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2 | [삶이담긴 옷이야기]
아저씨 패션, 주는대로 입는다?
최미현
패션 디자이너(2003-04-18 17:30:35)
올해 남성복은 아주 편안한 스타일이 유행할 것이란다. 사람들은 점점 편안하고 격식 없는 의상을 선호한다. 패션쇼에 나오는 옷들을 보니 헐렁한 재킷에 긴 머플러, 폭이 좀 넓고 긴 바지 등이 눈길을 끈다.
패션쇼에서 보여지는 옷들이 그대로 실생활에서 입혀지는 것은 아니지만 속으로 우리나라 아저씨들에게 그런 옷이 어울릴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지금껏 아줌마에 관한 이야기들은 많았다. 집에서 바보 같을 만큼 살림만 하던 오삼숙이 이혼하고 자립하는 과정을 그린 <아줌마>라는 연속극이 작년에 많은 인기를 모으기도 했었다. 일방적으로 남편에게 버림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이혼을 주장하고 홀로 서기를 하는 당당한 모습과 우리사회의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보여주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아줌마가 약간은 뻔뻔하고 염치없고 극성스러운 이미지를 상징하고 아줌마 패션은 유행과는 상관없이 편안함만을 강조하거나 자신의 부를 보여주기 위해서 입는 옷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게 아줌마를 강조하게 된 것은 우리사회가 전통적으로 온순하고 순종적인 여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젊었을 때는 적어도 겉으로 여성들은 이런 이미지를 지니게 된다. 그러다 결혼하고 생활하면서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바뀌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결혼한 여성들이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결혼과 동시에 자기 개발의 속도는 느려지게 된다.
남자들은 그와 반대로 어떤 형태로든 사회에 참여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아줌마보다는 나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신체적으로는 아저씨 역시 아줌마에 비해서 나을 것이 없다. 왕 팔뚝 아줌마나 배나오고 머리 벗겨진 아저씨나......
40세 이상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외모에 대해 비관하게 되는 순간이 언제인가를 물어 본 결과 옛날 사진과 대조해 볼 때, 거리에서 우연히 반사된 자신의 모습이 늙어 보이는 순간이라고 한다.
남성들이 직장에서 양복을 유니폼처럼 입기 때문에 신체의 결점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다.
이 양복이라는 것이 감색이나 회색에 흰색 셔츠와 넥타이 정도였다.
그러다 386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떠오르면서 캐주얼 바람이 거세게 불게되고 그때까지 여가시간에나 입는 것으로 여겨졌던 옷이 일상 복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벤처기업의 등장이 여기에 한 몫을 했다.
종전의 기업과는 다른 편안한 옷차림을 할 수 있어서 양복이 필요 없었다. 미국의 컴퓨터 제왕 빌 게이츠를 보면 대부분 카키색 면바지나 헐렁한 셔츠에 청바지 차림이다. 우리나라 대 기업에서도 토요일을 자유롭게 옷을 입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는 나이가 많으신 분들이다. 갑자기 입던 양복을 벗고 다른 옷을 입자니 스스로 영 어색하다. 여성들이 가장 싫어하는 남자들의 옷차림은 반바지에 검은 양말과 신사화를 신은 것, 배가 나왔는데도 셔츠를 넣어서 입는 것, 양복 차림에 두꺼운 면양말을 신은 것 등이다. 또 40대 이상의 남성들은 대부분 옷을 구입할 때 80% 이상이 부인의 의견을 따르고 있으며 한 벌을 사도 좋은 것을 사기를 원하는데 그 이유는 자주 쇼핑을 나가기 귀찮기 때문이란다. 패션에 민감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옷은 치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아저씨들의 이런 마음도 이해가 된다. 먹고살기 힘든 세상이니까. 요즘은 옷차림도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이기만 하다. 지금의 20대가 40대가 될 때쯤이면 쇼핑하기 귀잖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저씨가 되었든 아줌마가 되었든 우리의 삶에서 거쳐가는 여정이고 이렇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잘 추스르며 살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