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3.4 | [문화저널]
"영화제 자립 프로젝트 장기적 실천이 과제"
김회경 기자(2003-05-01 10:59:52)
전주국제영화제 민병록 집행위원장(54·동국대교수). 한국영화학회장과 영화진흥위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민 위원장은 선임되자마자 조직 화합과 예산 확보라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은 탓인지 꺼칠한 얼굴로 시종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고향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하며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전시키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 지난해 8월 영화제 조직 정비를 통해 새 집행위원장에 선임된 뒤 첫 행사를 치르게 되는데, 그동안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조직 내 화합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영화제의 성격과 상영작에 대한 전주시와 프로그래머 사이의 의견 차이나 괴리를 조화시키는데 역점을 뒀다. 서로의 요구와 생각이 달라 운영에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던 점을 감안할 때 집행위원장으로서 이 부분을 조율하고 융합시키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수개월동안 활동하면서 대외적으로 영화제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해졌다. 나름대로 열심히 뛰었다고 생각하고, 이번 영화제에서는 국내 영화인들의 참여가 지난 행사 때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영화인들이 얼굴만 내비치는 수준에서 벗어나 영화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해 역할을 맡게 함으로써 일정부분 책임과 참여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 나가고 있다. ▲ 예산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올해 전주시 지원 예산이 9억원으로 삭감돼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조직위 차원에서 돌파구 마련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 같은데. △ 국가에서 5억원, 시에서 9억원이 지원됐고 전북도에서 2억원가량 지원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제를 치르는데 차질이 없도록 전 스텝들이 노력하고 있어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예산이 넉넉하면 프로그램 등 내용적 측면에 더 집중할 수 있었을텐데, 예산 마련하느라 상대적으로 그 점에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어 아쉬운 부분이다. 광고주 모집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 상해영화제와 자매결연을 맺었다. 실제로 이번 영화제를 치르는데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궁금하다. △ 상해영화제도 오는 6월에 열리는데, 전주영화제와 상영작에서 상당수 겹치는 부분이 있어 조율해야 할 부분이다. 아직은 큰 성과를 기대하긴 시기상조고 당초 자매결연을 맺은 것은 중국이 여전히 사회주의국가라 표현의 자유를 적잖게 제한 받고 있는 실정이어서 독립영화인들의 작품을 전주에서 상영해주거나 기회를 만들어 주는 쪽으로 전주영화제의 기능을 살려보려고 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아시아권 독립영화를 꾸준히 지지해왔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그쪽 영화인들에게 기회를 주는 교두보 역할을 맡아보자는 의미였다. ▲ 그동안 선보여왔던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이 어렵다는 비판이 있었고, 그런 점에서 축제로서 쉽고 친근하게 다가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들이 언급되곤 했었다. 앞으로 전주국제영화제의 색깔이나 성격이 어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 전주국제영화제는 예술영화, 실험성 짙은 영화들을 선보이면서 나름의 색깔을 규정해왔었다. 그것을 통째로 들어내거나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예술 영화나 실험적 영화들에 대한 꾸준한 지지를 보내면서 일반 관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병행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영화 영역을 개척하고 선보이면서 대중들의 요구와 기호를 살피며 리드미컬하고 균형감 있게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전주국제영화제는 한번의 행사를 치르고 끝내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상시적인 프로젝트 개발 등을 통해 지역 사회에서 그 역할을 확장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 △ 그렇다. 조직위 차원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구체적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오는 5월에는 조직위 소속 씨네마테크를 개원할 예정인데, 매달 한번씩 작은 영화감상 기회나 해외 영화 감독 초빙 등을 기획해 영화에 대한 안목과 시각을 넓혀나가는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명작들을 내놓아 이를 DVD화해서 시민들에게 공개할 생각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화제가 자립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마련해 나가는 것도 하나의 숙제일 것 같다. / 김회경 기자 민병록 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실질적 사령탑이자 전주 출신의 유력한 영화계 인사인 민병록 집행위원장. 지난 세 번의 영화제를 치르며 지역 정서에 대한 외부 인력의 이해 부족과 조직 운영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전주국제영화제가 새롭게 조직정비에 나서 장고 끝에 선택한 인물이다. "고향을 위해 헌신할 각오가 있었기 때문에 이 자리를 수락했다"는 민 위원장은 "전주가 가진 전통문화의 향기 속에서 미래 지향적인 디지털과 영상의 이미지가 결합됨으로써 지역 이미지를 보다 풍성하게 가꿔나가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국대 영화영상학과 교수인 민 위원장은 일본과 미국 뉴욕에서 영화 공부를 마치고 한국 영화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인물로 부상, 유력한 영화 관련 협회의 요직을 두루 거친 영화계의 마당발이다. 1978년 동해 프로덕션 카메라맨을 시작으로 청룡상, 백상예술대상, 대종상, 아태영화제 등 권위 있는 영화제의 심사위원과 한국영화학회 부회장, 영상산업신문 위원을 거쳤으며, 현재 한국영화학회 회장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3 전주국제영화제가 첫 시험 무대인 만큼 국내 영화인들의 적극적 참여와 대외 인지도 확보를 위해 열심히 뛰었다는 민 위원장. 고향에 대한 그의 약속과 헌신이 이번 영화제에서 아낌없이 발휘되길 기대한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