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7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관리자(2008-07-08 18:34:30)
소를 생명으로 존중할 때 광우병은 사라진다
딩동, 문자 메세지가 왔다. “미친소? 상징성에 앞서 소를 욕보이는 문구는 아닌지.. 생명을 그렇게 만든 자들... 7705” 얼굴이 화끈거렸다. 광우병쇠고기 반대 촛불문화제를 안내하면서 미친 소라는 말을 썼던 모양이다. 촛불문화제 사회를 보면서 가능하면 미친 소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이미 미국산 광우병 위험소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하는 무책임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터라 간혹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공장식 축산 시스템, 피할 수 없는 광우병
도대체 소가 무슨 죈가? 한가로이 풀을 뜯어야 할 소들에게, 아니 풀을 먹어야 되새김질도 하면서 살 수 있는 소에게, 풀을 소화시키기 위해 사람들에게 곱창이라 불리는 긴 창자를 갖고 있는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이는 사람들이 미친 것은 아닐까? 광우병 전염인자인 비정상형 프라이온들이 정상 세포를 비정상 세포로 바꾸어 생명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간 광우병이 나타난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사료뿐이 아니다.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 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영혼이라도 팔아넘길 천민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옴짝달짝 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서 항생제와 성장촉진제를 매일같이 먹어야만 생을 유지할 수 있는, 소와 돼지와 닭이 생명으로 여겨지지 않는 세상에서 AI처럼 광우병은 필연이다.
공장식 축산 너머에는 식량과 환경의 위기가 있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72%는 곡물사료로 쓰인다. 가축과 사람의 곡물 소비량은 7배 정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미국인들이 육류소비를 조그만 줄여도 수만 명의 아이들이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식량이 확보된다. 또한 450kg의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단백질을 생산하는 작물보다 8배나 많은 에너지를 써야한다. 게다가 1초에 40톤의 배설물을 배출하여(미국인 전체는 초당 300kg)하여 수질 오염과 부영양화의 주범이다. 광범위하고 지나친 가축 방목과 사료 작물 경작은 지상과 지하의 수자원을 감소시키면서 그 순환을 방해한다.
믿기지 않지만 모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장에서 발효되는 메탄가스와 분뇨에서 나오는 아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 에너지 측면에서 살펴보면 최고급 비프스테이크 340g의 열량은 940cal인데 반해 고기를 생산하는 데는 화석연료 3만2천9백cal가 필요하다고 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팔리느라 대양을 넘나드는 수송 과정의 탄소마일리지는 또 어떤가?
촛불, 우리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로 다가서다
백만의 촛불은 한국사회에 많은 것을 던져주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 사문화된 조문을 세상 속으로 꺼냈다. 어떠한 국익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을 정치인들에게 가르쳤다. 또한 촛불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것은 물론 한반도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게 만들었고, 물과 전기와 가스, 건강보험의 민영화를 거부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전면재협상, 검역주권 지키라는 국민들의 요구와 의제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분화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 개혁을 향한 역동적인 에너지는 생명에 대한 성찰, 흔들리는 농업에 대한 깊은 고민, 우리사회가 직면한 개발과 성장주의,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 제시로 나아가야 한다. 건강한 먹을거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공되고 있는지,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농업 정책의 방향은 무엇인지, 땅과 생명을 살리는 유기농업과 소농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하나씩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
유기축산, 생태농업으로 전환해야
광우병 사태를 겪은 영국과 포르투갈, 독일의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고 신뢰를 얻기 위해 수조원의 비용을 들였다. 나아가 농업 전반을 생태적으로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았다. 농업시스템이 지속가능한 사회를 결정짓는 요소이자 식량 자립과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들의 생명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축산과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기농을 장려했다. 항생제, 성장촉진제, 유전자조작 곡물사료를 사용하지 않는 육류는 최상급의 식품안전과 맛을 자랑하며 최고급육으로 팔려 나갔다.
유기축산물이 비싼 것만은 아니다. 생산자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전주 한울생협의 유기축산 TMR 한우는 100g당 5,950원, 농협 하나로마트 한우 1+ 등급 100g당 6,700원으로 유기 축산 한우가 더 저렴하다. 정읍시 산외면 한우처럼 생산 방식을 개선하고 유통마진을 줄이면 한우의 가격은 저렴해질 수 있다. 수입개방의 물결에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한우농가들이 살기 위해서라 한우 소비시장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미국산 쇠고기에 비해 안전성과 신선함을 보증할 수 있는 한우의 경쟁력을 살리고 유기축산을 유도하고 지원하는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
“소를 생명으로 존중할 때 광우병은 사라진다.” 는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인간만을 위한 가축전염병 예방법만이 아니라 소, 돼지, 닭, 오리 모든 가축과 곡식이 생명으로 존중받는, 최소한의 생태여건을 보장해주는 사육 방식을 제도화 하는 것으로 나갈 때 촛불은 새로운 사회를 여는 등불이 될 것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