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 |
[형성은 박사의 공간이야기] 한브랜드와 신일본양식
관리자(2008-06-09 22:37:08)
신일본양식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15세기부터 지금까지 9개 강대국인 미국, 러시아,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의 역사적 흥망성쇠를 다룬 ‘대국굴기’는 노 대통령이 그 내용을 국무회의에서 이야기하였고 삼성전자의 임직원들이 시청을 권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그 당시 역사와 세상을 좌지우지했던 국가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들이 태어난 국가의 긍지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지만 이러한 역사의 강대국들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들 국가들은 당시의 경제력과 돈만으로 시대를 주름잡았던 국가는 없었다. 시대의 흐름을 창조하는 민족과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에 넓힌 국가만이 강대국이었다. 경제적 성공은 그 뒤에 따랐다. 한번이라도 세계 중심 무대에 서본 국가들은 경험적으로 역사적으로 이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일까 이들 국가들은 자신들의 사상과 문화를 존중한다.
중국은 지금 세상의 중심이던 옛 영화를 상기하며 동부공정까지 외쳐가며 역사를 만들고, 일본 역시 새로운 일본의 부활을 꿈꾸며 신일본양식(新日本樣式)을 내놓으며 21세기 세계 초강대국을 향한 행보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거대한 야심이 담긴 신일본양식이란 영어로는 네오 재패니스크(Neo-Japanesque), 재패니스크 모던(Japanesque modern)으로 19세기 유럽을 강타한 일본문화 열풍에서 가져온 것이다. 자포니즘(Japonism)으로 불리던 일본 열풍은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미술계에 큰 영향을 미친 역사적 의미를 재현하고자 꿈꾸고 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을 비롯한 중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로부터 기술이나 디자인에서 추격을 받고 있으며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전통적인 기술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디자인, 기능, 콘텐츠를 현대생활에 접목시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재창조하고자 한다.
현재 일본 제품들은 세계에서 품질과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일본만의 제품, 일본문화가 배어 있는 제품의 평가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동안 일본 산업 정책은 간결함과 기능주의 등으로 성공을 이뤘지만, 그 반면에 인간미의 부재라는 부정적인 평가도 받아왔다. 많은 외국에서 일본 브랜드의 TV를 시청하고 있지만, 아직도 일본을 기억하는 외국인들은 사무라이와 기모노 그리고 스모가 일본의 전부이다. 이는 일본의 작고 섬세한 공산품을 세계에 일본상품의 우수성을 알리기엔 충분하였지만, 문화적 이해까지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따라서 총리 직속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일본의 21세기 비전을 ‘열린 문화창조 국가’라고 규정하고 76개 대표 기업과 단체, 38명의 디자이너·학자, 전문가들이 나서 ‘신일본양식 협의회’를 결성하였다. 일본다운 제품, 일본다운 기술 등 일본스러움이 잘 나타나는 제품과 콘텐츠를 종합하여 100개의 상품을 선정하여 신일본양식 100선까지 선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새로운 움직임에 부러움과 실현 가능성의 의문점을 갖게 한다. 세계 만화 마니아들의 성지인 아키하바라, 미야자키 감독의 지브리박물관, 동경 쇼핑의 천국인 록폰기 등은 일본의 환상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일본문화를 만들기에 충분하다. 또한, 일본산 아오모리 사과와 코시히카리 쌀은 지난해 중국에 수출해 화제가 되었다. 중국산의 20배가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인구보다 많은 중국 부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이것은 신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역산업을 지역문화 상품을 연결시키려는 노력으로 새로운 일본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일본상품은 아직까지 극심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제품 구매 시 ‘메이드 인 재팬’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는 홍콩과 한국보다 떨어진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도 중국의 유명 배우가 일본의 게이샤 역을 맡았다는 이유로 중국에서 상영불가 판정을 받는 사례도 남아있다. 그만큼 일부 아시아에선 부담스러운 일본의 이미지와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또한, 신일본양식은 기존의 제품에 일본의 전통 문화를 도입한다는 점에서 일본제품에 대한 전통 문화의 공동 브랜드를 이용한다는 것인데 이러한 사례는 1999년 일본의 7개 회사가 공동 브랜드를 개발하여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공동 브랜드사업은 실패로 끝났다. 어정쩡한 브랜드 이미지로 제품의 개성과 특징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고 브랜드와 제품의 이미지를 연결시킬 수 없었다. 위의 사례를 신일본양식과 연결시켜 이야기하는 것이 무리가 따를지 모르지만, 세계 시장을 상대로 한 국가적 계획에서는 장기적인 노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등 다양한 분야와 정책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므로 성공가능성을 이야기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일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세계화 시대에서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일본을 세계 경쟁력의 수준과 품질을 위한 일본의 노력은 세삼 부러움을 느낀다.
이러한 국가브랜드 사업은 부단 일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를 디자인해 ‘디자인 강국’으로 부활하려는 영국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식하여 창조적 영국이라는 구호 아래 영국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1996년 디자인과 기술을 정규 교과목으로 채택해 11살 때부터 의무교육을 받도록 하였으며 대처 전 총리는 영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디자인하지 않으면 사임하라(Desgin or resign)”는 구호 아래 디자인을 앞세운 개혁프로그램을 발표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런던에는 1만 개가 넘는 ‘디자인 컨설팅’ 회사들이 있으며 이들은 아이디어 하나로 30억 파운드가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일본의 신일본양식과 같은 거대한 혁명이 꿈틀거리고 있다. 또한, 디자인의 명문인 영국의 왕립예술학교(RCA)는 총장을 영국 국왕이 담당하고 있으며 해마다 1만 명에 가까운 해외 신입생들이 몰리며 졸업식은 영국 왕실에서 진행할 정도로 열성적이다.
이처럼 문화를 바탕으로 한 21세기 일본의 신일본양식 정책과 전통적으로 강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국가 시책으로 제도화시킨 영국의 경우처럼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올리려는 정책들에 대한 교훈들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 세계를 리더 할 수 있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가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국가 이미지를 상품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주변에서 우리의 한브랜드화 사업에 대한 내용을 자주 듣는다. 한식, 한복, 한지, 한옥 등 우리나라 전통문화을 콘텐츠화해 세계화시키기 위한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에 신일본양식이 있다면 우리에게 한브랜드란 국가정책 사업이 있다. 그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는 3,700억 달러로 미국의 3조 2,000억 달러, 일본의 1조원 달러에 비하면 극히 낮은 실정이다. 각 기관의 무관심과 홍보 전략의 부재로 무산된 ‘나 홀로 다이나믹 코리아’의 실패 사례처럼 세계화, 국제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제대로 빛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