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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 | 연재 [이십대의 편지]
이해 못해도 괜찬아
황미미(2014-02-05 15:01:32)

전북지역 활동가들의 12일 워크숍을 참여한 기회로 신정일선생님의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때 잊혀지지 않는 마무리란! “왕따를 당하면 자기 내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극복만 하면 왕따만큼 좋은 보약이 없다.” 그, 그래 맞아. 하지만 어떻게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꺼낼 수 있지?

지금부터 풀어놓는 내용은 oo를 기어코 드러내지 않겠다는 마음에서 썼다. 나는 참 불편했다. oo를 밝히지 않으니 글이 써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이유로 밝힐 필요는 없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한 시간 자고 더 깨어났다. 그리고 결정했다. 나를 밝히기로, 어떻게 말해야 사람들이 최대한 나를 美美스럽게 볼 수 있을까.

나는 유년시절부터 학창시절까지 거의 즐겁지 않았다. 내가 하는 행동, 말투, 생각들이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와 주변사람들은 서로 맞지 않았고, 그 사실을 재치있게 해석하는 능력이 없는 나이었으므로 우리는 분리되었다. 전문대에 입학하고 나선 집단을 이해하는 법을 모른다는 판단 하에 그들과 멀리서 사귀었고, 가까이서 관찰했다.

그리고 공무원 공부를 했다. 몇 번의 시험을 본 후, 가족들 앞에서 공무원 공부의 중단을 선언하고 대학교에 갔다. 그런데 활동패턴은 공무원 수험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도서관, , 대학교. 이러다가 돌 것 같았다. 상쾌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도 나만 찌르던 가시가 남을 찌르지 않도록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했다.

그래서 여러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막상 모임에 나가면 사람들이 ‘20대 초반’에 관심을 갖고 기특해 하시기에 그것이 마냥 좋아 다음에도 나간다. 내 또래에게 받은 적 없는 환대를 여기에서 느낀다. 그들 덕분에 이후 딴짓, 도시재창조시민포럼, 건축지도포럼 등에 참여하면서 모임중독자마냥 동문거리를 드나들고 있다.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의 애정을 독차지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내게 졸업 후 진로를 물어오면, “저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서 무엇을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어요.” 하고 답한다. 이런 말들이 자칫 가벼워 보이는 내 모습에 합당한 이유를 세우도록 도와주었다. 사람들은 나의 왕성한 페북 활동을 칭찬한다. 행사나 아카데미를 참여한 후 소감을 꼬박 기록하기 때문이다. “미미소식(페이스북)만 들어도 전주가 어떻게 움직이는 지 알 수 있어. 허허.” 이렇게 말해주기도 하고, “미미가 모르는 사람이 누구냐?” 이렇게 높여주시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어른들 눈에 마냥 기특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왜, 정치인들이 하는 짓을 해!” 예상치 못한 꾸중을 듣기도 한다. 과거에는 나의 몸짓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 한 단계 숙이고 들어갔다. 그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생각. 당연히 그 틈에 내 의견을 세울 수는 없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이해하지 못한다면, 성벽을 쌓으면 된다. 그래서 꾸중을 듣지 않거나 미화시킨다. 한마디로 고집쟁이다.

나는 왕따를 경험한 후로 또래와 진정한 사귐은 있을 수 없다는 나만의 규칙이 머리에 박혔다. 자기 친구는 또래보다 연상이 많다고 알고 있다. 경고! 이 글에는 여러 개의 섬이 있다. 다리를 놓아야 하는데 돈이 없어 못했다. 알아서들 헤엄쳐 들어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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