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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4 | [문화저널]
"낯설음과 소통하며 영화의 지평을 넓혀라" 김은희, 정수완 프로그래머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5-01 11:04:35)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코디네이터로 일했던 '일본 영화통' 정수완씨와 파리대학에서 수학하며 유럽 영화에 대한 안목을 길러온 김은희씨. 2003년 전주국제영화제를 새롭게 채색하게 될 새 프로그래머는 시종일관 이번 영화제가 '부딪혀 낯설음을 깨는' 기회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 '킬링 타임용' 영화제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는 말로 그동안 불만을 낳았던 전주영화제의 진보적 성향이나 대중성과의 괴리에 일침을 가했다. ▲ 2003 전주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을 꼽는다면. △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을 자유·독립·소통으로 정했다. 이 슬로건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아니었고 열린 영화, 젊은 영화를 표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근래 들어 한국영화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주류 상업영화 쪽으로만 주목해 가고 있는 현상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영화 시스템과 담론에 구속받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와 영화 기법으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그 작품을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영화제의 얼개를 이루는 섹션과 프로그램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고, 우리 두 프로그래머가 새롭게 구성한 섹션은 '필름 메이커스 포럼'인데 관심을 갖고 눈여겨 보아주길 바란다. 영화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를 생산해내는데 참여하는 모든 이들, 예를 들어 제작자나 시나리오 작가, 촬영기사, 조명기사 등이 함께 참여해 관객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을 만들고 싶다. ▲ 영화제 운영의 전반적 시스템의 문제이긴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매년 바뀌는 상황이어서 안팎의 우려가 없지 않다. 전주영화제의 성격이나 색깔 등을 무리 없이 정착시키는 것이 새로운 프로그래머의 과제일 듯 한데, 그러려면 전주영화제에 대한 개인적 지지가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 △ 그렇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색깔이 없다는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전주영화제는 디지털과 독립영화에 대한 꾸준한 탐색과 주목을 해왔고, 이것은 여타 영화제와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이 점에 동의하고 공감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을 영화제의 중심 이미지로 내세우는 것이 주효한 것인지는 꾸준히 점검해 나갈 일이지만, 오히려 지금까지의 진보적 성향을 더 견고하게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전주영화제가 직접 제작하는 디지털 3인3색과 같은 섹션은 매우 드문 시도이고 그만큼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을 계속 가꿔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 여전한 문제이고 늘 언급되어온 부분인데, 대중성과의 조화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낯선 영화들이 관객들에겐 '어렵다'는 말로 표현되는 것 같고, 그것이 축제의 본질을 해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인데. △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어느 나라 어느 지역 영화제도 지역민의 수준과 취향에 맞추려고 영화제를 여는 곳은 없다. 우리가 접하는 영화는 전 지구적으로 쏟아지는 다양한 영화 중에서도 극히 일부만 보는 것 아닌가. 영화제는 일반인이든 마니아든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과 지엽적 시각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고 영화적 시각을 들춰보는 기회로 생각해 주면 좋겠다. 지루하고 재미없더라도 외면하지 말고 자꾸만 접해보고 자신의 취향과 기호를 다시 보는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갖길 바란다. 영화제의 가장 큰 목표이자 역할은 영화에 대한 시각과 관점, 지평을 넓히도록 하나의 장을 제공해 주는데 있다. ▲ 끝으로 권하고 싶은 프로그램이나 시민들과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우선 새 프로그래머의 입장으로 첫 영화제를 치르게 된다. 영화제에 자부심을 갖고 시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지원해 주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킬링 타임용' 영화제는 그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전주가 대안이나 급진영화 등 다소 난해한 이름으로 치러진 것이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제 프로그램에서 친근함과 낯설음을 균형 있게 맞춰나가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필름 메이커스 포럼'과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그리고 소니마주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소니마주는 칼 드레이어의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프리뮤직이 함께 어우러져 연주된다. 영화와 음악, 현장감 있는 조화와 어울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김은희·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영화에 대한 시각 차이나 의견 차이가 그리 크지 않아 일하기가 즐겁고 수월하다고 입을 모은 두 여성 프로그래머는 영화에 대한 철학과 소신은 물론, 차분하지만 뚜렷한 의사 표현이나 단호하지만 넉넉한 웃음 또한 닮은꼴이다. 1963년 생 동갑내기인 김·정 프로그래머는 각각 동국대 연극영화과와 이화여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파리와 일본에서 영화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안목을 길러온 젊은 영화인이다. 정 프로그래머는 일본 와세다 대학에서 문학연구와 영화를 전공하고 서울영화제 일본영화 코디네이터와 제35호 대종상 예심 심사위원,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심사위원 및 정책연구실 객원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일본 영화통'. 김 프로그래머는 파리에서 영화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단편영화 <휴일>을 비롯해 <평생성> 등을 연출했으며 영화아카데미와 동국대에서 시나리오를 강의하고 있다.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잠시 일본영화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이력을 제외하면, 김·정 프로그래머 모두 민병록 집행위원장과의 친분으로 전주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됐다. 두 여성 프로그래머는 "전주와는 특별한 인연이 없지만, 이번 영화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전주 시민들과도 보다 가깝게 다가서는 프로그래머, 시민과 관객들에게 지지 받는 프로그래머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말로 자리를 갈무리했다. 그들이 만들어 갈 전주에서의 특별한 사연, 관객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따뜻하고 풍성하게 엮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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