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3.4 | [특집]
전국을 휩쓴 '영상열풍', 21세기 청사진인가 영상산업 토대를 다지는 몇 가지 조건
김건 전북대 강사 영화학(2003-05-01 10:39:08)
전국에 열풍이 불고 있다. '로또 복권'의 열풍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는 문화영상사업이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의 도래와 함께 문화영상사업이 지식기반 경제의 핵심산업으로 부상하는 동시에 사회·경제적 가치가 확대되면서 문화영상사업은 지역을 활성화하는 중요한 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지역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조성되고 있는 문화영상산업을 파악해보고, 현재 전라북도에서 추진중인 문화영상산업의 현실을 직시해 보자. 일반적으로 영상산업의 핵심은 영화산업이지만 그 이외에도 디지털 콘텐츠,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 등등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며 또한 지역마다 특색 있고 고유한 문화·관광 테마와 연계되어져 이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춘천을 필두로 해서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첨단 문화산업단지의 육성현황을 살펴보면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추진되는 사업명칭만 약간 다를 뿐이지, 그 내용은 거의 비슷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춘천은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멀티 미디어 밸리'를, 대전은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IT, 영상, 게임 등 신산업을 중점 육성한다고 한다. 인천에선 송도 미디어밸리 및 테크노파크 지역에 출판문화산업단지와 애니메이션 등 영상산업단지 조성계획을 수립·추진하며, 광주는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TV 제작 관련 사업에 국한하여 '문화산업 클러스터(집적화 단지)'를 조성 사업 중이다. 각종 영화 촬영지로서의 천혜적인 매력과 함께 관광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 제주도 역시 문화산업을 2007년까지 영상, 캐릭터 개발, 게임, 콘텐츠, 산업 디자인 등의 문화산업을 육성한다고 한다. 또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를 주최하는 부천시는 소사구 송내동 일대를 첨단문화산업 단지로 개발하고 있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부천시가 서부수도권 중심에 있으면서 1시간대에 수도권 2천만 인구의 접근이 가능한 엄청난 잠재 인구의 시장성과 인천국제공항, 서해안 고속도로 등의 교통망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천시가 주력하는 사업은 시 재정 위험부담이 거의 없는 출판만화분야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부천시의 추진전략은 출판만화를 부천의 특화산업으로 육성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며, 국내 다른 지자체와의 차별화를 통해 프랑스 안시 혹은 일본의 히로시마처럼 만화도시로 육성하며, 현재 세계만화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일본 등과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 힘입어, 부산시는 영상산업 육성 10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사업은 영화문화 박물관, 부산영상벤처, 애니메이션 산업지원센터, 국제영상기자재박람회, 시네마테크 활성화, 영화관련 캐릭터 개발, 영화제작 부산펀드조성 등등 다양한 영상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이에 뒤질세라 후발주자인 전라북도는 문화영상산업 전반에 걸친 각종 시설을 집약·연계화해 전국 최대 규모의 '문화·관광·영상 클러스터' 지역으로 육성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제 4차 국토종합계획상 전주가 문화영상산업의 거점도시로 지정됨에 따라, 전라북도는 국토종합계획과 연계한 영상산업의 육성과 영화 촬영지로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도내 10개 시·군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며, 또한 각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영상산업을 원활하게 지원하기 위한 행정·재정상 근거인 조례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된 '영상산업 육성 조례'는 전북지역을 고부가 가치산업인 영상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상산업 진흥시책 수립, 15인 이내의 전라북도 영상산업 추진위원회 구성, 영상산업 관련 투자기업과 영상산업 기반시설 지원, 시·군의 영상산업 유치지원 및 협의체 구성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이처럼 전북의 영상산업은 전라북도를 차별화 된 4개 권역별로 나누어 점진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라북도는 전주-완주를 묶어 전주권으로 분류해 조선시대 등 역사와 전통문화 중심의 영상 촬영지를, 군산-부안-고창은 서부해안권으로 해양 및 고인돌 문화를 활용한 영상테마 파크를, 임실-남원은 남부내륙권으로 재래시장이나 춘향 테마파크를, 동부 산악권인 무주-진안-장수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한 영상촬영장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이 방침을 보면, 실로 전라북도 전체가 문화·관광 및 영상산업화 되어진다는 느낌이다. 이처럼 방대하고 포괄적인 계획이 도 단위로 전국에서 처음 시도되는데, 원만한 성공여부와 향후 운영관리, 관광객 유치 효용도 측면 등등 특히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부지매입비, 민간유치로 투자되는 막대한 자본이 과연 예상대로 가능할지 궁금하다. 이미 도의회 문화관광 건설위원회도 도가 제시한 영상산업 육성계획에 대해 "도영상산업육성방안은 지원범위와 근거가 미약하며, 심도 있고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기 때문에 도가 구상하는 시행규칙과 함께 조례에 대해 미료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지역 내에서 문화 영상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하는가? 누구나 우선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아마도 국내 타지방 자치단체와 차별화되고 특화된 전북 고유의 전통문화예술과 천혜적인 관광자원 그리고 영상산업을 접목한 문화관광 영상산업일 것이다. 