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6 |
[초록이 넘치는 生生 삶 만들기] AI, 환경의 역습
관리자(2008-06-09 23:02:21)
잔인한 4월이었다. 지난 4월3일 김제 용지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도내는 물론 전남, 충남, 경기, 울산, 부산 심지어 서울 시내 한복판까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었다.
전북에서만 540여만 마리가 싹쓸이 살 처분으로 매몰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농민들의 속은 타다 못해 숯검정이 되었다. 사료 값과 부대비용 인상에 이미 허리가 휠 지경인데 자식처럼 키운 닭을 산채로 매장해야 하는 농민들의 안타까운 처지를 보면서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되길 빌었다. 하지만 사태는 악화일로였고, 정부는 뚜렷한 원인이나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AI, 국내 토착화로 인한 순환감염 우려
이번 AI가 더욱 충격적인 것은 철새나 외국인 노동자 등 외부적인 요인이 발생 원인이라기보다는 비위생적인 밀식사육, 과도한 항생제 투입으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발생한 순환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AI 바이러스가 토착화 되어 해마다 반복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산란계나 육계 사육장에서 발병되던 이전과 달리 오리농장에서 발병률이 높았다는 것도 예년과 다른 점이다. 감염이 되더라도 증상이 미미하고 치사율이 낮은 오리가 집단 폐사한 것은 상당히 오랜 기간 잠복하면서 병원균을 확산 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닭 사육장도 사육여건이 열악하지만 오리의 경우 오리간염이나 AI외에는 특별한 병이 없다보니 표준축사 설계지침이나 비닐하우스 사육이 일반적이고 사육기술이나 방역세미나도 열리지 않는 것도 이유일 수 있다.
닭과 오리 시식회 행사, 본질을 희석
이런 주장에 대해 정부는 입을 닫고 있다. 인체 감염은 없었던 바이러스이고, 동남아시아와는 달리 예방의료 체계나 치료 수준이 높은 편이니 안심하고 가열해서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물론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생각할 때 과도한 불안 심리를 조장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변형이 빠른 편인 AI의 특성이나 토착화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궁금증을 외면하고 오리와 닭 시식회만 추진한 것은 본질을 희석시키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가금류의 순환 감염 가능성을 포함한 발병원인과 전파경로를 철저하게 추적해야 한다. 또한 과도한 밀식을 막기 위한 축사 시설의 기준이나 정기 소독과 방역, 사고 예방 활동을 제도화하고, 충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사육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도록 힘써야 한다. 이를 위해 영세농민의 시설 개선 지원책을 마련하고, 사육농가들이 신속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현실화 하는 것도 시급하다.
싹쓸이 살처분에 대한 과학적 판단 필요
또한 <살처분> 이라는 용어만큼이나 섬뜩한 살처분도 문제다. AI 발병 가금류 처리 지침에 따르면 닭과 오리를 CO2 가스 등을 이용해 안락사 시킨 후 매몰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살아있는 닭과 오리들이 산채로 자루에 담겨 매몰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정된 인력과 장비, 이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살처분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오리와 닭을 살아있는 채로 땅에 묻는 안타까운 반생명적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좁은 곳에 대규모로 생매장하다보니 침출수 유출 가능성도 크다. 살처분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 질병에 대응하는 처치 과정일 뿐이다. 질병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다. 정부가 조기에 방역을 마무리했다는 성과주의와 조급증에 밀려 무리하게 싹쓸이 살처분을 강행하는 것은 아닌지도 과학적으로 판단해야할 시점이다.
유기축산으로 전환이 시급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은 대규모 공장식 사육이라는 열악한 환경과 항생제와 성장 촉진제에 의존하는 방식의 전환이다. 농업 전반을 생태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최상급의 식품안전과 맛을 자랑하는 육류는 거의 유기축산을 통해 생산된다. 유기축산의 핵심은 항생제, 성장촉진제, 유전자조작 곡물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농업이 국민들의 생명기반이자 고유한 종자를 보유하며 자립경제를 이끈다는 점을 강조하고 축산과 유제품 생산 과정에서 유기농을 장려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또 다른 환경문제이자 예기치 않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식품이 어디에서 오고, 어떤 과정을 통해 오는지 근본적인 성찰을 할 때다. 광우병 소고기 논란의 목표가 재협상은 아니듯, 땅과 생명을 살리는 더불어 국민의 건강을 살리는 유기축산 활성화만이 유일한 문제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