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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5 | [문화가 정보]
시대를 읽는 미술의 눈, 예술의 정신 전주역사박물관 '민중미술 다시보기'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6-02 11:56:51)
지구촌이 전쟁의 광풍에 휩싸이고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통과됐다는 우울한 소식이 전해질 무렵, 민중미술이 차지하는 역사적 의미와 민족예술의 시대 정신을 묻는 자리가 마련됐다. 1980년대 군부독재의 엄혹한 현실을 화폭에 투영시켜 올곧은 저항의식을 표출했던 민중미술. 폭력과 압제, 사회적 모순을 간단없이 담아내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예술인의 사회 참여를 독려했던 민중미술은 한국 미술의 리얼리즘 운동을 견인하며 예술이 역사의 주체로 서는데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 왔다.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우윤)이 4월 3일~27일까지 '희망의 노래, 우리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민중미술 다시보기'전을 기획 전시해 관심을 모았다. 3일 열린 개관식에는 한승헌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민중미술의 대표 화가 임옥상씨 등 30여명이 참여해 민중미술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겼다. 체제를 통해 선악을 구분 짓는 구시대의 냉전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우울한 전쟁도발과 5·18 민주화항쟁 기념일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의미심장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예술인의 사회참여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임을 또렷이 확인하게 되는 시기다. 전주역사박물관이 마련한 이번 전시는 민중미술운동의 든든한 뿌리를 형성해 왔던 지역미술운동, 그 가운데에서도 전북지역 민중미술사의 단면을 목격할 수 있는 자리. 80년대 지역 미술운동의 한 축을 형성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환기시켰던 전주 온다라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오롯이 모아 민중미술의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겼다. 지난 1987년 문을 연 온다라미술관은 민중미술에 대한 개인적 애정을 밑천 삼아 김인철 관장(현 온다라문화정책연구소 소장)이 줄기차게 천착해 온 민족예술에 대한 믿음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민중미술의 터전이었다. 이번 전시는 '신학철 초대전'을 시작으로 '임옥상 아프리카 현대사' 등 82회의 전시와 민족미술 강좌 등을 활발하게 펼쳐오던 온다라미술관이 문을 닫은 지 3년여만에 김 소장과 전주역사박물관이 뜻을 모아 성사된 자리다. 우윤 관장은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처럼 뒤로 물러나는 우리 현대사의 한 흐름을 21세기 현재에 대화하고 시대정신을 계승하고자 한다"며 "민중미술뿐만 아니라 모든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자료들이 시간의 흐름 속에 잊혀져 가는 현실 속에서 그 가치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전시에는 각기 다른 색깔 속에서 또렷한 저항의식을 표출해냈던 민중미술의 기수 홍성담, 이인철, 신학철, 박불똥, 임옥상, 이명복, 황재형, 김은곤, 김경인, 이철수씨의 작품 24점이 선보여 관객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개관 첫날인 3일에는 민중미술의 대표 화가 임옥상씨가 참가해 '문화의 시대, 사회를 꿈꾼다'를 주제로 특강을 갖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며 한 시대를 관통하는 미술가의 통찰과 사회 참여정신의 유효함을 강조했다. "역사와 시대의 물결에 몸을 맡겨라" 전시장에서 만난 민중미술 화가 임옥상 민중미술이 갖는 오늘의 의미와 유효함을 묻자, 화가 임옥상은 격앙된 표정으로 질문의 '불순함'을 먼저 살핀다. 당연한 것을 재차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태도 자체가 이미 민중미술에 대한 회의와 불신에서 출발한 것 아니냐고 항변하듯. "민중미술은 시대와 역사의 흐름 속에서 탄생한 자연스런 결과물입니다. 시대와 역사가 지속되는 한 민중미술의 정신은 여전히 유효할 수밖에 없습니다. 미술가의 사회참여나 열린 시각은 여전히 필요하고, 사회의 도도한 물결에 몸을 맡기면 되는 겁니다. 거기에서 허우적거리거나 머뭇거리거나 무장해제 되면 안됩니다." 시대와 역사가 계속되는 한, 늘 깨어있어 그 도도한 물결에 자신을 맡기라는 것. 민중미술은 대중들의 의식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담아내는 작업이기 때문에 미술가는 늘 자신을 채찍질하고 중심을 잡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전주역사박물관이 마련한 '민중미술 다시보기'전에서 특강을 맡은 그는 "어떤 역사도 현대성이 없으면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며 "그 현대성은 지금 우리가 부여할 수 있는 것이며, 현재의 삶과 과거의 역사가 접목될 때 비로소 역사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라고 역설한다. 민중미술이 이 시대와 현재의 삶을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의미를 잃거나 외면당할 수 없음을 그는 내처 강조하고 있다. "민중미술이 나와 무관하거나 과거의 사조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그는 "나는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임옥상이며 민중미술가이기 때문에 우리의 몸과 정신을 해치려는 모든 것들에 온 몸으로 저항하고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가 임옥상은 1980년대를 대표하는 민중미술가로 사회 저항의식을 적극적으로 화폭에 담아 왔으며, 지난 3월에는 반전시위 퍼포먼스 연출 등을 맡아 꾸준한 사회 참여 활동을 벌여오고 있다. 최근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마련한 '당신도 예술가' 프로그램이나 지하철 프로젝트 등을 통해 미술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을 유도하는 공공미술 구축에 주력해 왔으며, 사단법인 '문화 우리'를 발족해 미술가와 사회활동가 등이 망라된 새로운 문화운동의 구심체를 세워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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