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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9 |
[테마기획] 전북 연극, 소극장을 탐하다 3
관리자(2008-09-18 10:30:44)
소극장, 관객을 잡아라! 정진권 / 연출가 독하디 독한놈 오늘 맞장 한번 뜨자 ! 아~ 이 주제! 징허네~ 아스팔트 껌 딱지 같이 떼어내도 떨어지지 않는 연극판의 고민! 사실 그동안 ‘문화저널’에서도 연극 관련 글 중 관객유치에 관한 글도 여러 번 봤었고, 연극 관련 세미나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 오늘 요 독하디 독한 놈하고 맞짱 한번 떠볼랍니다. 뭐 혼자 개거품 물고 얘기하고선 도루묵이 되더라도 공연을 계속해서 올리는 한 역시나 이 고민은 떨쳐낼 수 없는 대 명제이기 때문입니다. 1987년, 제가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당시 전주에서 공연이 정상적으로 올려 졌던 곳은 동부시장 한쪽, 허름한 건물2층의 ‘황토’ 소극장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극단은 ‘창작극회’와 ‘황토’두 곳. 그리고 2008년, 전주에 있는 공연 전용 소극장은 ‘창작소극장’ ‘판’ ‘아하아트홀’ ‘아트홀오페라’ ‘재인촌 우듬지’ 등 무려 다섯 곳. 각 공연장에서는 1년에 적어도 3편 이상의 연극 공연이 꾸준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연극단체도 시립극단을 포함해 일곱 곳으로 늘었습니다. 연극관련학과도 대학마다 거의 포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연극인들은 그동안 전국연극제를 비롯한 각종 연극제에서 각 극단의 특색 있는 작품과 에너지 넘치는 공연으로 좋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실로 괄목상대! 일단 양적인 팽창과 실적 면에서는 고무적입니다. 하지만 왜? 아직도! 관객 수에 관한 케케묵은 고민덩어리를 훌훌 털어내지 못하는 것일까요? 우선, 작품의 완성도와 다양성 즉, 작품자체에 대한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죠. 사실 어떤 단체도 허술히 공연을 올리는 단체는 없을 테지만 요즘, 쏟아지는 작품편수에 비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갖춘 작품을 만나기가 힘들다는 게 관객들의 불만입니다. 부끄럽습니다. 사실, 극단을 꾸려가다 보면 가끔은 작품이 방학숙제처럼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이 그런 점까지 감안하면서 공연을 보진 않을 터이니 충분한 연습시간을 통한 완성도 있는 작품, 그리고 냉철한 자기검열의 잣대를 혹시라도 소홀히 하진 않았는지 반성해 볼 일입니다. 극단의 공연 연보를 채울 것이냐? 관객의 가슴을 울릴 것이냐? 장인정신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또한, 소극장공연만의 재미와 맛을 살린 작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계속해야 합니다. 작품의 내용뿐 아니라 작품의 형식에 대한 실험과 도전에 힘을 쏟지 못하는 각 극단의 사정이나 이유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양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를 외면하면서 편식을 강요할 수는 없잖습니까? 다양한 장르와 형식에 대한 실험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새로운 관객층 확보와 기존의 관객을 더욱더 연극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사실, 이 얘기도 예전부터 나왔던 얘깁니다. 즉 알고는 있지만 실행이 어렵다는 것인데, 그만큼 극단의 사정들이 여의치 않다는 거죠. 결국엔 각 극단이 작품을 생산해 내는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새로운 모색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해결이 안 되면 10년 뒤에도 어떤 연극인이 똑같은 얘기를 여기에 털어낼 겁니다. 다음으로 각 극단의 기획능력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극장 연극’이라는 공통분모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기획 전문 인력이 태부족한 현실을 돌파하는 대안으로 ‘소극장 연합회’를 제안합니다. 이런 공동의 단체를 통해 산별적인 기획능력과 정보를 모으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나갈 수 있을 겁니다. ‘뭉쳐야 산다!’라고 하잖습니까? 한번 뭉쳐보는 겁니다. 현재 전국규모 뿐만 아니라 ‘세계’라는 타이틀이 당당하게 붙어있는 연극관련 축제수가 상당합니다. 우리지역에도 ‘전북 소극장 연극제’가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지만 진정한 연극축제의 성격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래된 음식점 단골은 대에 걸쳐 찾아간다고 하죠? 우리지역의 소극장에도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2대 3대가 함께 찾아올 수 있는 문화적 놀이터요 휴식처가 될 수 있는 연극 축제! 연극인들과 관객이 한판 진하게 소통하며 놀 수 있는 지역 연극축제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트폴리스라는데... 이러한 대규모의 사업도 연합회를 통해 펼쳐나갈 수 있을 겁니다. 꼭 연극제를 하자는 게 아니라 소극장관련 공동체가 꾸려지면 할 수 있는 사업의 내용과 성격을 확장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얘깁니다. 예를 들면, 전주에 산재해 있는 소극장 전체에 대한 C.I 라든가 소극장을 중심으로 한 문화거리 조성이라든가... 이러한 일련의 작업들은 시민들에게 연극이라는 장르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줄 것이고 향후 관객을 유치하는데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할 말은 너무 많지만, 큰 틀에서 현실 가능한 대안과 죽어도 잊지 말아야 될 대원칙을 말씀드렸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연극 팜플렛에 축하의 글 중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라는 문구를 곱씹어 보자는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열악한 환경 탓만을 하기 보다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환경자체를 바꿔보려는 의지와 정열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작품 없이 극단이 없고, 극단 없이 관객은 없다’는 겁니다. 각 극단이 안정적으로 작품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여건이 필수적입니다. 문예진흥기금을 통해 이런 저런 도움을 받고 있지만, 지원 방법과 방향에 대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좀 더 반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후원이 필요합니다. 연극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꿈도 꾸기 힘든 상황에서 연극에 몰입할 수 있는 제반여건의 조성은 각 극단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성과 모색이 있다면 때로는 주위의 응원도 필요하겠죠? 여러분도 할 일이 있다는 겁니다. 이러한 난제들이 한꺼번에 개벽처럼 다가 올리는 없으니 이 지역의 극단들은 그리고 연극인들은 인내와 정열을 가지고 한발 한발 무거운 걸음을 내딛어야 할 것입니다. 다만 ‘기다리느냐? 만들어 가느냐?’는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 온다는 점을 명심합시다! 그리고 관객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천천히 연극판을 들여다보시고 어느 집단이 이러한 일들을 해나가는지 응원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정진권 /  (사)푸른문화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연출가, 연기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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