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지구를 살리는 이 착한 물건 - 자전거 2
관리자(2008-10-13 15:38:36)
지구를 살리는 이 착한 물건 - 자전거(두번째)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계절이다. CO2나 대기오염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라거나 고유가시대에 대비한 교통수단으로, 자동 차 문화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여기저기서 자전거타기를 권한다. 필자 또한 자전거는 성장 사회에서 생태적 합리성을 강 조하는 사회적 전환의 상징이라며 이러한 흐름을 거들고 나섰다. 우리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느리게 주변을 느 끼면서 학교를 오가게 하자는 말을 한 적도 있다. 통학로 확보를 전제로 한 말이지만 자동차와 보행자에 치이고 끼어 설 자리가 없는 자전거의 법적 지위를 고려할 때 무책임한 말일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아쉬움으로 남았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자전車가 나갑니다.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사람이 걸어가는 사람을 치어 다치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교통법규 상 ‘10대 중과실’에 해당된다. 설령 상대의 부주의로 인한 충돌이었다 해도 치료비는 물론 합의금과 형사상 처벌을 받는다. 횡단보도에서는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도 막상 그리하기가 쉽지 않다.
법대로 하자면 왕복 8차선 도로에서 좌회전해야 하는 자전거는 4차선에서 3차선, 2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해서 신호를 기 다려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횡단보도를 통해 길을 건너는 방법 밖에는 없다.
인도 주행, 통행구분 위반 책임
인도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사람과 부딪혀도 결과는 비슷하다. 이 경우 자전거 운행자는 ‘통행구분 위반 책임’을 지게 된 다. 현행 교통 법규상 자전거는 오토바이, 우마차 등과 함께 자동차에 해당해 도로의 맨 오른쪽 차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 문이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엄두를 못 낼 일이다. 숙련된 레저용 자전거 라이더라 해도 한 차선을 확보하고 가는 것 이 쉽지 않아서 차선 가로 밀려나기 일쑤다. 버스와 택시들이 자주 서거나 우회전 차량들이 빠져 나가는 도로에 생활 자 전거가 발붙이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자동차와 같은 조건의 사고 처리
교통 약자임에도 자동차와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과실을 따져야 한다. 통행 우선순위도 밀릴 뿐 아니 라 보험도 가입할 수가 없어서 종합보험에 가입한 자동차에 비해 법적인 보호가 부실해서 사고를 당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차도뿐만 아니라 인도와 겸하는 자전거 도로 역시 사고 발생율이 높아 가해자가 되기 십상이다.
이쯤하면 자전거타기를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자전거 타기를 방해하는 세상이다. 걷기 다음으로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 이라고 하나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자전거 타기는 위험한 교통수단일 뿐이다.
자전거 활성화, 대중교통망과 연계해야
전주는 지형의 높낮이가 크고 도시도 많이 확장이 되어서 자전거 출퇴근이 쉽지않다. 따라서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 거를 타게 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망과의 연계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나 버스 노선이 팔달로를 중심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고, 신시가지의 버스노선이 많지 않아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큰 상황에서 자전거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버스를 갈아탈 수 있는 곳에 안심하고 보관할 수 있는 자전거 주차장을 만들고, 시내 곳곳에 자전거를 저렴하게 대여할 수 있는 공공 자전거 대여시스템을 만들면 대중교통 이용률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270대의 자전거를 무료 대여해온 대전시는 이번 달에 5,000대의 자전거를 도입하고 2011년까지 시 민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자전거 수를 총 2만대로 늘릴 예정이라고 한다. 전주시에서 추진하는 탄소포인트제를 자전거 활성화에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직은 계량이 가능한 전기 사용을 줄이는 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계산해 서 인센티브를 주는 사업인데 자가용 대신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운행 거리만큼 탄소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인센 티브는 당연히 대중교통 이용권이다.
전용도로 없이 자전거 활성화 없다
또한 자전거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횡단보도에 자전거 통행 공간을 확보해 주거나 도로 주행 시 우선 차량의 지위를 긴급 자동차 다음에 배치해서 교통 약자인 자전거를 보호해줘야 한다. 아울러 자전거 타기 안전 교육이나 차량 운전자가 자전거를 우선 보호할 수 있도록 하고 자전거타기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홍보가 필요하다. 자전거 등록제 운영과 자전거 보험 가입 역시 풀어야할 숙제다. 인도를 잡아먹은 겸용 자전거 도로가 태반인 상황에서 사고 위험을 줄이고, 자동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전용도로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자전거 타기가 지루한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전거 전용도가 필수적이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1km 건설에 1~2억원의 비용이 든다 고 한다. 도심 자동차도로 건설비 100억원의 1~2%에 불과하다. 국도우회도로, 순환도로, 신도심연결 도로 중 시급하지 않거나 불필요한 공사를 줄이면 얼마든지 확보가 가능한 예산이다. 우선 교통망 환승 거점이나 통학권 내에 자전거 전용 도로를 건설하면 대중교통 활성화와 바로 이어질 것이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학원으로 가는 아들 녀석에게 횡단보도 는 내려서 끌고 가라,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잔소리 대신 자전거 전용도로로 다녀라 하는 잔소리를 할 날이 오기는 할 것인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