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 |
[제9회 전주국제영화제]
관리자(2008-06-09 22:41:26)
전주국제영화제 소통을 꿈꾸다
아홉 번째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 1일부터 9일까지 아주 특별한 영화의 향연을 펼친다.
올해 영화제는 ‘관객중심’을 모토로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을 그 여느 해보다 풍성하게 준비했다. 여기에 “자유, 독립, 소통”이라는 영화제 본래의 슬로건에 충실한 영화들도 마니아들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제 준비에 한창인 김건 사무국장과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를 만나 올해 영화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스텝과 자원봉사자를 보강하고 한달 정도 서둘러 영화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는 김건 사무국장은 온가족이 함께 영화제에 들러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했다고 이번 영화제를 ‘강추’했다.
여전히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를 통한 소통을 꿈꾼다’고 말하는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의 걸작들을 통해 미래 영화의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수완 프로그래머가 추천해주는 세 편의 영화는 꼭 영화마니아가 아니고라도 놓쳐서는 안 될 작품들이다.
올해 네 번째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치르는 김건 사무국장을 만나, 이번 국제영화제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건 사무국장은 파리 제1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 2004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장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인터뷰Ⅰ- 김건 사무국장>
“시민을 주인공으로 모십니다”
먼저, 네 번째 영화제를 맡는 것에 대한 소감이 있다면?
벌써 네 번째라기보다는 이제 4번째를 치른다는 각오로 영화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항상 그렇지만, 매년 찾아주시는 반가운 얼굴들과 새로운 관객들을 맞이할 준비로 마음이 설렌다. 또한 뜨거운 가슴으로 열려있는 우리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항상 같이 하기에 힘들기 보다는 보람되고 알찬 영화제를 준비할 수 있다.
올해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영화제가 그만큼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무국장으로서의 생각은?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것은 영화제 시스템이 이제 안정되고 그 만큼 노하우가 쌓였다는 반증일 것이다. 왜냐하면 작년보다 많은 스탭들을 뽑았고, 행사준비도 한달 정도 빨리 진행했기 때문이다. 작년에 우리 스탭 인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관객이 저희 영화제를 찾아 주었고, 올해에는 유난히 휴일이 영화제와 겹치기 때문에 그 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였다. 영화제 스탭은 10명 정도, 자원봉사자는 50명 정도를 실제로 늘렸다. 그간 사용해 온 동진주차장 공간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공간인 (구)공무원연금매장을 미리 확보하여 야외행사 및 공간도 작년보다 한달전부터 공사를 하며 행사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였다.
올해 국제영화제의 모토는 ‘관객중심’이다. 지난해 ‘관객감동 영화제’와 ‘국제 브랜드 영화제’와 크게 다를 것은 없어 보인다. 행사 운영 면에서 지난해와 달라진 것과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행사 운영면에서 볼 때, 영화제 기간만이 아니라 좀 더 전주시민과 같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우선 전주시청에서부터 ‘영화의 거리’ 전체에 루미나리에를 설치하여 영화제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매년 9일간 진행했으나 올해에는 약 20일정도 진행하여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또한 4월 15일부터 (구)전주백화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주 매그넘 영화 사진전’이다. 이 사진전은 1950-60년대 유명한 영화감독 및 배우들의 모습을 오리지널 필름으로 만나 볼 수 있는 아주 값진 기회가 될 것이다. 작년에 베를린 영화제나 두바이 영화제에서 큰 호응을 받았던 사진전으로, 누구나 쉽게 이 특별한 전시회를 통해 아련한 추억의 기억들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상영 프로그램도 올해 처음으로 전북대문화관에서 영화 두 편을 무료로 상영하여 보다 많은 관객들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전주영화제의 위상과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가장 강조해왔던 것이 ‘시네마테크’의 개관이었다. 현재 시네마테크 개관 문제는 어디까지 왔나?
전주국제영화제가 국내외적으로 안정된 지지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시네마테크가 필요하다. 영화도서관, 영화박물관, 영화상영관이 고루 갖춰진 시네마테크 건립은 더 많은 잠재 관객들을 확보하여 전주시민에게 더욱 다가갈 수 있는 창구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사료된다. 현재 전주시는 5대 신역동산업 중 영화영상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적극적인 행정지원시스템을 통해 전주국제영화제와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조만간에 논의되고 해결될 것이다.
올해 여섯 번째로 전주국제영화제를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를 만나 영화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성격과 특징을 꼽자면?
영화를 통해 “자유, 독립, 소통”을 이루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기본 정신은 올해에도 변함없다.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신인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국제경쟁은 이름을 인디비전에서 국제경쟁으로 바꾸면서 경쟁부문으로의 성격을 강화했다. 미국, 필리핀, 남미, 아시아 등 세계 각 지역의 새로운 영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숨은 보물 같은 영화들을 발굴해내는 올해의 특별전은 중앙아시아와 베트남의 영화들이다. 이밖에 미국 독립 실험 영화의 기수 제임스 베닝의 신작, 헝가리 영화 미학의 대부 벨라 타르의 대표작, 독일 뉴 저먼 시네마의 아버지 알렉산더 클루게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이처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신인들의 생기 넘치는 신선한 영화에서부터 거장들의 대표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이 소개된다. 장르는 달라도 모두 영화를 통해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영화들이다.
