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6 |
[김환표의 매체비평]
관리자(2008-06-09 23:02:53)
온에어: 자기 반영과 시청자의
훔쳐보기 욕구가 빚어낸 성공
김환표ㅣ전북민언련 사무국장
드라마 온에어는 시쳇말로 ‘대박 드라마’다. 첫 회부터 시작된 시청률 고공행진은 계속돼 타 방송사의 경쟁 프로그램을 압도했다. 온에어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2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방송가 연예계에 대한 솔직한 자기반영이다. 두루 알려져 있다시피, 온에어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방송가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드라마로 엮었다. 온에어는 드라마의 전반적인 제작과정과 방송가 연예계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아 시청자의 호기심을 해결해 주었다. 게다가 온에어는 솔직하기까지 했다. ‘온에어’의 첫 회 방송에서 극중 톱스타 오승아(김하늘 분)는 “나눠 먹기식 관행은 신뢰성과 상의 권위를 떨어뜨린다. 그래서 안 나눠 먹겠다. 대신 받을 자격이 생겼을 때 나 혼자 받겠다”며 연기대상 공동 수상을 거부했는데, 이는 실제로 연말 시상식에서 종종 벌어지는 나눠먹기식 수상 관행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뿐인가? ‘온에어’는 방송사와 연예기획사간 시상식 상과 출연 연계 거래, 연예기획사의 유망 신인 빼가기, CF와 관련한 검은 뒷거래, 외주제작사의 사전제작 딜레마, 배우와 작가 그리고 PD간의 기싸움 등 방송가와 연예계에서 공공연히 제기돼 온 문제들을 아주 용기있게 까발렸다. 한마디로 베일 속에 감추어져 있던, 시청자들이 궁금해 하던 방송가 연예계의 내용을 솔직하게 훑었다. 요컨대, 작가를 비롯해 배우, PD 등 모든 캐릭터에서 자기반영적인 성격이 강했다. 다른 하나는 시청자의 집단 관음증 혹은 훔쳐보기 욕구다. 온에어 제작진이 고려했는지 모르겠지만, 온에어의 솔직한 자기 반영은 현재 쇼 프로그램의 주류라 할 수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과 크게 닮아 있다. 리얼리티쇼가 시청자의 집단 관음증(觀淫症)을 연료 삼아 흥행질주하고 있듯이, 온에어 역시 방송가 연예계의 은밀한 뒷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드러냄으로써 시청자들의 훔쳐보기 욕구를 자극한 것이다. 물론 리얼리티쇼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지나지 않겠지만, 드라마의 특성을 고려하자면 놀라운 리얼리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온에어는 요즘 세상에서 리얼리티만큼 시청자를 흥분시키는 게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성공사례인 것이다. 쇼프로와 오락프로그램에서 시작된 리얼리티 경향과 시청자의 훔쳐보기 욕구가 결합하면서 유행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드라마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지금,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어디까지 진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