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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 | [문화계 핫이슈]
지역성과 전문성의 조화, 투명한 운영이 전략 한국소리문화의 전당 새 수탁자 예문학원의 경영 비전과 목표
김회경 문화저널 기자(2003-04-18 17:40:07)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의 새로운 수탁자인 학교법인 예문학원(이사장 차종선)이 극장 경영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의욕을 내비치며 1월 1일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12월 20일 전북도와 2년간의 위수탁 계약을 맺은 예문학원은 한국소리문화전당을 전북 문화예술의 구심체로 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10일간의 짧은 인수인계 과정을 거친 예문학원은 이전 수탁단체 이사장의 파행 운영으로 빚어진 전당 직원간 내부 불협화음을 잠재우고 조직을 정비하는 데 통합 능력을 집중해가고 있다. 수탁 결정이 내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이 됐던 기존 직원의 고용 승계는 98% 이상을 끌어내며 안정 운영의 발판을 마련했다. 백제예술대학과 예원대 재단인 예문학원은 문화예술 분야의 사업 경험이 풍부하지 못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외부 전문가 영입에 특히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탁 신청과 함께 전문 경영인을 적극 물색해 온 예문학원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인물은 이인권씨. 경기도 문화재단 문예진흥실장과 문화일보 홀 갤러리 총괄 운영을 맡으며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성을 착실히 쌓아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예술총감독을 주축으로 문화 전문 경영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가겠다는 계획. 이들이 가장 집중적으로 내세우는 전당 운영의 목표는 공공성과 예술성, 경영능력으로 모아진다. 공공성은 문화예술 지식인프라 조성을 위한 교육 기능 강화와 문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그리고 고객 서비스 강화로 구현해 나가겠다는 전략. 이 가운데 재단 자체 기금 출연을 통한 무료공연으로 문화복지 기여, 학교 및 군부대, 불우시설 등 찾아가는 공연기획, 그리고 열린 예술행정을 위한 예술 옴부즈맨제도 운영 등이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또 문예진흥기금 1억원을 투자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의 기회를 갖도록 할 방침이어서 기대가 쏠리고 있다. 지역성을 염두에 둔 이러한 공공사업은 지역 단체가 수탁자로 결정된 데 따른 나름의 책임과 판단이 적극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문화예술계도 '서울 단체'였던 전 수탁자에 비해 예문학원이 지역 문화예술계에 보다 집중적인 배려와 지원이 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 문화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명실상부한 문화예술의 메카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은 예술성 강화를 통해 실현해 나갈 계획. 전북 문화예술 활성화의 기지, 전당 프로그램 기획력 강화, 전국 복합문화예술센터로서의 위상 격상 등을 위해 객원예술감독제 도입을 통한 우수 공연과 전시 발굴, 상설프로그램 확보를 통한 공연장 차별화 시도, 남북한 극장전문가 및 민간차원 남북문화예술단의 교류 등을 집중 사업으로 내세웠다. 합리적 경영을 위해서는 운영 시스템 보완과 예산 절감 등을 주요 추진 과제로 내놓고 있다. 후원회원의 모집을 통한 재정확보와 접근성 해결을 통한 관람객 증대, 일본 유럽 미국 등 선진국 극장운영체계의 적극 도입 등이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 이 가운데 개관 이후 줄곧 제기돼 왔던 접근성 문제는 예문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셔틀버스 활용 등으로 돌파구를 마련해 간다는 계획이어서 그동안 관람객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던 교통문제는 어느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북한 교류협력이나 선진국 극장 운영체계의 도입 등은 이인권 총감독의 자체 채널과 인적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조직운영은 최대한 투명하게 이끌어 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중심으로 한 운영협의회의 구성이나 분기별 경영 공시 등을 통해 경영 합리화와 열린 조직을 정착시켜 나갈 방침이다. 지역 단체와 외부 전문가의 결합. 지역성과 전문 경영 능력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새 수탁자 에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지역이 보유한 대규모 극장의 민간위탁이라는 첫 실험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두 번째 주인을 만난 만큼 지역 여론의 향방과 문화예술인들의 기대를 살피는 열린 경영을 구현해가길 지역 문화계는 기대하고 있다. <인터뷰> "외국 선진기법 적용해 히딩크식 경영 전략 꾀하겠다" 이인권 예술총감독 ▲ 예문학원이 두 번째 수탁자로 선정됐는데 업무 파악이나 직원 간 내부 화합을 독려하는 일이 시급할 것 같다. △ 그렇다. 어찌보면 앞선 수탁자에게 쏟아졌던 비난들이 직원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우선은 직원 내부의 화합을 이끌어 내고 42명 전 직원들이 서로 화음을 맞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올 초 시무식 때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98% 이상의 직원들이 고용 승계가 이루어진 만큼, 이전 수탁자 밑에서 갈등을 빚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그것을 해소하고 오케스트라의 멋진 화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도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책임을 갖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 예술총감독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데, 실질적인 경영자로서 나름의 경영 철학과 비전이 있다면. △ 정치 경제는 물론 문화예술 분야 역시 중앙집중식이어서 폐해가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 항상 주장해 왔던 것이 지역의 문화예술이 내실 있게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지역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과 좋은 인프라를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문화전당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지역의 검증된 단체가 위탁을 받되, 책임 경영자는 외부의 전문인력이 결합해야 이상적인 운영이 가능하다고 본다. 외부 전문가와 지역이 결합하고 교류한다면 그 자체가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나름대로 이 분야에서는 밑바닥부터 배워온 노하우와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선진기법을 풍부하게 체험해왔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히딩크 식' 경영 방식을 정착시켜 나가겠다. ▲ 총감독과 경영자를 아우르는 이른바 'CEO'를 자처했는데, 소리문화전당에서의 CEO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그리고 그에 따른 나름의 전략이 있다면. △ 있는 돈 가지고 좋은 프로그램 갖고 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CEO는 좋은 프로그램을 저비용으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수입을 낼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비용의 효율성을 꾀하고, 지역 문화예술계에 공공적인 마인드를 갖고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질 높은 기획공연을 위해 객원감독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나 문예진흥기금을 내놓아 지역 창작활동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참여시켜 전당의 운영방안을 함께 협의할 수 있는 운영협의회 구성, 그리고 유럽이나 북한 등의 저명한 극장과 교류를 꾀해 나가겠다는 계획 등이 구체적인 안이다. ▲ 전주시 인구 60만은 소리문화전당의 규모에 비해 매우 협소한 시장이라고 여겨지는데, 운영에 있어서도 결코 만만치 않은 부분일 것 같다. 시장성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계획인가. △ 위탁 계약 시기가 2년인데, 그 시간동안 획기적인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건 성급한 판단이고 장기간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박정희 정권 때 경부고속도로를 놓으면서도 한국 현실에서 그다지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는 비판이 있지 않았었나. 위탁받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할 각오는 하고 있다. 지금 전주세계소리축제나 소리문화전당이 전주의 상징이면서 기념비적 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자긍심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다각적이고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만들어 나가겠다. 혼자서 발전 방향이나 바람직한 대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인과 도민들이 충분히 공감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대화 코드를 준비해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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