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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 |
[김환표의 매체비평]
관리자(2008-08-13 15:03:08)
시청률 만능주의 심화시킬 실시간 시청률 조사 김환표ㅣ전북민언련 사무국장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7월 9일부터 실시간 시청률 조사를 시작했다. 기존의 조사가 밤새 일괄 수집된 24시간 동안의 시청률 자료를 이튿날 오전에 배포하던 ‘오버 나이트’ 방식이었다면, 이번에 시작된 실시간 시청률 조사는 수집한 시청률 데이터를 방송 1분 정도 후에 인터넷을 통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이 서비스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나 시청률 확인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성별, 연령, 지역 등 인구 통계학적 변수를 고려한 분석도 제공받을 수 있다. 그러니까 실시간 시청률 조사는 시청자들이 현재 무슨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게 해 준다는 점에서 ‘혁명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방송사들은 실시간 시청률을 참조하면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면서 실시간 시청률 조사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시간 시청률 조사가 방송 제작과 편성과 큰 영향을 주리라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베스트셀러가 반드시 좋은 책이 아니듯, 시청률이 높은 프로그램이 반드시 양질의 내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청자와 방송사 모두 시청률의 포로가 된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첫 회 시청률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결정짓고 회당 시청률이 연예 뉴스의 주요한 소재가 될 만큼 시청률 만능주의가 팽배한 상황에서 실시간 시청률 조사에 의연할 방송사는 없기 때문이다. 실시간 시청률 자료가 방송사와 PD에게 제공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말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미 제작과 편집이 끝난 드라마 등에서는 실시간 시청률 자료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뉴스나 생방송 프로그램 등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의 도입으로 인해 시청률이 높은 경쟁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맞서 즉각적인 대응을 하도록 강요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청률 경쟁은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을 불러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고질적인 방송가의 시청률 만능주의가 실시간 시청률 조사로 더욱 심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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