 】 전통찻집
사는 맛 절절 끓는 '구들' 바닥과 향긋한 차한잔
장세길 기자(2003-07-03 14:55:41)
"안개낀날, 대나무 곁에서 차한모금으로 마음을 덥히다"(이철수 판화 '아침차'에서)
찬바람이 목덜미를 파고들때면 더욱 간절해지는 것 하나. 군불에 절절 끓는 '구들' 바닥 위에서 누리는 향긋한 차 한잔의 여유. 불황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대나무 곁에서 차한모금으로 마음을 덥히는 이철수씨의 여유가 부럽기만 하다. 아니 부러워만 하지 말고 그 여유를 누려봄이 어떨는지. 전통한옥 처마 위로 군불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는 곳 찻집 다문(전주 288-8607). 추위를 싫어하는 탓에 군불을 '팍팍' 지핀다는 주인장의 넉넉한 웃음이 배어 있는 다문만의 독특한 전통차를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찻집이 보성 등지의 차를 내놓지만 이곳은 정읍, 고창, 순창 회문산 아래 등 이 지역에서 자생하는 야생수제녹차를 직접 덖어 내놓는다. 옹기그릇에 내놓는 또 하나의 별미, 다문백반은 고향 손맛 그대로다. 전주산조축제가 열리는 곳이 바로 여기다.
다문을 옆의 교동다원(전주 282-7133)은 '아담한' 크기로 작은 사랑방 같은 운치를 뽐낸다. 작은 마당 옆엔 주인장이 직접 가꾸는 토란도 있고 야채도 있다. '말만 잘하면' 이 토란으로 죽도 끓여주고, 어떤때는 단맛이 물씬한 곶감도 차한잔과 함께 나온다. 술은 팔지 않고 오로지 전통차만으로 찾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이곳에서 전주천으로 조금 걸어가다보면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그 나무 아래 옛 한옥 대문이 서있고 그 너머에 찻집 가람이 있다. 교동한옥지구 찻집의 터줏대감인 이곳은 매력은 넓은 정원. 돌담과 너무도 어울리는 이곳 앞의 자갈길은 산조축제 공연이 열리는 장소기도 하다.
경기전 옆의 찻집 연꽃을 피운 돌(285-2090)은 한옥은 아니지만 창밖으로 내비치는 경기전 담과 그안의 나무들이 차한잔의 맛을 돋운다. 때로는 국악이 때로는 서양 클래식이 잔잔히 흐르는 이곳에선 예쁜 문화상품과 미술가답게 여주인의 아기자기한 실내장식을 만날 수 있다.
교동이 멀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전주 덕진공원 후문 앞에 자리한 차마당으로 가보라. 5-6명이 들어가면 '꽉차는' 성냥갑 같은 찻집이지만 '말만 잘하면' 푸성진 밥한그릇 너끈히 '공양' 받을 수 있는 주인장의 너그러운 마음을 만날 수 있다.
속도빠른 도시생활에서 '느림'의 미학을 만나고 싶거나 어느날 문득 차향이 그립다, 발길을 돌려보자. 마음을 덥히는 차한잔의 여유가 이곳엔 가득하다. /장세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