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 | [클릭! 사이버월드]
누구를 위한 전산화에요?
김종윤 전북대 강사(2003-05-01 12:05:40)
필자가 한달 전에 결혼을 하였다.
남자로서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집을 준비하는 것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원하는 지역근처의 전봇대나 게시판의 매물내용이나 부동산을 들락거려야 했거나 길거리에 생활정보지를 집어 빼들었어야겠지만 필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생활정보지의 인터넷 판을 찾아 메모하는 방법으로 아파트를 구입하였다. 구입과정에서 예전엔 했을 법한 법원에 가서 등기부 등본을 열람하는 일은 집에서 대법원의 등기 인터넷 서비스 홈페이지(https://registry.scourt.go.kr/start.jsp)를 이용하는 걸로 수고를 덜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처럼 일생에 처음 해보는 것이라 당황스럽고 절차와 형식면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 필자는 한 대형 포탈서비스업체의 결혼관련 인터넷동호회에 가입하였다. 이곳에서 결혼한, 결혼을 준비는, 그리고 결혼전문업체사람들이 서로의 요구에 의해서 공존하며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혼수와 물건 구입에 있어서도 아내와 함께 상의하며 동호회 사람들의 의견과 인터넷쇼핑몰과 시중매장을 돌며 저렴하면서도 기능과 성능면에서 우수하면서도 우리에게 맞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다. 신혼여행은 태국의 파타야로 가게되었고 여행사가 일정을 대행해 주었지만 광주에서 김포공항까지 비행기 예약, 당일의 호텔예약도 인터넷을 통하여 직접했다. 또한 태국 현지에서의 많은 정보들도 알고 가 마치 잘 아는 전주 시내를 도는 듯하였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행복함의 나날 속에서 우리는 작은 첫 번째 어려움이 겪었다. 이 일들은 전입신고, 혼인신고 등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어느날 아내와 함께 동사무소에 전입신고와 혼인신고를 하러 갔다. 그런데 전입신고는 되는데 혼인신고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청으로 향했다. 그런데 구청에서는 호적등본을 각각1통씩 옆창구에서 때오라 한다. 그리고 장황한 서식에 우리 부부의 주소, 본적 등을 채워 넣는 작지만 힘든 작업을 3번의 용지를 바꾸는 과정을 거치며 겨우 마무리하였다. 우리 정부는 주민등록등초본, 호적 등의 전산화를 위하여 많은 돈을 투자하였다. 하지만 결혼 후 누구나 하게되는 전입신고, 혼인신고를 두 관청을 왕래하며 해야되는 현실은 참 아이러니하다. 전산화한 자료들을 동사무소와
구청이 공유하고 망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곳에서 일괄처리 할 수 없다. 또 구청에서 옆창구에서 호적등본을 때오는 행위는 참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혼인신고서와 주민등록증을 통한 신분확인이 이루어졌으면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정보로 얼마든지 자신의 컴퓨터를 이용하여 확인에 필요한 거라면 열람해보고 서류가 첨부되어야 한다면 인쇄할 수 있는 게 전산화가 아닌가 싶다.
정부의 대한민국전자정부(http://egov.go.kr)를 통해서 겨우 제한된 몇 가지들이 개선되고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사실확인과 거래의 확실성이 중요한 은행업무도 현재 신청을 통하여 ID와 패스워드를 입력받아 공인인증, 보완카드 등의 보완을 통해서 인터넷뱅킹이 가능함을 상기해야 될 것이다. 몇주전 TV에서 인터넷실명제의 찬반토론이 이루어지는 걸 본적이 있다. 정부관계자는 특정게시판에서 익명을 통한 소수의 허위사실 유포, 불순한 언사 등의 이유를 들어 인터넷실명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걸 본 적있다. 직선적인 곧은 민의를
수렴하기보다는 제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면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게 전산화일까?
그 전산화정보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국민들도 편의를 돕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 인터넷 콘텐츠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실명제에 관한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구청에서 나올 때 담당직원의 친절한(?) 마지막 한마디가 생각난다. “열흘 후 오셔서 호적 때보시고 한번 확인해보세요.”신용카드사용, 인터넷뱅킹 등의 사용 및 처리를 실시간으로 휴대폰과 메일로 알려주는 서비스가 실행되는 이 시대에 와서 직접 확인을 해야한단다.
문득 이것이‘참여정부’의 진짜 원조가 아닐까하는 실소가 나왔다.
우리의 자산인 자랑스런 인터넷망과 컴퓨터 보급률에 걸 맞는 주민등록증으로 간단한 본인인식 및 클릭 몇 번으로 해당업무를 마칠 수 있는 진정한 전산화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