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4 |
[마당수요포럼] 새로운 출발, 전북예총의 나아갈 길
관리자(2008-04-18 15:41:41)
새로운 출발, 전북예총의 나아갈 길
제 21대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전북연합회가 출범한지 한달여가 되었다.
전북예총은 10개 협회와 9개 시군지부에 걸쳐 총1만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우리지역 최대의 문화예술단체. 변화와 소통,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1대 전북예총회장으로 선출된 선기현 회장은 “구습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문화예술을 위해 예술인 전체의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며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예총의 역할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예술인들만의 예총이 아닌 지역민과 함께하는 예총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책과정과 집행과정을 공개하고 권위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지역단체와의 협조와 네트워크를 강화해나가겠다는 포부도 가지고 있다.
지난 3월 19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예순세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새로운 출발, 전북예총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펼쳐졌다.
선기현 회장이 발제자로 나서 앞으로 전북예총을 이끌어나갈 방향을 제시했다. 전북예총의 변화를 요구하는 참여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로 일하면서 <열린전북>의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윤찬영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지휘부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라”
지난 3월 19일 최명희문학관에서 열린 예순세 번째 마당수요포럼은 ‘새로운 출발, 전북예총의 나아갈 길’을 주제로 펼쳐졌다.
제21대 전북예총이 출범한지 한달여의 시간이 지났다. 전북예총은 아홉 개 시군지부와 각 장르에 따른 10개 협회에 걸쳐 총 1만 여명의 전북문화예술인들이 가입하고 있는 거대 단체. 앞으로 4년 간 이어질 전북예총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이날 포럼은 많은 관심 속에 진행되었다.
먼저 권오성 축제평론가가 입을 열었다. 그는 “전북예총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예총은 지금까지 문화예술인들의 이익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공공적 측면에서의 문화에 대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익집단으로서의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은 뒤, “지난 해 전북문화예술위원회 설립에 관한 논의가 여러 방면으로 진행되다가 현재는 논의자체가 중단된 상태다. 그리고 올 초에 전라북도 문화관광국장님이 발제자로 나선 포럼에서도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고, 어려움만 토로했다. 전북문화예술위원회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기현 회장은 “사실 예총이 그동안 도민들에게 과연 무엇이었나 하는 문제제기는 오랜 시간 동안 있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는 우선 각 협회들 간에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일단 시급한 문제는 각 협회와 시군지부들이 협조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다보면, 도민들이 전북예총을 바라보는 시선들도 자연스럽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북문화예술위원회 설립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많고 정권이 바뀌면서 더 가중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장영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장은 전북예총의 인적구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그는 “현재 전북예총은 9개 시군지부와 10개 협회에 걸쳐 1만여 명의 회원들로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협회가 문화예술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들로 채워졌는지 궁금하다”며 이어 “오늘 발제문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문항은 문화예술인들의 양성에 관한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도 문화예술인들이 넘쳐나고 있는 실정이다. 졸업하면 갈 곳이 없어 문제다. 이런 면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양성에 관한 내용보다는, 기존의 문화예술인들을 배려할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는 쪽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답변에 나선 선기현 회장은 “인적구성에 관련해서는 협회별로 어려움이 많다. 사진협회 같은 경우 들어가려면 1백만 원의 입회비를 내야하고, 미술협회는 정규대학을 나온 경우 4년 동안의 실적, 2년제 대학을 나온 경우 7년 동안의 실적 등을 바탕으로 회원을 받는다. 상당히 문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협회에 들어오지 않고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람들도 영입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며 문화예술인 양성에 관해서는 충분히 검토한 후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종민 전북대 교수는 새정부 출범에 따른 예총과 민예총 간의 관계에 대해 발언했다. 그는 “새정부의 문화정책에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민예총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예총과 민예총간의 관계도 상당히 미묘하게 놓여져 있다. 예총과 민예총은 대척점에 서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정치권력에 의해 예총과 민예총이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위쪽으로부터 민예총과의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것에 대한 대응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선기현 회장은 “예총과 민예총 모두 같은 식구들이다. 그래서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앙 쪽에서는 아주 첨예하게 갈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스럽게 우리지역 쪽으로도 그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적어도 내가 있는 경우에는 예총과 민예총간의 선을 긋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반면 정성엽 한옥마을예술공동체 단장은 “민예총과 예총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먼저 두 단체가 분명한 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 틀 위에서 협력도 하고 네트워크도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예총에도 속하고 민예총에도 속하는 문화예술인들이 많다. 단순히 구분 짓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분명한 정체성 확립위에서 경쟁도 가능하고 협력이나 네트워크 구축도 가능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예총과 민예총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예총은 주로 사업위주로 일을 진행해 왔고, 민예총은 정책개발 등에 힘써 왔다는 것이다. 새정부의 출범 여파로 예총에 힘이 기울어진다면, 앞으로는 정책개발 등에 대해서도 힘을 쏟아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총과 민예총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이날 사회를 맡은 윤찬영 전주대 교수는 “예총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인 직능 단체고, 여기서 어떤 운동성을 지향하면서 만들어진 것이 민예총이라고 한다면, 과연 이 두 단체에 모두 속하는 것이 문제인가 싶다”고 되물었고, 정성엽 단장은 “민예총의 태동은 예총에 대한 대항과 대안의 목적에서 시작했다. 상대적 관점이기 때문에 구분이 가능하다고 보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영배 김제지역자활센터 관장은 “지금까지 예총의 문제는 주로 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예술인들이 회비를 내서 운영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돈에 의존하고 그 과정마저 투명하지 못하다보니까 여러 문제들이 생겨난 것이다. 회비를 걷어서 그 돈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선기현 회장은 이 제안에 대해 “각 협회별로 회원들에게 회비를 받긴 한다. 하지만 강제적으로는 받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회비를 통해 운영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정성엽 단장이 예총 사업비에 대한 지적을 이어갔다. 그는 “각기 다른 10개 협회의 연합체가 전북예총이다. 그래서 전북예총이 힘을 갖고 있다기 보다는 각 협회들이 동력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북예총이 어떤 지휘부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지금까지는 거의 사업비가 내려오면 똑같이 분배해주는 식의 역할에 그쳤던 것 같다”고 지적했고, 도휘정 전북일보 기자는 “그동안 예총은 심사 때문에 문제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때마다 전북예총은 적극적인 문제해결 의지보다는 각 협회나 시군지부의 문제로 미뤄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예총 자체가 갖는 위상도 많이 깎였던 것 같은데, 집행부도 바뀐 만큼 앞으로 보다 지휘부로서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 설정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선기현 회장은 “지금까지 예총의 토론문화가 약했다. 그래서 각 협회간의 조율도 잘 이뤄지지 않았고 이런 것 때문에 생긴 문제들이 많았다. 앞으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지금까지 예총이 안고 있었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각 협회와 시군지부를 조율하는 지휘부로서의 역할도 보다 강화하고 충실히 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