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 |
[문화현장] 시와 소리의 만남
관리자(2008-06-09 22:40:59)
시와 소리로 작은 불씨 한점 지피다
“불씨를 한 점 새롭게 지피고자 합니다. 아주 자그마한 불씨입니다. 그러나 이 불씨가 세월과 더불어 댕겨 나갈 불꽃은 우리 둘레를 환하고 아름답게 밝혀 주기를 빌고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4월 25일, 전주시 진북동 스타상호저축은행 부설 고하문예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우리 둘레를 환하고 아름답게 밝혀 주기를 빌고 바라는 마음’에서 지핀 작은 불씨, ‘시민과 함께 하는 시와 소리의 만남’이 그것이다.
행사를 마련한 고하 최승범 시인은 “시 낭독과 악기 연주라면 뭐 새로운 불씨랄 게 있느냐의 말씀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좀은 색다른 것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월 1회 이곳에서 짜임새 있고 찬찬한 시와 소리의 울림을 길러낼 것입니다. 이 울림이 회를 거듭 하면서 새로운 울림으로 둘레에 펑퍼지도록 마음을 다하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시인의 시낭독과 국악연주로 진행됐다. 시낭송에는 이기반 시인과 김남곤 시인이 나섰다.
이기반 시인은 ‘짝 잃은 꽃신’과 ‘낙엽길을 거닐며’, ‘꽃샘’을 낭독했다. 안경을 따로 준비하지 못해 낭독이 매끄럽진 못했지만, 낭독 작품을 회고하는 원로시인의 이야기만으로도 이날 행사의 의미는 충분했다.
김남곤 시인은 ‘조선낫’과 ‘떠나면서’, ‘뿔’을 낭독했다.
“예전 기린로에 먼지가 풀풀 날리던 시절, 그러니까 도로 포장도 되어 있지 않던 시절. 그곳에는 난장이 열렸습니다. 우연히 지나가다 조선낫 한 자루를 사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 낫을 보고 있다가 문득 자기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쓴 시가 ‘조선낫’이에요.”
어린 시절, 고삐가 한 번씩 풀릴 때마다 김 시인이 살던 마을을 벌벌 떨게 만들었던 황소를 떠올리며 썼다는 ‘뿔’이야기 속에는 청년 시절 김 시인이 품었던 저항의식이 녹아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시낭독 중간중간마다 이어지는 구미나 씨의 25현 가야금과 양금 연주가 끝난 후에는 심인택 우석대 국악과 교수의 음악과 악기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럽게 잇따랐다.
이날 행사에는 송하진 전주시장과 양순종 스타상호저축은행 사장, 황병근 전 전북예총 회장, 권병렬 전 전주예총 회장, 송하선 우석대 명예교수, 유인실 시인, 김중수 시인, 남해운 시인, 정순자 시인, 수필가 김경희, 이연희, 김정자 씨 총 60여 명의 지역 인사와 문인들이 참석했다.
‘시와 소리의 만남’은 앞으로 우리지역에서 타지역의 시인으로, 한국시에서 외국시로 다양한 변화와 시도를 모색한 계획이다. 5월 30일 오후 3시 고하문예관에서 열리는 제2회 ‘시와 소리의 만남’에는 ‘직녀에게’로 유명한 문병란 시인과 송하선 시인이 참여할 예정. 이날 행사에는 전주시에서 마련한 막걸리로 조촐한 뒤풀이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