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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8 |
[테마기획] 책하고 놀자 4
관리자(2008-08-13 14:55:43)
만화책 단상 나는 1975년생, 80년대의 대부분을 초등학생시절로 지낼 무렵 나에게 만화책이 한권 찾아왔다. 이름하여 ‘보물섬’ 이란 월간만화잡지. 보물섬에는 정말 갖은 보물이 널려있었다. 우주와 깊은 바다를 탐험했었고 먼 미래, 먼 과거로의 여행을 즐길수 있었다. 때론 스포츠 선수가 되어 가난을 극복하고 꿈을 이루었으며 때론 정글을 개척하는 탐험가가 되어 모험을 실컷 즐길수 있었다. 전화번호부정도의 두께의 ‘보물섬’은 그야말로 내게 보물 1호였다. 한꺼번에 보는것이 아까워서 며칠간격으로 나누어서 보고, 또 그렇게 며칠동안 독파한 다음 다시 처음부터 보는데 물리지도 않고 너무 너무 재미있었다. 다음달 보물섬이 출간하기까지, 그렇게 한달동안 보물섬을 끼고 살았다. 그러나 탐험가들이 보물을 발견하는데 있어서 각종 시련과 어려움을 극복해야했듯 보물섬이란 보물을 나의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어른들이 그랬듯 우리부모님에게도 ‘보물섬’은 아니 ‘만화책’은 선정과 폭력이 난무하며 자식에게 쓸데없는 망상을 심어주고 자식의 공부를 방해하는 유해물질일 뿐이었다. 부모님 몰래 몰래 만화책을 봐야했다. 그리고 점점 불어나는 만화책을 책장뒤며 벽장등에 몰래 숨겨놔야 했다. 그러다가 들키면 여지없이 압수, ‘너 커서 뭐가 될래’라는 끊임없는 잔소리와 간혹의 매질을 감수해야 했다. 학교 앞 구멍가게의 50원짜리 쥐포의 유혹을 포기하고 몰래몰래 피땀 흘려서(?) 모은 돈으로 구입한 보물섬을 그렇게 허망하게 빼앗기기 싫어서 선택한 방법은 ‘친구 집에다가 모셔놓기.’ 나름대로 개방적인 친구의 부모님은 집에 만화책이 있어도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으셨었다. 그런 식으로 친구네 집에 찾아가서 나의 보물1호를 접한 뒤 헤어질 때의 그 안타까움! 이게 무슨 생이별이란 말인가. 중학교에 올라가선 공부에 집중을 해야 했다. 내 책장엔 만화책이 한권도 놓여있질 않았다. 친구들이 학교로 가져오는 만화책을 빌려 읽으면서 만화에 대한 허기를 달래야 했다. 그러다가 어느 겨울날 나는 많이 아팠다. 보충수업에도 나가지 못하고 며칠간을 고열과 기침에 시달리면서 보냈다. 입맛도 없어서 밥도 잘 먹지 못하고... 그런 나를 지켜보시면서 부모님은 안타까워 하셨다. 그러더니 어느 날 부모님은 누워있는 나에게 만화책을 한권 구해다가 주셨다. 만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아픈지도 모르고 읽었다. 만화읽기가 다 끝나갈 무렵 병은 다 나았고 그때부터인가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군대에서 까지 틈만 나면 만화를 그렸고 만화를 사랑했다.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 내가 느꼈던 그 꿈과 희망과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만화가가 되었다. 꿈을 이루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의 그 보물들은 다 어디로 가버렸을까? 만화가가 되었지만 만화책은 점점 더 사라져갔다. 그 수많던 만화잡지들은 줄이어 폐간하고 말았고 단행본 발행부수는 급감했다.(나의 만화가 데뷔시점이 그때와 꼭 들어맞아서 상당히 고생을 많이 했다. 정신적이든 금전적이든) 그나마 단행본도 일본만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빠져 만화책을 점점 더 멀리하게 되었다. 그나마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만화책을 사는 대신 불법복제물을 다운받아 본다. 만화가들은 생계를 위협받기 시작했고 이에 ‘만화책’ 대신 새로운 장르의 만화로 몰리게 되었다. 그것인즉 바로 인터넷 만화라고 불리우는 ‘웹툰’이다. 그 유명한 강풀의 ‘바보’, ‘아파트’, ‘순정만화’, ‘26년’...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 이미 영화화가 되었거나 앞으로 영화화가 될 작품들이다. 허영만의 ‘식객’,(식객은 신문과 인터넷에 동시 연재되는 작품) 양영순의 ‘천일야화’ 등(나열할 것이 너무도 많다) 웹툰이 초강세이며 현재 만화가이거나 만화가지망생들 대부분 웹툰쪽으로 루트를 뚫어보려 노력 하고 있다. 나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지 못해 또 몇 년간 고생했다. ‘종이만화가 최고다. 한 장 한 장씩 넘겨보며 읽는 만화야 말로 진정 만화라고 불리울 수 있는 것이다.’ 라며 ‘만화책’ 만화를 고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이 시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한탄하며 그림에 손을 떼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지 그것의 발표의 장이 종이로 된 만화이건 인터넷으로 보여지는 만화이건 그것은 부가적인 문제였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느꼈던 꿈과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우선적인 부분이었다. 그런 생각후 나는 다시 펜을 잡았다. 다시 희망을 꿈꿨다. 그랬더니 새로운 사실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기 있는 웹툰들은 정돈된 편집을 통해 다시 만화책으로 출간되기 시작했다. 전보다는 터무니없는 발행부수이지만 구매하는 독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작가의 꿈을 먹으며 살아가는 독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아이들도 만화를 떠나지 않았었다. ‘그리스로마 신화’, ‘마법 천자문’, ‘만화 삼국지’, ‘메이플 스토리’ 등의 초대박 만화들의 주 구매자들은 아이들이었다. 나관중의 ‘삼국지’, 박경리 작가의 ‘토지’등의 문학작품들이 만화로 재탄생되어 다시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모순되고 논리가 정리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는것 같지만 한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좋은 이야기꾼’은 어떻해서든지 좋은 독자, 폭넓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굳이 ‘만화’라는 장르에만 해당되는 사실이 아니리라. 어린시절의 ‘보물섬’은 이제 신문만화로 웹툰으로 학습만화로 뿔뿔히 흩어져 버렸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보물섬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좋은 보물을 캐내어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보여주는 것의 행위는 두고두고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미래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아직까진 그 보물들은 ‘책’이란 하드웨어와 친숙하다. 나병재/ 1975년생, 만화가, 삽화가, 일러스트레이션. 전북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졸업. 2001년 서울문화사 ‘영점프’에서 신인만화상을 수상하며 만화계 데뷔. 2003년 ‘굳세월아 군바리’ 단행본 출간. 2004년 경향신문에 ‘러브스터디’ ‘나두야간다’를 연재. 2007년 부천만화정보센터 ‘스토리 풀’ 공모전 수상. 2008년 동아 L.G. 국제 디지털 카툰 공모전 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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