올해 개폐막작은 평이하다(?)는 느낌이 든다. 개폐막작의 선정이유와 의미를 든다면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을 통속적인 멜로드라마의 형식 안에서 철저하게 감정을 억제하여 담아냄으로서 새로운 영화 미학을 실험한 개막작 <입맞춤>은 이미 전작들로 세계 유수 영화제들에서 그 연출력을 인정받은 만다 쿠니토시의 신작이다. 일본이외의 외국에서는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소개되는 이 영화는 이미 일본 내에서도 2008년 최고의 영화로 평가받은 바 있다. 기존의 틀 안에서 늘 새로운 것을 실험하려고 하는 만다의 <입맞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모색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인권위원회의 새로운 프로젝트인 <시선1318>은 방은진, 김태용, 이현승, 전계수, 윤성호등 한국영화계를 이끌고 있는 신인, 중견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를 통해 청소년들의 인권문제를 고민한 옴니버스영화다. 소외된 사람들과 영화로 소통하고자 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페막작에 잘 어울리는 영화가 될 것이다.
올해 영화제의 영화선정에 있어 가장 큰 기준은 무엇이었나?
세계영화계의 현재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신인과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특별전이나 회고전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영화들을 통해 영화를 통한 문화 교류 및 새로운 영화 미학을 실험하는 숨겨진 영화걸작들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현재와 과거의 영화를 통해 미래의 영화 지형도를 그려보려는 전주국제영화제의 한발 앞선 프로그램 선정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더스트리프로그램의 강화가 눈에 띈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이것의 강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2년 전부터 시작한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은 영화 마켓이 없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 마켓 기능에 부합하는 역할을 하기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영화배급사나 방송매체의 관계자를 초청해 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영화들을 따로 보여주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좋은 영화가 한국에 배급되는 기회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매년 조금씩 반응이 좋아 올해는 편수를 늘렸고 참가하는 배급사도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까지는 1-2편 정도의 영화가 판매되었지만 올해는 좀 더 많은 성과가 있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한 독립, 예술 영화가 좀 더 오랫동안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이것만은 꼭!!!
프로그래머가 추천하는 세 개의 작품
<무용>
만드는 영화마다 새로운 시도로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지아 장커의 신작 다큐멘터리. 산업화로 변해가는 중국 사회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왔던 지아 장커는 이번 영화<무용>에서는 옷을 통해 근대화와 중국사회가 갖는 관계를 조망한다. 영화는 노동자들의 착취로 완성되는 옷, 실제 입을 수는 없지만 중국의 역사와 정신이 담긴 디자이너의 옷, 시장에서 남편이 사다준 싸구려 옷을 입고도 가장 행복해하는 시골 아낙네의 모습을 통해 옷이 현재의 중국사회에서 갖는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 지는 근대화가 중국 전통의 정신과 어떻게 상충하고 있는지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함께 담아내고 있는 이 영화는 중국 정신에 대한 감독의 자긍심과 함께 감독 특유의 유머가 함께 살아있는 재미있는 다큐멘터리이다.
<섬이 되다>
우리는 우리 눈에서 사라지면 그것이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문제들은 모두 해결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일제시대 나환자 격리정책으로 소록도에 강제 격리되어 지금까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과거에 나병을 앓았지만 치료가 된 지금도 여전히 외출증 없이는 섬 밖 출입이 제한된 소록도의 외로운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멀리 멕시코에서 날아온 <섬이 되다>는 우리가 잊고 있던 나환자들의 존재를 환기시킨다. 영화는 나환자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가족과도 떨어져 눈물로 살아가야만 하는 나환자들의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그들의 일그러진 육체와 아름다운 소록도의 대비를 통해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담아낸다. 뭉그러진 손으로 바늘귀에 실을 끼어 넣는 나환자의 모습을 끝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카메라는 우리가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슬프고 아프지만 진실 되게 보여준다.
<우린 액션 배우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스턴트맨들의 활약을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영화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목숨을 걸고 주연배우를 대신해서 열심히 맞고 구르고 다치는 스턴트맨들의 비애를 담아낸 휴먼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갖고 있는 개성 있는 액션배우 지망생들의 재미있는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에 거는 기대와 열정을 보여주는 영화의 첫 장면은 스턴트맨들과 떠나는 신나는 여행에 동참하도록 만든다. TV와 영화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스턴드맨들의 일상과 활동을 담고 있는 이 영화는 스턴트맨들을 영화의 주인공들의 그림자에 가린 2류 인생이 아닌 떳떳한 자신들만의 세계를 가진 진정한 액션배우임을 확인하게 한다. <우린 액션 배우다>에서 스턴트맨들은 당당한 액션 배우이며 주인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