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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7 |
[문화현장] 줄포학교마을도서관 개관
관리자(2008-07-08 18:39:48)
책 한권이 사람의 인생을 바꾼다책전도사 김수연 대표 지난 6월 25일 부안군 줄포초등학교에 ‘줄포학교마을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운동장으로 ‘책 읽는 버스’가 들어오자 학교가 떠들썩하다. 버스문이 열리기 무섭게 달려오는 아이들의 눈에서 책읽기에 대한 소망이 느껴진다. “할머니 눈이 왜 그렇게 빨개요? 그거야, 빨간모자 너를 잘 보려구 그렇지. 그으럼, 입은 왜 그렇게 커요? 그거야 널 잡아먹으려구 그렇지. 우와!” ‘책 읽는 버스’ 안. 또랑또랑한 21명의 까만 눈동자들이 동화구연을 하는 선생님에게서 떠날 줄을 모른다. 2학년 이슬이는 “책은 말을 못하지만, 사람이 인형을 가지고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이야기해주니까 실감나고 물어볼 수 있어서 좋다”며 즐거워한다. 학생회장인 6학년 지성인군은 “도서관이 생겼으니까 부모님과 함께 이용하고 싶다”며 제법 어른스런 목소리를 낸다. 이번에 개관한 ‘줄포학교마을도서관’에는 성인용 857권, 아동용 2,200권 등 총 3,057권이 새로 들어왔다. 금액으로는 2,800만원 어치지만 아이들에게는 돈으로는 따질 수 없는 값진 선물이다. 도서관 개관을 주도한 (사)작은도서관을만드는사람들의 김수연 대표. 20년이 넘도록 전국에 책을 선물하고 있는 김 대표를 만나봤다. 존 우드. MS사의 중국본부 이사로 재직 중 네팔여행에서 본 텅 빈 도서관을 잊지 못해 회사를 그만두고 책을 필요로 하는 아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는 사람이다. 지금은 'Room to Read'라는 단체를 만들어 책을 구경조차 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책보내기와 도서관 보급에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히말라야도서관』이라는 책으로 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존 우드 같은 사람이 있다. 자신의 소원은 죽을 때까지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라는 이 사람, 김수연 대표(62. 서울 한길교회 목사)다. 김 대표는 1987년부터 책이 없어 못 읽는 시골 어린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일을 해 오고 있다. 그동안 개관한 도서관이 벌써 124개, 올해에만 스물 여덟 개의 작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그는 산간벽지 어디에나 있는 초등학교를 활용한다. 학생 수가 줄면서 남는 교실을 도서관으로 활용하여 3,000-4,000권의 책을 보급하고 있다. 또 까다로운 조건도 내건다. 야간개관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 대부분의 도서관이 농촌지역에 위치하다보니 농사일에 바쁜 어른들은 책이 있어도 책을 빌리러 오기조차 쉽지 않기 때문에 밤까지 도서관이 열려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때 잘 나가는 방송기자였던 김 대표가 작은 도서관 보급운동에 나선 데에는 뼈아픈 개인사가 숨어 있다. 1984년 7살 된 둘째아들을 화재사고로 잃고 만 것. “그 일로 방황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배운 것도 있죠. 그 사건을 통해 이 지구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게 됐어요. 내게 주어진 삶을 더 소중하게 살자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죠.” 청천벽력 같은 사건으로 인해 방황할 수 없었던 그가 찾아간 곳은 신학대학이었고 작은 도서관 만들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떠난 아들을 생각해 다른 아이들에게라도 실컷 책을 보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은 습관이에요. 어릴 때부터 읽어야 해요. 여기서 에너지가 나오는 겁니다. 선진국이 선진화하게 된 원동력도 독서에요. 책안에 모든 지식과 정보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에요. 개인이 갖춰야 할 윤리성과 도덕성도 책에서 찾을 수 있어요.”라는 김 대표. 시골학교에서 아이들과 호흡하는 선생님들께도 바라는 것이 많다. “선생님들을 만나면 당신이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에서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은 선생님들밖에 없기 때문이죠.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책을 읽도록 선생님들이 나서야 해요.” 지금은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된다면서 김 대표는 “록펠러재단이나 카네기재단 같은 곳도 도서관 보급에 적극 나서고 있어요. 빌 게이츠도 마찬가지구요.”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화마로 잃은 아들을 생각하며 사재를 털어 시작한 일이 벌써 이십년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삼십만 권이 넘는 책이 아이들을 찾아갔고 그는 그 만큼의 새로운 아들들이 생겼다. 자신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만 아이들을 위해 책사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김수연 대표. 백발을 휘날리며 그는 오늘도 책을 선물하는 산타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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