이는 분명 궁극적으로 지역 문화발전과 이를 통한 수익증대 또는 낙후된 전라북도의 이미지 제고를 꾀하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이미 구조적으로 수도권에 인력과 기술 그리고 자본이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문화영상산업을 육성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한다해도 성공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점이 전라북도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도 같은 논리 속에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수도권에 인접한 부천시가 만화분야만을 특화하는 경우를 살펴보다라도, 이미 기존의 애니메이션, 게임, 음반, 영상, 방송산업의 90%이상이 수도권에 편중되고 있다. 부가가치가 큰 문화산업의 속성상 자본과 인구가 많은 곳에 편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전라북도에서 야심차게 추진하는 영상산업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다. 문제는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지방여건과 재정형편에 맞는 그리고 타지역에서 시행하지 않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추진하는 것이다. 물론 문화·제도적 차이가 존재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자. 영국의 지방도시인 쉐필드(Sheffield)의 문화산업단지(Cultural Industries Quarter : CIQ)는 영국에서 문화·과학·기술·영상부문의 사업체들이 집적되어 있는 성공적인 문화산업단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 도시는 1980년대 초부터 쇠퇴하는 전통적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산업을 모색하며, 디자인, 멀티미디어, 영화 및 패션 등 문화산업을 새로운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의견을 대표하는 시의회는 발벗고 나서서 지역경제개발의 일환으로 지역시민들과 함께 새로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며, 문화산업단지를 조성한다. 이것은 쉐필드 시의회의 체계적인 계획수립과 평가, 조정과 비전 제시뿐만 아니라 쉐필드시와 시민들간의 긴밀한 파트너쉽 등 다양한 요인들에 기인한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이 이 사업의 주된 추진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 지역주민들의 참여와 관심 없이는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계획일지라도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현재 각 지역에서 조성되는 영상산업단지 추진현황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영상산업은 기초단계인 걸음마 수준이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수도권과 비교하여 전라북도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영상사업을 지역경제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선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고려되어져야 할 것이다. 첫째로, 이미 조성중인 부안 영상테마파크의 경우는 장소 마케팅(place-marketing)이란 개념이 필요하다. 촬영세트장뿐만 아니라 변산반도와 같은 천혜적인 자연조건과 연계된 관광객 유치, 즉 장소의 브랜드네임을 통해 지방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선 관련 서비스, 주거환경, 위락시설 등 도시 활동이 가능한 비즈니스 파크 형태로 개발되어야 한다. 또한 입주업체에 대한 세제혜택 및 지원은 가능성 있는 업체를 선별하여 일회적인 단기간의 지원이 아니라 종합적이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부안을 중심으로 영화 촬영과 제작 그리고 후반작업까지 모든 것이 한 장소에서 해결되어질 수 있도록 조성해야 한다. 두 번째로, 부지선정에 고민하고 있는 전주시의 경우는 영상교육환경을 특화할 필요가 있다. 영상산업의 물적 기반도 중요하지만 씨네마테크와 연계된 지역영상인력의 인적기반 조성에 더욱 노력해야한다. 왜냐하면 이미지 위주의 영화산업일지라도 인문학적 사고의 뒷받침이 없이는 훌륭한 작품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장면을 그러한 구도로 촬영하고 인물들을 배치하는가'를 치열하게 고민할 교육적 근간이 필요하다. 단순히 '영화기능공'이 아닌 '영화장인'으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또한 독창적이고 창의력 있는 '진정한' 지역 영화인들을 육성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영화교육이 필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도내 8개 대학과 지역문화단체와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시간적 여유와 심도 있는 토론을 통해, 전국에서 시도되지 않고 있는 특성화 고등학교인 '영상고' 혹은 전문영상대학원 설립이 고려되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이론과 실기를 겸비한 지역 여성감독을 양성하기 위하여 전라북도 여성단체 협의회에서 주관하는 전북여성영화제 '여성영화 아카데미'가(5-6월 개설)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 곁으로 다가서는 문화, 즉 시민 누구나 함께 문화·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확장이 관건이다. 따라서 전주시는 아마추어 영상물 제작 활성화 등 저변 마인드 확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전주국제영화제도 중요하지만 더욱 전폭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문화공간은 전주지역에서 자생하는 소규모 영화제인 전주시민 영화제, 골방아트 영상제, 전북여성 영화제, 시민영상제, 꿈틀영상제, 우석대 청소년 영화제 등등이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내일의 전북영상산업을 이끌어갈 미래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필자가 보기에, 영화제작 시스템은 이미 조성중인 부안을 중심으로, 전문영화교육은 전주를 중심으로 차별화지어 영상산업을 이끌 필요가 있다. 분명 고부가가치 산업인 전북영상산업은 타 도시에 비해 주민소득이 낮아 낙후되어온 전북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이며, 현재 추진중인 서해안 개발사업들과 연계됨으로써 새로운 발전과 가치창출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번 사업은 전북의 발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 지역의 문화발전에 큰 기회가 되길 바란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