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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5 |
[허철희의 바다와 사람] 불가사리
관리자(2008-06-09 22:37:32)
바다의 무적자 ‘불가사리’ 캄챠카와 홋까이도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_  아무르불가사리는 다른 불가사리와 마찬가지로 조개류를 포식할 때 다섯 개의 팔로조개를 감싼 후, 팔 밑에 무수히 나 있는 관족을 꽉조여 조개로 하여금 입을 벌리게 한다. 조개가 불가사리의 쪼이는 힘을 견디지 못하여 입을 조금이라도 벌리면 불가사리는 그 틈새로 위장을 밀어 넣어 조갯살을 녹여먹는다. 아무르불가사리의 식욕은 왕성해 일단 아무르불가사리 떼가 한번 지나간 곳에는 살아남는 조개가 없을 정도다. 바다의 별 바닷가 어디에서나 바다의 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불가사리 이야기다. 별처럼 생겨 Star fish 또는 Sea star, 즉 바다의 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정약전은 그의 자산어보에서 불가사리를 단풍잎에 비유해 풍엽어(楓葉魚)라고 했는데 정말이지 이보다 더 실감나는 표현은 없을 듯하다. 불가사리는 ‘가시가 있는 피부’라는 뜻의 극피동물군에 속하며 5억년 이상 생존해 왔음이 발견되는 화석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가시가 없는 불가사리는 겉뼈대로 자신을 보호하는데, 이것은 질긴 피부 밑이 단단한 석회질 판들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극피동물은 지구상에 총 6,000종 이상이 있다고 하나 대부분 바다 깊숙한 곳에 있어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불가사리의 몸의 구조는 중심에서 방사상으로 나온 팔로 이루어져 있고, 몸에는 앞뒤가 없기 때문에 조류를 따라 움직이거나 몸체 중심에서 방사상으로 나온 어떤 팔이건 움직여 앞으로 나갈 수 있다. 팔 하나가 망가지거나, 포식자에게 상처를 받으면, 스스로 떼어버리고 새로운 팔을 만든다. 몸체의 중심이 성할 경우 팔이 한 개만 남아 있어도 나머지 팔을 새로 만들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 때문인지 불가사리라는 이름은 재생력과 관계가 깊다. 불가사리란 이름을 불가살(不可殺)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데, 불가살은 죽일 수 없는 생물이란 뜻이다. 전설 속의 불가살(不可殺)이 어렸을 때 가장 재미있게 들었던 이야기 중의 하나가 ‘불가살이’ 이야기다. 밥알로 만든 괴물모양의 인형이 처음에는 바늘을 먹더니 점점 못, 숟가락, 젓가락, 문고리, 심지어 낫, 괭이 등, 쇠란 쇠는 다 먹어치우고, 먹어 치우는 만큼 몸집이 불어나는데, 급기야 이 괴물은 집을 나가 전국을 돌며 모든 쇠붙이를 먹어치우고, 그 때마다 나라에서는 병사들을 출동시키지만 이 괴물은 피부가 쇠로 되어 있어 죽이지 못하고 오히려 병사들이 던지는 창, 칼 등의 무기들까지 먹어치우면서 덩치를 계속 키워나간다. 이 때문에 이 괴물에 ‘불가살(不可殺:죽일 수 없다)’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는데, 불로는 죽일 수 있어서 ‘불가살(火可殺)’이라고도 불렀다고 전해지는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1920년대 초에 펴낸 현영선의 ‘불가살이전’은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불가살이를 고려말 홍건적을 물리친 의로운 짐승으로 그렸다. 북한영화 신상옥 감독의 ‘불가사리’도 내용은 좀 다르나 현영선의 ‘불가살이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전설의 연원은 시대를 훨씬 더 뛰어 넘는 듯하다. 19세기 중엽 조재삼이 지은 ‘송남잡지(松南雜誌)’ ‘불가살’ 조에는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민간에 전하기를 송도(松都)말년에 어떤 괴물이 있었는데, 쇠붙이를 거의 다 먹어버려 죽이려고 하였으나 죽일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불가살(不可殺)’이라고 이름 하였다. 불에 던져 넣으면 온 몸이 불덩어리가 되어서 인가(人家)로 날아들어 집들이 또한 다 불에 타버렸다. 지금 ‘가살불가살(可殺不可殺)’이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라 한다. 그러나 본래는 ‘맹자’의 ‘국인개왈가살(國人皆曰可殺)’이라는 말과 비슷하니, 불가살(不可殺)이라는 말은 그 괴물을 이름한 것이다.”라고 했다. 경복궁 아미산 굴뚝에는 마치 곰처럼 생긴 전설 속의 불가살이상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불가사리로 하여금 사악한 것들의 침입을 막겠다는 뜻일 것이다. 바다의 해적? 