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 네비게이션


분야별보기

트위터

페이스북

2008.9 |
[테마기획] 전북 연극, 소극장을 탐하다 4
관리자(2008-09-18 10:31:12)
“내가 살아 숨쉴 수 있는 통로” - 익산 소극장 ‘아르케’ 이도현 대표 윤영래  / 문화저널 편집장 익산역을 지나 원광대학교 방향으로 50여 미터 정도 올라가면 ‘아르케 소극장’의 간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간판에도 공을 들여서 주변의 상가 간판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돋보일 정도. 4층에 위치한 극장까지는 다리품을 좀 팔아야 한다. 2ㆍ3층이 비어 있어 아르케로 올라가는 계단은 신비함을 느끼게 한다. 흙먼지 묻은 레드카펫을 거쳐 올라가는 2층과 3층에는 한 듯 안한 듯 소박하게 인테리어가 되어 극장으로 가는 길을 인도하고 있다. 단, 노인들과 장애인들이 공연을 보러 오기는 어려울 듯.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가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한눈에 알게 한다. 사무실과 연습실, 각종 무대장치를 모아 놓은 곳까지 여성 대표의 손길을 거쳐서인지 깔끔하다. 극장 안에는 얼마 전 공연을 마친 ‘경로당폰팅사건’의 무대가 그대로 남아 있다. 매회 4~50명의 관객이 들었다는 이도현 대표. 극단 ‘작은 소동’과 소극장 ‘아르케’를 맡고 있는 살림꾼이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초대형 펼침막으로 ‘꿈은 이루어진다’를 선보인 후 이 구호가 마치 유행처럼 회자된다. 이 구호의 중간에는 ‘노력하면’, ‘준비하면’ 또는 ‘열심히 하면’, ‘계획을 세우고 성실히 실천하면’이란 말이 생략되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87년 친구가 입단한 극단 ‘토지’에 덜컥 따라 들어가 시작된 연기인생이 벌써 20년을 넘겼다. 그동안 이도현 대표는 연극인생에 있어서 두 가지 목표는 이미 이뤘다. 극단을 창단하는 것과 집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그것. 고등학교 때까지 연극이라고는 한 편도 본 적이 없고 남 앞에 나서는 것은 지금도 쑥스럽다는 그녀. “지금도 무대에 서면 굉장히 긴장하고 얼굴도 빨개져요. 누가 길 가다 알아보면 엄청 쑥스러워요”. 이 새댁은(작년 11월에 결혼한 신혼주부다) 차근히 준비하고 노력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 준비했다. “토지에서 연극하면서 여자가 주체가 되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여자는 주인공이여도 울고 짜고 청순가련형이어야만 하지?” 이런 물음들이 연극을 알아 가면서, 연기를 하면서 가슴속에서 울리기 시작했고, 1995년 극단 ‘작은 소동’(‘소리와 동작’의 줄임말)을 창단했다. 창단이후에는 당연히 여성연극을 위주로 공연했다. 창단은 했으나 집이 없어서 셋방살이에 이사를 다니기도 부지기수. ‘마흔 살이 되기 전에 집을 갖자’라는 목표가 자연스럽게 생겼다. 마흔 살을 살짝 넘겼으나 드디어 2007년 아르케 소극장이 문을 열었고 더 이상 짐을 쌀 필요도 없게 됐다. 아르케 소극장이 문을 열게 된 데에는 이대표의 노력도 있었지만 운도 따랐다. 지금은 없어진 ‘생활친화적 문화공간조성사업’이라는 지원정책의 마지막 수혜자가 된 것. 노무현정부 시절 지방자치단체와 국가에서 1:1로 경비를 지원해서 지방에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었는데 여기에 신청을 해서 8천만원의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조건이 따르는데 국비와 같은 금액을 지자체에서 지원해야 된다는 것. 이한수 익산시장과 익산시 의회에서는 단 하나의 소극장도 없는 익산이라는 오명을 씻고자 과감히 8천만원이 아닌 1억2천만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례는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비와 같은 금액을 지원해야 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타 지역에서는 50%이하로 지원하는 지자체가 많은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과감하게 지원한 익산시가 내건 조건은 딱 하나. ‘5년 의무운영기간’ 2012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조건도 내걸지 않은 것. 작은 극단의 꿈과 행정의 적극적 지원이 어우러져 익산은 멋드러진 문화공간을 갖게 됐다. “그 전에 집이 없던 시절에는 빚이 없었어요. 근데 집이 생기니까 빚도 생기던데요”.소극장 공사를 하면서 지원금만 가지고 모자라서 이대표는 부족한 3천만원을 책임졌다. “라커를 많이 만들었어요. 20개도 넘어요”. 지금껏 연극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이 많았음에도 사람이 없어서 못했다는 대표. “익산 같은 경우는 돈보다도 사람이 없어요. 전주만 해도 극단도 많고 사람도 많잖아요. 그런데 익산은 정말 사람이 없어요”. 배우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익산 지역에서 연극을 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익산을 독점하고 있는 극단이 사람이 없어서 고민이다. 이것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대한민국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의 공통된 고민이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들은 서울로 떠나고(떠나는 이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한국의 한 지방일 뿐인 서울에는 사람과 돈이 넘쳐난다. 이런 문제를 문화계의 문제만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면 결코 지역문화의 재생을 얘기할 수 없다. 서울중심주의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에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된다. 이미 서울이 중심이라는 구조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혁신도시추진과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내 집에서 연극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연극은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연극을 본 관객들이 행복할 수 있다면 말이죠” 극단과 극장, 배우와 관객까지 익산 ‘아르케’ 소극장이 오래오래  그 이름을 남기는 것, 그것이 이 대표의 소망이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