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8 |
[문화현장]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 준비현장
관리자(2008-08-13 15:05:43)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
편집부
전국적으로 각종 ‘마을만들기사업’이 진행 중이다. 70년대 새마을운동 이래로 농촌살리기운동으로는 가장 대규모다. 새마을운동은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주창하고 내무부가 주무부서로서 전국적인 지역사회개발운동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의 거의 모든 부처에서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한 마을만들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농림부의 ‘녹색농촌체험마을’과 ‘마을종합개발사업’, 해수부의 ‘어촌체험마을’, 문광부의 ‘문화역사마을’, 행자부의 ‘아름마을’과 ‘정보화마을’, 산림청의 ‘산림마을’, 농진청의 ‘전통테마마을’ 등 다양하다. 모든 마을사업의 목표는 단순히 말하자면 낙후된 농촌의 개발이다. 급속한 산업화와 그에 따른 이농현상, WTO체제의 출범, FTA협정의 체결 등 수십 년간 농촌을 파괴해온 것의 위험성을 이제 다시 인정하는 것일까. 고사상태에 이른 ‘농촌구하기’에 모두 정부부처가 나선 모양새다. 70년대 새마을운동과 위에서 열거한 사업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민주도형 상향식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총의(consensus) 없이 실시한 각종 사업들이 성공한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 요즘 사업들이 주민주도형으로 진행되는 가장 큰 이유다. 농촌에 주목하고 소지역 단위의 공동체를 부활하겠다는 정부의 인식전환은 환영할 만하다.
이러한 정부주도의 마을만들기사업과는 달리 진안군에서는 전국에서 최초로 기초자치단체차원에서 마을만들기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7년 4월에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마을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워며 개최되었고 이는 마을만들기사업의 기본정신으로 정착되었다. 문화저널에서는 이번호에서는 8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 준비상황을 검토하고 9월호를 통해 행사진행의 전반을 검토하는 지면을 마련한다.
공동체와 농촌의 재생을 준비한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을 품고 있고, 마이산을 비롯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진안에서 ‘제1회 진안군 마을축제’가 열린다. 해발 300m가 넘는 진안고원은 그동안에도 여름철 휴가지로 도시민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몰락해 가는 농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공동체로서의 마을이 붕괴되고, 주민들이 떠나 인적 없는 산골로 변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마을은 왜 몰락했으며, 왜 다시 재생과 부활을 얘기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을까? 그 첫 번째 원인은 급속한 산업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제시대와 한국전쟁을 통해 전 국토가 피폐화된 상황에서 경제개발의 우선순위는 산업화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부존자원이 빈약하고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산업화는 지상명제였다. 각종의 국토개발계획에서 농촌은 항상 순위 밖이었고 관심사는 도시화와 산업화였다. 두 번째 원인은 산업화에 따른 이촌향도현상, 즉 도시의 확대다. 자본이 도시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인구가 도시로 몰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다. 세 번째로는 주민들이 떠난 농촌에서는 필연적으로 공동체가 보유하고 있던 마을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준비된 마을축제는 기존의 마을만들기 사업들이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집중한 것에 반해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즉 농촌의 재생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접목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는 사람이 서 있다는 것이다. ‘다시,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주제는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 여겨진다.
다양한 체험과 문화행사들
이번 마을축제는 관주도의 행사가 아니다. 물론 군청에서도 지원이 있었으나 군내 20여개 마을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하고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들로 꾸며져 있다. 농촌재생을 위한 귀농귀촌 체험축제, 잊혀졌던 백중행사, 음악회, 체육대회, 영화상영 등 가족끼리 다양한 농촌체험을 즐기며 도시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11일부터 16일까지는 귀농을 계획하는 도시인들이 민박을 하면서 농촌에서의 삶을 지미리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이 행사에는 전라좌도 증평굿의 발상인 성수면 도통리에서 진행되는 산야초 채취ㆍ가양주 담그기ㆍ국악배우기, 마을에서 운영하는 천문대와 찜질방을 운영하는 용담면 와룡마을, 이름처럼 무릉도원의 비경을 간직한 주천면 무릉리, 정여립장군의 전설이 남아 있는 천반산과 죽도에서 진행되는 동향면 섬계마을 물놀이행사, 2002년 우수체험마을로 지정된 동향면 능길마을에서는 토종우렁잡기, 수박서리, 영화상영 등 모두 20개 마을이 참여한다.
또한 이번 축제는 지금껏 진안군이 쌓아온 마을만들기의 경험을 공유하는 ‘마을만들기 전국대회’가 마련되어 있다. 7일부터 10일까지 일본의 마을만들기 경험을 알아보는 국제컨퍼런스와 전국마을만들기 사례발표전, 분과별 학습교류회 등이 진행된다. 체험과 학습의 자리를 통하여 경험을 공유하고 축제를 즐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진안군은 그동안 꾸준하게 귀농과 도농교류를 추진해 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약 6백명이 진안군으로 귀농했고 이 중 40%정도는 전혀 연고가 없다는 점에서 진안군의 귀농프로그램이 정착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경험들이 올해의 축제로 나타난 것이며, 가장 큰 특징은 관주도가 아닌 주민주도로 계획하고 주도하는 자발적인 축제인 점에서 크게 차별화된다. 이 행사를 지원하고 있는 진안군 마을만들기팀장 구자인박사는 “마을만들기축제를 통해 귀농한 사람들이 계속 정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공동체의 회복과 잊혀졌던 마을문화재생을 위한 작은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축제 홈페이지 www.maeulnet.org 063)433-8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