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 |
[문화현장] 막걸리에 취하고 가맥에 더위를 잊고
관리자(2008-08-13 15:06:37)
푸짐한 안주 막걸리, 착한 가격 가맥 나가요!
편집부
삼천동 막걸리 골목
“택시비가 더 나오는데 누가 삼천동까지 막걸리 마시러 오겠어요?”라는 택시기사의 말에 보탤 말이 없다. 택시기사의 말을 뒤로 하고 삼천동 막걸리 골목에 들어섰다. 저녁 6시가 겨우 넘어서인지 손님이 거의 없다. 동네 슈퍼에 물어보니 여기도 요즘 불황이란다. 그래도 7시 넘으면 사람들이 좀 나올 거란다. 7시를 막 넘어선 순간 벌써 한잔 하고 돌아서는 박태산(46ㆍ건설업)씨를 만났다. 한 시간 전에 와서 한주전자 마시고 귀가하는 길이란다. 젊은 시절 연극도 했었고, KBS ‘전우’에도 몇 번 출연한 적이 있단다. 전주막걸리 얘기 좀 해달라는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술술이다. “건축일을 해서 많이 돌아다녀요. 그리고 전 막걸리를 좋아하기도 하구요. 그런데 전주만 한 데가 없어요.” 뭐 그거야 전주사람이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툭 떠봤다. “아닙니다. 봉동만 가도 막걸리 한주전자에 배추 한통 줘요. 경상도 가면 정말 깍두기 한 종지 주구요.” 막걸리보다 안주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말고 막걸리 한주전자 같이 하자며 손을 끈다. “안주 많은 거 좋죠. 보기도 좋고. 그런데 중요한 거는 정이에요. 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장사속이라 할 수도 있지만 푸짐한 안주는 서민들의 얇은 지갑 사정을 이해하는 주인과 손님 사이에 흐르는 정일 거다.
몇 군데 둘러보다 보니 젊은 여성 셋이서 막걸리에 수다가 한창이다. 명함 한 장 꺼내들고 슬쩍 그녀들의 수다에 끼어들었다. 청주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들인 김향미, 조상현, 한인희씨. 휴가차 왔냐는 질문에 “막걸리 마시러 왔어요.”라며 약속이나 한 듯 한목소리다. 의아해 하는 표정에 대답이 좀 더 구체적이다. “3주 전에도 왔었는데 가보려 했던 집이 문을 닫았더라구요. 그래서 내일 하루 휴가 내고 다시 왔는데 또 닫았네요.” 고등학교 동기들이라는 20대 그녀들은 그저 전주막걸리 마시러 왔단다. 막걸리 마시고 내일 아침에 해장하고 바로 청주로 돌아갈 거라니.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전주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막걸리. 전주막걸리 장점이 뭐냐는 질문에 “싸고 안주 푸짐하잖아요.”라며 막걸리 한 대접을 권한다. 그래 이렇게 스스럼없이 권하고 받고 그러면서 느끼는 정이 전주 막걸리의 최대 장점일 거다. 생(生)자가 붙은 전주막걸리는 효모가 살아있어 청량감이 느껴질 뿐만 아니라 온 동네를 진동하게 하는 트림도 나오지 않는다. 아쉬운 점 하나.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위해 골목입구에 멋스러운 표지판 하나 달면 좋지 않을까.
착한 가격 가게맥주
점심 먹으러 나가는 것도 덥고 귀찮아서 그냥 물 한잔 마시고 때를 다스리기도 할 정도로 덥다. 에너지절감 차원에서 공공기관이나 은행들도 에어컨 온도를 높이고 있어 마땅히 땀 식히러 들어갈 곳도 없다. 시원한 얼음맥주 간판들이 유혹하는 초저녁, 슬슬 기웃거려본다. 저녁 7시. 아직은 한가하다. 주인장은 9시가 돼야 피크니까 그 때 다시 오란다. 기왕에 땀식히러 들어왔고 저녁도 걸렀으니 두툼한 계란말이에 맥주한잔으로 허기도 달래고 땀도 좀 식혀볼 요량을 했다. 8시가 넘어가자 동료들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빈자리가 점점 줄어든다. 경기불황은 가맥집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예년에 비해 매출도 좀 줄었고 최근에 맥주값도 올랐는데 손님들 주머니사정 생각에 변함없이 한 병에 2천원이라는 착한 가격이다. 대학생 커플에게 물어봤다. 왜 가맥집에 오냐고. “여자친구 집 앞이라 데려다 주러 와서 한잔 마시는 거에요. 학생이라 돈도 별루 없고. 딱이죠.” 사진 좀 찍자하니 손사래를 산다. 아직 둘 관계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안된다나. 가맥집에서 만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가맥집에 오는 이유. ‘착한 가격’이다. 탁구장에서 1시간 탁구 치고 나온 아저씨도 가격이 싸서 온단다. 그런데 요사이 일부에서는 슬그머니 안주가격을 올렸다. 맥주가격을 올리면 저항(?)이 강력할게 뻔하니 안주가격을 올린 것. 그래도 착한 가격 가맥을 종종 애용하자. 집 앞에서 동네 사람들과 한잔 하니 늦게까지 있어도 마누라 눈치 안 봐서 좋고, 택시비 안 들어서 좋고, 이웃들과 친해져서 좋고. 이래저래 장점이 참 많다. 동네가게맥주를 자주 애용하자.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