위의 전설처럼 불가사리는 해양생태계에 뚜렷한 천적이 없다. 그리고 번식력이 뛰어나다.  5∼7월 산란기엔 한 마리가 하루 200만개의 알을 뿌릴 정도다. 그러기에 5억년 이상 존재해 왔는지도 모를 일이다. 불가사리는 식성 또한 왕성해 멍게, 조개류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 먹어치우는 양은 멍게 4개, 전복 2개, 홍합 10개 정도 라고 한다. 그러기에 불가사리는 양식업자들에게는 최대의 골칫거리다. 전복, 굴, 바지락, 백합, 피조개, 새꼬막, 홍합, 멍게 등이 자연서식 또는 양식되는 어장은 이들의 침입으로 인해 짧은 기간 안에 황폐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가사리는 어장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임에는 분명하다. 그렇다고 모든 불가사리를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또 불가사리는 인류에게 백해무익하기만 할까? 인간은 자연이라는 보물창고에서 단 2%의 보물밖에는 꺼내 쓸 줄 모른다고 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해역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캄챠카와 홋까이도지역에서 건너온 아무르불가사리와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거미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등이 있는데, 이중 해양생물을 무차별적으로 잡아먹어 어민들을 시름 깊게 만드는 종은 아무르불가사리이다. 토착종인 별불가사리 등은 물론 조개류 등을 잡아먹고 살아가지만 동작이 느려 주로 죽어가는 조개, 죽은 물고기 등을 포식하기 때문에 그래도 양오염을 막아 주는 순기능적인 역할이 큰 편이다. 불가사리의 다양한 응용 불가사리의 해양오염을 막아 주는 순기능적인 역할 외에도 근래 들어 불가사리의 응용에 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먼저, 불가사리의 물체 탐지능력을 초고속통신망에 응용한다는 것이다. 미국 뉴저지주 벨연구소의 과학자들은 2001년경 영국 과학전문지 <네이처>지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거미불가사리가 어떤 상황에서도 적의 접근을 사전에 신속히 탐지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뛰어난 초소형 렌즈(수정체)들을 무수히 지니고 있기 때문인데, 연구팀장 조애너 아이젠버그는 이 수정체는 크기가 100분의 1㎜ 이하로 지금까지 인간이 개발한 렌즈보다 훨씬 작으면서도 매우 정확하게 빛에 초점을 맞추는 등 그 기능이 거의 완벽하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불가사리가 혈전치료제나 칼슘제, 고지혈치료제, 항균제, 항알레르기제, 면역증강제 등 다양한 용도로 신약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앞으로 이를 활용한 의약품 개발 전망이 매우 밝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2001년 11월 불가사리 칼슘제 생산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3년 동안의 산업화 적용 단계를 거쳐 ‘불가사리 칼슘’이라는 이름의 건강보조 식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2004년 12월 29일 밝혔다. 국내 칼슘제 시장은 연간 200t, 9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하지만 소뼈나 조개껍데기, 석회조류, 퇴적산호 등을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소비자들이 광우병과 조류독감, 납 함량 과다 등으로 동물성 칼슘 소재를 기피해 칼슘제 값이 뛰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불가사리 칼슘은 청정한 해양 동물성 칼슘이기 때문에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기존 칼슘제의 결점까지 보완하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허철희/ 1951년 전북 부안 변산에서 출생했으며, 서울 충무로에서 '밝' 광고기획사를 운영하며 변산반도와 일대 새만금갯벌 사진을 찍어왔다. 새만금간척사업이 시작되면서 자연과 생태계에 기반을 둔 그의 시선은 죽어가는 새만금갯벌의 생명들과 갯벌에 기대어 사는 주민들의 삶으로 옮겨져 2000년 1월 새만금해향제 기획을 시작으로 새만금간척사업 반대운동에 뛰어들었다. 2003년에는 부안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룻 『새만금 갯벌에 기댄 삶』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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